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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호윤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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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이사회의 활동경비와 수당 인상 논쟁이 어느새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자신들의 잇속 챙기기에 급급하다며 이사들의 도덕성을 문제삼던 이들의 종적은 찾아볼 수가 없다. 기자회견을 열고 공영방송의 부도덕성을 단적으로 보여준 것이라고 비판하던 시민사회단체의 목소리도 잠잠해졌다.
그러는 사이 활동경비 1백% 인상, 참석수당 인상, 조사연구비 인상 등 각종 인상안은 현실이 돼버렸다.
이 와중에 덩달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들의 대우도 크게 개선됐다. 방문진은 23일 열린 이사회에서 이사장 연봉을 9천9백만원에서 1억2천만원으로, 이사들의 업무추진비는 월 50만원에서 70만원으로, 조사연구수당은 월 48만원 오른 2백30만원으로 인상했다. 큰 탈(?)없이 이사님들의 처우 개선 시즌이 된 것이다.
노조와 언론단체들의 끈질긴 워치독(watch dog)은 실종됐고 온통 포트독(pot dog)뿐이다.
강력 대응을 천명하고 성명을 통해 전쟁을 선포하는 등 우리가 지닌 냄비는 늘 쉽게 끓었다. 하지만 가열인자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순간 예의 냉랭함을 찾기란 결코 어렵지 않았다. 물론 그리 많은 시간을 요하지도 않았다.
이사회의 각종 수당인상은 KBS의 한 해 예산으로 비춰볼 때 사실 그리 큰 금액이 아니다. 하지만 올해 수백억원대의 적자가 예상되는 공영방송에는, 그것도 수신료 인상 등 각종 현안해결을 위해 국민적 지지가 절실한 KBS로선 뼈아픈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노조가 나섰다. 성명을 발표하며 이 문제를 세상에 알렸고 이로 인해 냄비는 무섭게 끓었다. 각종 언론사가 이 문제를 비중 있게 다뤘고 노조가 강력 대응을 예고하면서 인상안은 금시 철회될 듯 보였다. 하지만 냄비는 다시 식었다.
시민사회단체는 노조와 손잡고 이 문제를 끝까지 해결하고 싶어했다. 하지만 시각차이라는 것이 양측의 발목을 잡았다. KBS 내부 문제이기에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노조측의 설명과 ‘공영방송은 국민의 것’이라는 시민사회단체의 깊은 인식의 차이였다.
그렇게 이 문제는 흐지부지 되고 있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이들의 싸움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다 식어버린 냄비 앞에서 웃음을 짓고 있을지 모른다. 한국사회의 냄비 근성, 역시 대단하다.
버티면 살고, 버티면 결국 식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