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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도 종자전쟁 초비상

[지역취재보도부문]국제신문 이노성 기자

국제신문 이노성 기자  2007.04.04 16: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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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제신문 이노성 기자  
 
이번 보도는 바다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됐다. 해양수산팀 기자로 발령받은지 보름쯤 지난 1월 말. 인사차 방문한 해조류 전문가에게서 “바다 종자도 곧 ‘식물 로열티’를 내야 하는데 걱정”이라는 염려를 들었다. 바다에 웬 식물? 바다식물도 종자가 있다? 이게 무슨 말인가. 해양수도인 부산에서 10년을 기자로 일했지만 난생 처음 듣는 소리였다. 질문이 끝없이 이어졌다.

“바다식물이 뭐예요?” “김이나 미역 같은 해조류를 말합니다.”
“왜 로열티를 내야 하죠?” “외국산, 특히 일본 품종이 우리 바다를 점령한 탓입니다. 일본에서 비공식적으로 들여온, 갯병에 강하고 수확량이 많은 품종이 양식되고 있는 것이죠.”

“토종 품종은?” “돌김은 신품종만 개발되면 로열티를 받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대책은?” “현재로선 대책이 없다고 봐야 합니다. 반면 일본은 김만 4개의 신품종을 등록했습니다. 기술 수준으로는 수 년내 수십여개의 신품종 등록도 가능합니다.”

우선 어민들을 만나보기로 했다. 24명을 면접 조사한 결과 ‘2009년부터 해조류에도 품종보호제도가 도입된다’는 사실을 아는 어민은 2명에 불과했다. 해양수산부의 대처는 한심할 지경이었다. 해조류 품종보호제도와 관련된 업무조차 농림부로부터 넘겨받지 못한 상태였다. 국내 해조류의 80%를 양식하는 전남을 찾아 양식실태를 조사하고 전문가들을 인터뷰했다.

‘바다도 종자전쟁 초비상’ 보도가 나가자 해양수산부는 이중적인 반응을 보였다. 보도 첫날 ‘우리 정부도 계통주 개발 등 품종보호제도에 대비하고 있다’는 언론해명자료를 내더니 이튿날에는 해조류 종자은행 설립을 골자로 한 품종보호제도 대책을 발표한 것이다.

학계의 반응도 뜨거웠다. 한국해양대 서영완 교수는 부경대와 국회 공동으로 열린 심포지엄에서 “정부가 주도하는 해양생물자원센터와 해조류 종자은행을 설립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최근 ‘생명과학기술을 활용한 수산업의 발전전략’ 학술발표회를 개최해 농업유전자원 관리 노하우를 해조류에 벤치마킹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기도 했다.

이번 보도를 계기로 어민들은 물론 정부와 학계 모두 코앞으로 다가온 품종보호제도의 준비에 나서게 됐다. 앞으로 바다 종자에 대한 연구가 활성화 돼 당당하게 로열티를 요구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