언론민주화 선도·전문직 집단서 부정 ‘충격’ ‘형식만 산별, 내용은 기업별’ 비민주성 키워
“개혁세력이자 고학력 전문직인 언론인들의 조직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
전문가들은 언론노조 회계부정 의혹 사태에 대해 매우 비판적인 입장을 나타냈으며, 언론노조가 거듭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그동안 여러차례 벌어진 국내 노동조합의 부정 의혹 문제는 대부분 제조업 중심이었다. 그러나 언론노조 조합원은 대다수가 대졸 이상의 전문직이라는 점에서 경우가 다르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조합원들의 경제적 이해에 그치지 않고 언론개혁 등 우리 사회 민주화에 목소리를 높여온 언론노조에서 이런 부정의혹이 일어나 충격은 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 배규식 노사관계연구원장은 “이런 회계부정이 이뤄질 때 내부 감사 시스템이 전혀 작동하지 못했다는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라며 “고학력 전문직 집단인 언론인들도 별 다를 바가 없었던 셈”이라고 질타했다.
‘무늬만 산별’이었던 조직적 문제가 이런 부정을 낳았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언론노조는 실제 산업별 노조의 형식을 갖고 있으나 내용상으로는 기업별 노조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2000년 산별 전환을 선언하고 출범했으나 산별노조로서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이런 기업별 노조 시스템은 1990년대 초반까지 민주화에 기여했던 전투적 노동운동을 점차 관료화·보수화시킨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한신대 노중기 교수(사회학과)는 “김영삼 정부 시절까지만 해도 건강성을 갖고 있던 노동조합이 김대중 정부 이후 급격히 관료화·보수화되면서 조직 내부의 민주적 기풍 부족이 구조적 문제로 자리잡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노동조합이 개별사별로 정치권력화되고 임금 등 근로조건도 개선되면서 보수화는 급격히 진행됐다. 기업별 노조의 형태를 극복하지 못한 언론노조 역시 이런 과정이 조직의 건강함을 해쳤다는 것이다.
충분한 내부 검토 없이 외부의 힘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는 점도 비판받고 있다. 조직 내부의 제도와 절차를 통한 동의없이 검찰 조사를 강행하다보니 신임 집행부가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배규식 본부장은 “검찰 수사 의뢰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도 해결이 되지 않는 최악의 경우, 최후의 수단으로 썼어야 하는 카드”라며 “외부의 힘을 빌려야 할 만큼 불가피했는지 내부 절차를 통해 근거를 마련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를 정치적으로만 해석하기 보다는 뼈를 깎는 내부 개혁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일부 문제로 노동운동 전체의 정당성이 훼손받아서도 안되지만, 원칙에 따라 엄격히 처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모든 노동조합 부정 문제에는 정치적 부분과 내부의 모순이 함께 존재하며, 이를 객관적으로 봐야한다는 설명이다.
한울노동문제연구소 하종강 소장은 “우리나라 노동조합은 역사적 특성상 외국과 달리 엄격한 도덕적 우월성을 요구받는다”며 “설령 정치적 의도가 개입됐다 하더라도 이에 말려들지 않을 만한 내부적 청렴성과 투명성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언론노조는 각종 현안에 대해 항상 원칙을 중시해왔기 때문에 내부 문제에 대해서도 똑같은 잣대를 적용해야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부산대 임영호 교수(신문방송학과)는 “외부적 요인과 연결해서 해석하는 목소리가 커질수록 국민과 조합원의 여론만 악화될 것”이라며 “단호하면서도 빠른 시간 내에 처리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한 전문가는 “사건 처리와 별개로 TF팀 발족 등을 통해 언론노조의 내부 거버넌스 문제를 재점검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장우성 기자 jean@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