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이후 “현 브리핑실 및 송고실이 선진국에 비해 너무 많다” “송고실이 사실상 출입기자실화됐다”는 등 개선의 방향을 시사하는 해외사례 실태 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정부의 국내외 취재지원시스템 조사 결과와 방향에 대해서 일선 출입처의 기자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의견을 들어봤다.
공무원 정보독점 더 심해져
강갑수 국방부 간사(세계일보)
국정홍보처의 국내 실태 조사결과를 상당 부분 동의할 수 없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부처에 브리핑실과 송고실이 있다는데 요즘 제1, 과천 정부종합청사의 경우 몇 개 부처가 통합해서 쓰고 있다. 기자들이 사용하는 부스를 봐도 비좁고 열악하다. 전화도 각 언론사에서 설치해서 쓰고 있지 않나. 그러니 고정좌석이 될 수밖에 없다. 브리핑실도 정부 발표가 있으면 자리 잡기 힘들다. 참여정부 이후 기자들이 실질적으로 이용하는 공간은 매우 줄어들었다. 반면 출입하는 기자들은 2~3배로 늘어났다. 환경이 더 열악해졌다. 참여정부가 개방형 브리핑제를 도입하고 공무원들에 대한 개별 접촉을 제한하면서 공무원들의 정보 독점만 더 심해졌다. 그 결과 기자들과 정부의 반목만 커졌다. 기자들에게 올바른 정보를 전달해서 좋은 보도가 나오게 하기 보다는 홍보성 정보 알리기에만 급급한 것 같다.
공무원 인식부터 달라져야
강성주 청와대 지방지 간사(전북도민일보)
참여정부는 공개 행정을 강조해왔다. 그런데 대 언론정책에서는 그렇지 않다. 지금 현재로서도 기자들은 정부를 상대로 취재하기가 몹시 어렵다. 참여정부 들어 다양한 언론에게 개방을 했다지만 지방지에게도 달라진 것이 없다. 이 정부 들어 더 불편해졌다. 브리핑은 대부분 정부의 일방적인 입장을 전달하는 데 그친다. 브리핑실이 너무 많다고 하기 전에 공무원들의 인식부터 달라져야 한다. 취재에 좀 더 적극적으로 부응. 협력하고 정보를 공개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운영제도의 개선은 그 뒤에 이야기해도 늦지 않다.
실질적 비교가 빠진 조사
경수현 국세청 간사(연합뉴스)
어느 나라든 고유의 취재관행이 있다. 사회적, 문화적 여건도 있다. 국정홍보처 조사에는 이런 부분과 함께 미국이나 다른 선진국에 비해 우리나라 정부부처가 공개하는 정보량이 어느정도인지 밝혀져 있지 않다. 부처의 공식적인 루트를 통해 어떤 정보를 얻을 수 있는지 비교가 이뤄져 있지 않다. 단순히 브리핑실과 송고실의 숫자만 대비해 놓았다. 이는 어떤 정치적 의지가 있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정부가 만약 개선 방향을 찾는다면 그것은 이 정부가 추진해 온 개방형 브리핑제가 정착이 제대로 안됐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그러지 못한 배경이 있을 것이다. 그것에 대한 분석없이 ‘바꿔야한다’는 명제 아래 출발한다면 곤란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지난 4년 동안 제대로 되지 않은 것이 선거를 앞둔 1년 사이에 해결되리라고 보기도 어렵다.
홍보·비판 충족되는 환경을
공병설 시경 출입기자(연합뉴스)
정부가 자기 부처 내의 기자실을 운영하는 것은 스스로 알아서 할 일이다. 그러나 기자들이 거기에 동의할 지는 역시 별개의 문제다. 이번 국정홍보처의 발표를 보면 이미 방향을 정해놓고 거기에 필요한 팩트를 수집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인상을 받았다.
정부에 대한 취재에는 두 가지 측면이 있다. 정부에서는 국민에 대한 정책 홍보의 역할을 기대할 것이다. 한편 언론의 견제 감시 비판 기능도 있다. 앞으로 취재지원시스템을 개선한다면 두가지 측면을 잘 조화시키는 방향으로 가야할 것이다. 둘 중 일면만 강조하다보면 분명 부작용이 따르게 된다. 양자를 충족시킬 수 있는 취재환경이 마련돼야 한다.
대통령 문제의식부터 잘못
구용회 외교통상부 간사(CBS)
일단 이러한 취재시스템 개편을 하게 된 문제의식의 출발점부터가 잘못됐다. 노무현 대통령은 “기자들이 기자실이 죽치고 앉아서 기사를 담합한다”며 국정홍보처에 해외 실태 조사를 지시했다. 과연 지금 그런 기자가 몇이나 되는가. 언론사 간에 경쟁이 매우 치열해졌다. 경쟁이 너무 심해져서 문제인데 담합을 한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현재 취재시스템은 참여정부 들어 달라졌다. 대통령 발언을 갖고 또 손을 덴다니 이해할 수 없다. 왜 개편이 필요한지 모르겠다. 정부가 자꾸 기자와 싸우려 하지 말고 가만히 놔뒀으면 좋겠다.
선진국과의 비교는 어불성설
백문일 재정경제부 간사(서울신문)
외국의 브리핑실, 송고실 운영 상황과 우리를 비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미국 등 선진국은 한 기사를 쓰는데 상당한 시간을 할애한다. 온라인 경쟁도 치열하지 않다. 굳이 송고실이 필요하지 않은 이유다. 그러나 우리의 실정은 다르다. 우리나라는 일본처럼 오전에만 몇 개의 보도자료가 각 부처에서 쏟아진다. 여기서 바로 써야 하는 기사, 각을 달리해야 하는 기사 등을 순간적으로 판단해 기사를 송고해야 한다. 1~2초에 울고 웃는 판에 온라인이 되는 곳을 찾아다닐 여유가 없다. 기자실을 직접 운영비를 내면서 쓰고 있는 상황에서 이마저도 줄인다는 것은 현 언론 상황을 잘 모르는 처사인 것 같다.
취재현장과 동떨어진 방침
이춘재 대법원 간사(한겨레)
정부의 생각은 취재 현장의 실정과 많이 다르다. 검찰, 경찰 취재의 경우 그 특수성 상 정부가 추진하는 개방형브리핑제 등의 시스템이 적용되기가 어렵다. 피의사실 공표 등의 문제가 걸려있기 때문에 브리핑제도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정보가 명확히 한계가 있다. 우리나라 기자들의 취재 환경은 선진국과 일면적으로 비교되기 어렵다. 문화라든가 관행이라든가 여러 가지 점에서 차이가 난다. 이런 것을 고려하지 않고 선진국의 수치를 제시하면서 일률적으로 국내에 적용하려 한다는 건 문제가 있다.
정부의 보도 통제 우려
조승호 국무총리실 간사(YTN)
현재로서 정부의 취재시스템 개선 내용은 주로 브리핑실 및 송고실 축소, 기자들의 공공기관 일반 사무실 출입금지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제일 심각한 건 사무실 출입금지다. 정부의 행정행위는 국민으로부터 감시와 견제를 받아야 정상이다. 그 역할을 언론이 한다. 이는 그 기능을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사무실 출입을 금지하면 대안으로 제시될 수 있는 게 브리핑의 확대, 공보관실 통한 신속한 협조 정도가 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공공기관의 브리핑 질적 수준에서 양적 확대만 하는 건 의미가 없다. 공보관실을 통한 취재가 이뤄지다 보면 모든 게 정부 통제가 가능하다. 언론이 무엇을 보도하려 하는지 사전에 다 파악이 된다. 그에 따라 협조 여부가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대통령이 일전에 “왜 미국만 쫓아가야 하는가, 미국은 오류가 없는 나라냐”라고 말한 적이 있다. 한국 언론의 특수성이 있는데 왜 선진국 사례만 쫓아가야 하나. 정부 스스로 앞뒤가 맞지않는 말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