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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신문 이창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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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말에 꾸려진 기획탐사부에 차출(?)된 우리는 막막했다. 출입처 없이 떠돌아 다녀야 한다는 것도 큰 부담이었다. 너무 욕심부리지 말자며 잡은 첫 아이템이 ‘법따로 현실따로’였다. 현실과 괴리돼 오히려 우리의 삶에 지장을 주는 법을 짚어보자는 순진한 발상이었다.
그런데 곧 너무 욕심을 부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고시생도 아닌데 뒤늦게 법을 공부해야 했다. 유명무실한 법은 수도 없이 많았고, 어느 법 하나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법의 내용은 물론 탄생 배경과 법제화를 둘러싼 다양한 시스템을 이해하기 위해 입법, 사법, 행정부 관계자, 법학 교수, 법 관련 연구소를 찾아 다녔다.
법 공부는 기사 논리를 세우기 위한 기초 작업일 뿐 기사를 쓰기 위해서는 팩트와 현장을 찾아 나서야 했다. 선거와 관련된 모든 행위를 규제해야 한다는, 애초부터 실현 불가능한 목표를 가진 정치관계법이 정작 초미의 관심사가 된 UCC에 대해 손을 놓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면서 취재에 속도가 붙었다. 보도 직후 선거관리위원회가 부랴부랴 지침을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정치관계법의 기본 정신이 바뀌지 않는 한 맹점은 끊임없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토지보상법 취재를 위해 상가 딱지가 불법으로 거래되고 있는 판교 현장에서는 유부남인 남(男) 기자와 미혼인 여(女) 기자가 신혼부부로 위장했다. 두 기자는 취재 이후 한참 동안 상가조합과 부동산중개업소의 광고 문자메시지에 시달려야 했다. 이름뿐인 학교폭력예방법을 취재하면서 법이 아닌 독특한 또래 그룹 방식으로 학교폭력을 해결하는 제천 의림여중을 발굴했을 때는 보물을 찾은 듯 기뻤다.
시리즈가 마감되자 ‘이런 법도 다뤘어야 했다, 조만간 시리즈를 다시 할 수 없느냐’는 독자들의 문의가 쏟아졌다. 법제처와 한국법제연구원 등이 입법 영향평가를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한 것도 이번 보도의 큰 성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