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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협상 취재기

"선배도 '뼈있는 쇠고기' 먹잖아"

송창석 한겨레 기자  2007.04.04 15:0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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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창석 한겨레 기자  
 
지난해 6월 시작된 한·미 FTA 1차 협상부터 지난 2일 끝난 통상장관급 협상(연장 협상 포함)까지 공식 협상만 모두 10번이나 열렸다. 미국에서는 몇십명, 한국에서는 1백여명 이상의 한국 기자들이 바글대며 취재 경쟁을 벌였다. 견해가 사뭇 다른 기자들끼리 농반진반 ‘뼈’ 있는 말들이 오가기도 했다. ‘뼈’가 든 쇠고기를 먹는 나를 보고 어떤 후배 기자는 “거봐 선배도 먹잖아. 근데 왜 ‘뼈’있는 쇠고기를 들여오면 안된다는 거야”라고 말했다. 받아쳤다. “야. 한국서 조류독감 퍼지자 우리 총리는 장관들과 닭고기 먹는 모습을 연출했지만, 같은날 일본서는 한국산 가금류 수입을 막더라. 난 둘다 잘했다고 봐. 너 우리나라 검역체계가 허술해 잘 파악이 안돼서 그렇지 한우가 미국산보다 더 불안한 것 알고 있잖아. 그래도 먹잖아. 이건 ‘먹고 안먹고’의 문제가 아니야. 통상 문제이고 정치야. 한국이 미국 쇠고기에 대해 취할 하는 태도는 일본이 한국 닭에 대해 대응한 것과 비슷해야 한다고 봐.”

더 진지한 논쟁이 벌어질 때도 있었다. 놀기도 했다. 한-미FTA 5차 협상이 벌어졌던 미 몬태나주의 빅스카이 리조트에서는 스키를 타다 기자 3명의 인대가 나가기도 했다. 추운 날씨에 이역만리까지 건너와 ‘노 노 FTA’를 외치는 원정 시위대 등한테 미안했기 때문에 스키를 타는 것은 물론 다친 것도 쉬쉬했다. 물론 5일간의 협상기간동안 다해야 몇시간 정도의 짬이었지만. 다치지는 않았지만 나도 탔다.

새벽 2시면 더는 술을 팔지 못하는 미국의 어떤 식당에서는 한국 기자들의 승부근성으로 끝내 주인을 설득해 술을 퍼마시기도 했다. 새벽 1시부터 아침까지. 이 자리를 만들었던 아무개 일보의 모 선배는 5일간 협상동안 무려 나흘을 후배 기자들을 데리고 가 술 먹고, 담배 피우고(실내는 금연인 주였다), 노래 부르며, 다시 호텔까지 와서 아침을 먹는 ‘노익장’을 뽐냈다.

회사나 개인의 입장이 같을 수는 없었지만 제한된 정보로 기사를 만들기 위해 늦도록 취재하고 정보를 교환하며 기사를 썼다. 동고동락하다보니 ‘정’도 꽤 들었다. 물론 특종 기사를 쓰겠다는 저마다의 비수 하나씩은 감춰뒀겠지만.

아쉬움도 있었다. ‘제2의 IMF사태’ 아니면 ‘제2의 개국’. 극과 극이었지만 많은 신문·방송사들은 크게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협상 내내 자리를 지킨 기자들은 몇명 안됐다. 나부터 3·4차 협상 때는 다른 출입처에 있었다. 기자들 스스로 좀더 편한 출입처를 찾기도 했다. 많은 회사들이 FTA에 대해 의미를 부여하면서도 인사 때는 걸맞은 대접을 하지 않았던 것도 같다. 국가의 대사가 걸린 현안이었지만 많은 언론들이 제대로 감시하고 평가하는 여건을 만드는 데는 소홀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