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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와 수습' 전화위복 계기되나

장우성 기자  2007.05.02 13:5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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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언론노조 회계부정 사태는 방만한 예산 운영과 내부 자정 시스템의 미비라는 근본적인 원인을 갖고 있다. 언론노조 비대위는 30일 성명에서 “조합비 회계 처리에 임하는 언론노조의 자세가 너무 나태했으며, 이에 대한 일상적인 자체 감사 기능 또한 존재하지 않았다”며 “언론노조라는 이름의 무게와 견줘볼 때, 아마추어의 아마추어였다”고 밝혔다.

일부 관계자들은 여기에 “언론노조 3기 집행부와 KBS 본부 사이의 해묵은 엇박자도 오해를 낳아 간접적이나마 문제를 키운 측면이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최근 회계부정 사태가 불거지면서 오히려 오해를 털고 연대를 이룰 ‘전화위복’의 계기가 보인다는 평가다.

3기 언론노조와 KBS 본부가 처음 부딪힌 것은 조합비 문제였다. KBS 본부는 2005년 7월부터 상급단체인 언론노조에 납부하던 조합비를 삭감했다. 당시 진종철 위원장은 노조위원장 선거에서 조합비의 20%를 삭감하겠다고 공약했다. 당선 뒤 이 안건은 대의원 대회에서도 통과됐다. 이에 따라 언론노조에 내던 조합비도 줄인 것이다. KBS 본부는 “조합원 사이에서 조합비가 17년간 계속 올라 너무 비싸다는 여론이 많아 불가피한 조처”라고 밝혔다.

KBS는 소속 지·본부 가운데 적지않은 조합비를 내고 있었다. 언론노조로서는 예산상으로 문제가 생길 수 있었다. “언론노조와 협의없는 독단적 결정”이라며 반발했다. 중앙위원회는 공식적으로 KBS 본부 쪽에 조합비 삭감 철회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양쪽 고위 간부들 사이에서는 한때 험악한 분위기마저 감돌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노조와 KBS 본부는 KBS 정연주 사장의 연임 문제를 놓고도 미묘한 차이를 보였다. 지난해 10월 사장추천위원회(사추위)가 구성되고 사장 선임 문제가 절정을 이뤘다. 언론노조는 사추위의 구성 및 활동을 지지했으나 특정인을 배제하거나 전체 언론운동의 연대를 해쳐서는 안된다는 쪽이었다. KBS 본부는 정 사장의 연임을 적극적으로 반대했다. 이 과정에서 KBS 사추위원이었던 언론노조 고위 간부가 물러나기도 했다.

2월 언론노련·언론노조 임원 선거는 기존 집행부의 노선을 이어받는 현상윤 후보와 이에 비판적인 이준안 후보가 출마하면서 대리전 양상으로 흘렀다. 이준안 후보의 공식 운동원 2명 모두 KBS 조합원이었을 정도로 KBS 본부는 사실상 이 후보의 당선을 지원했다. 승리는 결국 이준안 후보가 차지했다. 그러나 안팎의 논란으로 인수팀의 활동이나 간부 인선 등도 매끄럽지 못했다. 회계부정이 밝혀지고 검찰 고발이 이뤄지자 주류를 지지하는 쪽을 중심으로 ‘정치적 의도’를 의심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정치적 의도라고 주장하는 쪽이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반박이 이어졌다.

그러나 지난달 25일 열린 방송노조협의회 회의 이후 화합의 기류가 흐르고 있어 주목된다. 이날 KBS, MBC 주요 방송사 본부장들은 내부 반성과 함께 힘을 모아 위기 상황을 극복하자는 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변화의 시발점이 되지 않겠냐는 기대도 크다. 언론노조의 한 관계자는 “이번 일을 언론노조와 지·본부간 불필요한 오해를 극복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분위기가 이뤄졌다”며 “연대하고 단합해 위기를 수습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였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