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석자(가나다 순)
김용철 SBS 경제부 차장 , 박순빈 한겨레 산업팀장 , 박종훈 KBS 경제과학팀 기자 , 홍병기 중앙일보 경제부 차장 , 사회=김신용 본보 편집국장
한·미 FTA 협상이 2일 타결됐다. 타결 뒤에도 찬반의 갈등은 더욱 심해졌다. 평가도 엇갈리고 있다. 과연 한·미 FTA를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지, 언론은 충실하게 보도했는지 의문이다. 이에 본보는 한·미 FTA 취재를 담당해온 기자 4명과 함께 한·미 FTA와 언론보도에 대한 좌담회를 열었다.
-한·미 FTA 협상을 큰 틀에서 평가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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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철 SBS 경제부 차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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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철(김)=세 번이나 협상 시한을 연장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미국에 기운 협상이 되지 않을까 우려했다. 쌀과 쇠고기를 지키려다 너무 많이 내주는 거 아닌가 싶었다. 그런데 예상보다는 나은 협상을 했다. 개방의 폭도 양쪽 모두 컸다. 미국도 많이 양보했다. 자동차 부문에서 상용차는 미국이 개방을 꺼리는 분야였다. 섬유 분야에서도 미국이 양보했다. 예상보다는 개방 폭도 크고 불균형이 적지 않았나 싶다.
박순빈(박순)=찬반을 떠나 협상의 결과가 애초에 예상했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미국의 기본적인 통상 전략을 따른 것으로 본다.
홍병기(홍)=두 가지를 이야기하고 싶다. 우선 우리나라가 자발적 의지로 강대국인 미국과 개방 협상을 했다는 데 의의를 둔다. 지금까지 한미 통상협상은 대부분 수동적, 수비적. 방어적 차원에서 이뤄졌다. 기존과는 다른 모습을 보였으며 결과도 긍정적인 평가가 가능하다. 다만 서비스 분야 협상이 덜주고 덜받기 식으로 이뤄진 것은 아쉽다. 교육과 의료 부문은 아예 빠졌다. 이는 우리의 경쟁력 강화라는 면에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박종훈(박종)=한·미 FTA는 우리가 미국시장을 선점하자며 추진됐다. 그러나 얼마나 도움되는 방향으로 타결됐는지 매우 회의적이다. 정부는 쌀을 지켰다고 자평하지만 아직 제대로 된 평가가 이뤄지지 않고 있어 안타깝다.
-참여정부가 한·미 FTA를 왜 추진했는지 진짜 배경에 다시한번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정부는 양극화를 막기 위한 분배 중심의 정책을 추구했다. 이에 비해 FTA는 성장 위주의 정책이라 할 수 있다. 이른바 친미적인 정책으로 볼 수도 있다. 그래서 배경이 뭐냐 억측이 많았다. 찬반구도를 대선에 이용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많았다. 최근 일부는 노대통령이 개헌과 FTA를 임기 동안 남길 수 있는 업적으로 삼은 것이라고 보기도 한다. 결국 복합적이다. 하지만 이런 국론분열 양상이 대선까지 간다면 곤란하다. FTA 자체가 목적일 수는 없다. 국가 전체의 부를 늘리는 성장의 발판이 돼야 하는데 찬반양론으로 대립한다면 국가적 손실만 부를 것이다.
홍=현 정부가 FTA를 느닷없이 시작한 건 아니다. 참여정부 초기부터 FTA에 관심을 기울였다. 정부가 처음 내놓은 경제적 화두는 ‘동북아경제허브’론 이다. 그러다가 동북아경제중심추진위원회가 중국, 일본의 반발로 동북아시대위원회로 바뀌었다. 그래서 정부가 허브 다음으로 찾은 화두가 FTA였다. 그 연장선상에서 한·미 FTA를 추진했다고 본다. 겉으로 드러난 것만 보면 2003년 우리가 미국에 처음으로 FTA를 제의했다. 다음해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취임하면서 FTA 로드맵을 발표했다. 2008년까지 50개국과 FTA 협상을 벌이겠다는 계획이었다. 처음엔 미국의 반응이 신통치 않았다. 여러 경험을 통해 한국의 개방의지를 의심했다. 한·중 FTA는 우리가 소극적이었다. 한·일 FTA는 협상이 꽤 진행됐다. 한·일 FTA는 진행되다가 독도 파동 등으로 한일관계가 냉각되면서 2004년 중단됐다. 정부는 활로를 찾으려고 2004년 캐나다와 FTA를 추진했다. 이후 미국의 태도가 달라졌다. 한-캐나다 FTA가 체결되면 우리가 캐나다를 통해 미국에 우회 수출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이라크 전쟁 이후 미국과 일본이 가까워졌다. 두 나라가 FTA를 체결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국도 이를 원치 않았다. 결국 칠레 APEC 통상장관 회담에서 미국이 적극적으로 제의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한미 양쪽의 이해가 맞아떨어져 급속 추진됐다고 보는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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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순빈 한겨레 산업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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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아직도 많은 국민들은 노무현 대통령의 한·미 FTA 추진 결정은 느닷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참여정부는 출범 때부터 지금까지 FTA에 대한 두가지 정책기조를 가졌다. 대외적으로는 동북아경제협력체를 구성해 우리가 균형자적 위치를 갖고, 그를 기반으로 유럽과 미주 거대경제권과 통상외교의 주도권을 갖는다는 게 집권 때부터 2005년 연말까지의 기조였다. 그런데 갑자기 돌아섰다. 우리 경제는 기존 생존 패러다임으론 안된다, 하지만 미국식이냐 유럽식이냐 하는 고민에서 미국식 시장만능주의는 아니라는 게 참여정부 지지세력의 콘센서스였고 정책담당자들 다수의 생각이었다. 새로운 성장 패러다임을 계속 강조하다가 느닷없이 성장제일주의로 갔다. 또 한중, 한일FTA의 경우 많은 준비와 연구가 있었다. 한·미 FTA는 선언 전까지 전 부처와 국책연구기관이 참여하는 타당성 연구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비슷한 경제권, 우리보다 낮은 수준의 경제권이 아닌 더 크고 강대국인 경제권을 맞을 때는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 그것이 생략된 채 참여정부의 경제정책 기조가 갑자기 바뀌었다. 개인적으로도 노대통령에게 왜 그랬는지 묻고 싶다.
박종=한·미 FTA를 통해 산업별로 얼마나 손해를 보고 이득을 보는지 제대로 분석이 되지않았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2004년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한·미 FTA를 할 경우 섬유를 뺀 자동차, 철강 등 우리의 주요수출품목의 생산이 모두 줄어든다. 정부가 뻔히 보고서를 보고도 무작정 한·미 FTA를 밀어부친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 한·미 FTA가 객관적 평가 없이 얼마나 주관적 상상에 의해 추진된 것인지 알 수 있다.
“뭘 주고, 뭘 뺏겼는지 따지기 급급...일부 반미 성향도”
-한·미 FTA 관련 언론 보도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하나
김=한쪽은 ‘제2의 개국’이라고 하고, 나머지는 경제 종속을 우려하니 국민들이 혼란스러웠을 것이다. FTA는 경제 협상이다. 큰 틀에서 철학은 비교우위가 있는 부분에 집중해서 생산 효율을 높이고 국가발전을 이룬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거시적 관점보다는 당장 뭘 주고 뭘 뺏겼는지 따지는 데 치우쳤다. 이런 점은 고쳐야 한다. 또 너무 감정적인 접근을 하는 것 같다. 일부 보도에서 알게 모르게 반미적인 성향이 움직인다. 미국의 제도나 태도를 무조건 제국주의적, 약소국을 먹으려는 시스템으로 해석하지 않았나 싶다.
“IMF 사태 때 언론 과오 반복하지 말아야”
박순=구체적인 협상 결과와 타결 내용이 나오지 않았는데 언론이 어떻게 점수를 매길 수 있나. 협상을 단지 타결지었다는 것만 갖고 협상 당사자들을 영웅 대접할 수 있는지 굉장히 의아스럽다. 이번 FTA 취재 보도 과정을 지켜보며 1996년 우리나라가 OECD에 가입할 당시가 떠올랐다. 자본, 금융시장의 규제를 풀고 정부가 선진화구호를 대대적으로 선전할 때 모든 언론은 정부의 확성기 노릇을 했다. 가입한 다음해 IMF사태를 맞았다. 대부분 언론이 반성했다. FTA를 보면서 그런 모습을 반복하는 게 아닌가 생각했다. 과오를 또 저지를 수 있다는 두려움 속에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노력했다. 하지만 반대 쪽도 제대로 된 팩트와 합당한 논거를 갖춘 내용있는 비판이 소홀했던 점이 있다.
“FTA 원죄론 등 감정적 접근, 신념과 사실 구별해야”
홍=비판론자 일부는 한·미 FTA가 되면 우리 경제가 무조건 부정적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FTA 원죄론’을 편다. 한·미 FTA는 기회이지 우리 경제가 저절로 나빠지거나 좋아지는 것이 아니다. 우리경제가 발전하느냐 마느냐는 결국 경제 주체들에게 달렸다. FTA로 피해를 보는 계층은 특정돼있다. 목소리도 높다. 비판적 의견은 상당히 수용되고 전달이 된다. 하지만 이익을 보는 집단은 분산돼있다. 명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예를 들어 도시빈민도 싼 값에 쇠고기를 먹을 수 있게 된다. 소비자 후생문제 등 좋은 효과를 보는 집단에 대해서는 잘 보도가 안됐다. 여러 측면이 있는데 한쪽만 알려진다.
또 반대론자들은 한·미 FTA에 대한 부정적인 계량분석, 절차 공개성 문제를 거론한다. 하지만 계량분석은 만고의 진리가 아니다. FTA는 유무형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숫자로 일률적으로 말하기 섣부르다.
막판협상 당시 취재하면서 “신념과 사실을 구별해야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찬반을 떠나 신념이 앞선 보도는 문제다. 또 진정 국익을 위한 보도 태도가 무엇인지 생각해볼 문제다. 국민의 알권리 충족 차원에서 협상정보를 투명히 공개하라는 요구가 있다. 하지만 상대가 있는 협상에서 전략을 노출시킬 수도 있다. 실제 협상 현장에서 언론의 보도를 보며 역이용하기도 하는 것을 보면서 과연 어떤 보도태도가 옳은지 고민했다.
“언론사 논조 떠나 찬반 모두 실어주는 객관적 보도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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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종훈 KBS 경제과학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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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무엇보다 객관적 보도태도가 중요하다. 언론은 객관적 분석보다는 정치적 구호를 앞세웠다. 앞으로 비준 동의까지 국민들이 한·미 FTA를 통한 손익계산서를 제대로 낼 수 있도록 해줘야 하는데 정치적 구호식으로 흘려가고 있어 걱정스럽다. 오히려 합리적 판단을 마비시키는 것 같다. 언론사의 입장에 상관없이 찬반 논거를 다 실어주는 객관적 보도가 필요하다. 언론이 여러가지 수치를 인용하는 데 있어서도 문제가 많다. 예를 들어 ‘김과장의 하루’ 식 기사는 문제가 많다. 관세가 8% 낮아지면 물가가 8% 내려간다는 식은 난센스다. 경제학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 기사들이 쏟아진다.
미국의 요구와 제도를 따르면 우리 경제가 선진화된다는 식의 기사도 문제다. 예를 들어 정부는 국내섬유업체에 대한 현장조사권을 허용했다. 미국과 FTA를 맺은 멕시코에 취재갔을 때 일이다. 한 작은 공장을 방문했는데 공장과 사무실 크기가 비슷했다. 미국에서 계속 현장조사권을 발동하니까 행정 파트를 키울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언론들은 오히려 반대쪽의 경제학적 배경이나 논리는 잘 보도하지 않는다. 우리가 자동차 분야에서 많은 것을 얻었다는데 이건 19세기 산업이다. 이노베이션이 적은 업종이다. 반면 제약은 이노베이션이 강한 분야다. 미국이 앞선 BT같은 분야는 계속 이노베이션이 되고 부가가치가 생기고 생산성 향상이 이뤄진다. 지금 당장이 아니라 50년 후를 봐야한다. 한미 FTA가 정태적인 시각에서는 우리에게 이익을 줄 수 있다. 하지만 동태적으로 보면 아니다.
홍=현장조사권도 거꾸로 볼 필요가 있다. 새로운 전략을 짜고, 후진적인 경영을 개선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결국 FTA의 좋은 결과는 제도가 가져오는 게 아니라 기업, 국민 등 운영하는 주체가 할 몫이다. 위기가 아닌 기회로 만드는 것은 우리의 역량에 달려있다.
이번엔 언론이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대립된 주장이 각각의 근거를 제시하면서 국민의 판단을 구하려 했다. 기존의 천편일률적인 경제보도 형태에서 봤을 때 찬반을 떠나서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박순=찬반을 떠나 모든 언론이 공감대를 이룰 수 있는 원칙이 있다. 신념과 사실을 구별해야 한다. 그리고 비약하지 말자. 한 쪽은 긍정적인 효과만 강조한다. 반대론자도 비약이 있다. 모든 것을 신자유주의적이라고 무조건 비판하기도 한다.
그리고 한쪽만 말하지 말자. 소비자 후생 얘기를 많이 한다. 하지만 소비자의 소득 기반이 무너질 위험이 있다는 점은 간과한다. 이래서는 생산적인 논점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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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병기 중앙일보 경제부 차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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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반대론자는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한·미 FTA를 반대한다면 대안이 뭔가. 한국경제의 탈출구는 무엇인가. 그러면 한중, 한일FTA도 반대해야 하는가. 도하개발어젠다(DDA)가 부진한 상황에서 양자간 통상협상이 세계적 추세다. 여기서 벗어나기 힘들다. 세계는 너무 빨리 달려가고 있다. 여기서 선점효과를 최대한 누려야 한다. 물론 FTA가 문제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긍정적 효과는 제도가 아니라 우리 경제의 역량에 달린 것이다.
박순=대안 말씀을 하셨는데 개방을 하더라도 여러 가지 전략이 있을 수 있다. 역내 지역경제공동체 등 다른 방안도 많다. 미국과 FTA 안되면 큰일 나는 것처럼, 그 이데올로기를 전제로 대안을 제시하라는 건 문제다.
홍=한·미 FTA는 경제 플러스 정치 협정이다. 한반도라는 특수 상황에서의 선택이다. 정치.안보적인 측면에서도 한·미 FTA는 의미가 있다. 관세철폐기간이 중요한 게 아니다. 경제적 효과의 유무보다 서로가 그 시장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가를 주목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 기회를 잘 활용했으면 한다. 언론도 부정적으로만 보지 말고 긍정적으로 봤으면 한다.
박종=한·미 FTA에서 잃는 분야에서 농업만 강조되고 있다. 우리가 선진국의 문턱을 넘으려면 앞으로 잘 해야 할 쪽에 신경을 써야 한다. 우리 시장을 개방하면 업그레이드가 될 것이라는 막연한 시각은 버려야 한다. 1950년 이전 미국 평균관세율이 40%를 넘었다. 보호무역주의로 성장하고 이제는 자유무역하자고 하는 나라다. 1984년까지 세계 제약산업에서 미국은 2위였다. 1위를 차지한 건 국립보건원이 연구개발분야에 27조원을 투자하면서 부터다. 우리나라 제일 큰 제약회사가 매출이 5천억원 정도 된다. 화이자는 50조원 규모다. 그런 공룡과 1대1로 싸워서 자동으로 업그레이드가 될 수 있을까. 가장 큰 문제는 차세대 성장산업 이 한·미 FTA로 위협 받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얻은 건 자동차 섬유 같은 20세기 사양산업이다. 찬반 모두 농산물에만 관심있지 미래를 먹여 살릴 기업들은 거들떠보지 않는다. BT 분야는 미국의 신규고용의 30~40%를 차지한다. 이런 부분이 언론보도에 없는 게 아쉽다.
정리·사진=장우성 기자 jean@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