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홍보처 “의견 수렴해 대안 마련”

국정홍보처가 취재지원시스템을 선진화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았으나 기자 사회는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국정홍보처는 22일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을 통해 ‘국내외 취재지원시스템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선진국에 비해 우리나라 중앙행정부처의 브리핑실, 송고실이 과다하며, 공보관실을 경유한 공식적 취재관행이 정착돼있지 않다고 밝혔다. 국정홍보처 안영배 차장은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각계의 의견을 수렴한 뒤 4월경까지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본보가 정부의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주요 중앙행정부서의 기자단 간사 및 한국기자협회 시도협회장, 일선 기자들의 의견을 물은 결과 대부분 부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강갑수 국방부 간사(세계일보)는 “출입하는 기자 수는 2~3배 늘어났는데 기자들이 중앙행정부서에서 활용할 있는 취재 공간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며 “정부의 실태 조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강성주 청와대 지방지 간사(전북도민일보)는 “투명행정 차원에서 공무원들이 취재에 적극적으로 협조해야겠다는 인식의 전환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며 “운영제도 개선은 그 뒤에 할 일”이라고 주장했다.
백문일 재정경제부 간사(서울신문)는 “외국의 환경과 우리를 직접 비교하는 것은 잘못”이라며 “선진국보다 브리핑실, 송고실이 많다는 정부의 지적을 보니 현 언론 상황을 잘 모르는 듯하다”고 말했다.
광주전남기자협회 김옥조 회장(광남일보)은 “대다수 기자들에게 자괴감을 준 대통령의 ‘기자실 발언’ 이후 추진된 이 정책이 얼마나 공감대를 얻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최근 일선의 취재관행이나 시스템이 변화하고 정착돼가는 과정에서 또 무엇을 바꾸자는 것인지 의아해하는 기자들이 많다”고 말했다.
일선 언론계의 반응 또한 부정적이다. 많은 기자들은 사실상 브리핑실 및 송고실 축소 및 중앙부처 사무실 출입제한 강화로 정부의 방향이 잡히지 않겠냐고 내다보고 있다. 이는 현재 우리 언론의 현실과는 거리가 있는 발상이라고 지적한다.
한 중앙 일간지의 기자는 “충분한 대우와 1년에 몇 건의 기사에 집중해 심층 장기취재가 가능한 선진국 기자들의 여건은 무시하고 시스템만 선진국을 따라가자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밝혔다.
브리핑의 내실이 떨어지고 정보 공개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는 상태에서 취재 환경만 더 악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높다. 정부 부처가 질적 양적으로 부족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데 선진국보다 브리핑실과 송고실이 많다는 지적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한 중앙 방송사의 기자는 “정부의 주장은 알맹이는 놔두고 껍데기만 따라가겠다는 말로 들린다”며 “정부가 ‘치외법권’이 되겠다는 뜻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기자들의 공무원 개별 취재를 문제 삼는 것은 ‘행정편의주의’라고 비판하는 기자들도 있다. 공무원을 취재하는 게 잘못됐다면 국세가 쓰이는 정부 행정을 어떻게 감시하겠냐는 것이다. 한 중앙 일간지의 기자는 “우리나라의 현재 취재환경에서 공식적 경로만을 통하게 되면 정부가 보도를 게이트키핑하는 꼴이 된다”고 주장했다.
한국기자협회 정일용 회장은 “선진국이 하고 있다고 해서 다 따라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며 “국민의 알권리를 가장 잘 충족시키는 것이 바로 선진적 취재시스템”이라고 말했다. 정 회장은 “정부는 기자들의 취재를 어렵게 만드는 게 아니라 ‘지원’하겠다는 원래 취지에 맞도록 기자사회는 물론 기자를 상대하는 일선 공무원들의 의견도 충분히 수렴해 방안을 강구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장우성 기자 jean@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