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취재보도 부문]한겨레 김기성 기자

여성재소자 상습 성추행

한겨레 김기성 기자  2007.02.15 15:55:14

기사프린트


   
 
  ▲ 한겨레 김기성 기자  
 
큰상을 받았다. 축하 인사도 잇따랐다. 그러나 마음 한켠의 아쉬움은 어쩔 수 없다. 국가 폭력에 떠밀려 숨진 한 여인의 죽음이 ‘나만의 영광’으로 되돌아왔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해 2월22일 오전, “서울구치소에서 여성 재소자가 자살을 기도했다는데, 성폭행에다 교도관 얘기도 나오고….” 당시 24시팀장인 양상우 선배로부터 전화 한통이 걸려왔다. 제보 내용에 등장하는 ‘단어’들을 되뇌며 경기경찰청 기자실을 빠져나왔다. 그러나 ‘철통 보안’속 구치소 담장취재가 어느정도 가능할지 답답했다. 그래도 현장마다 호흡을 맞췄던 후배 유신재 기자에게 병원 쪽 취재를 맡기고, 서울구치소로 향했다. 구치소 관계자들과의 ‘설전’이 2시간 넘게 이어졌지만 역시 쉽지 않았다. 그사이 발빠른 유 기자의 결과물들이 쏟아졌다. “이름 김○○. 나이 36. 목 맨 흔적. 교도관 배치”란 휴대전화의 속삭임이 그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또다시 집요한 추궁이 이어지는데 지친 구치소 한 간부는 ‘정신병자 하나 때문에….”라는 혼잣말을 내뱉고 말았다. 순간, 머리 속에서는 ‘교도관에게 성추행 당한 여성 재소자 자살 기도 파문’이라는 기사가 쓰여지고 있었다. 이어 성추행 당한 재소자는 정신과치료를 받았을 것이라는 ‘추리’를 짜냈고, 경기 안양과 의왕시내 병원 정신과를 샅샅이 뒤진 결과 추리는 사실로 확인됐다.

이 사이 같은 팀 박용현, 김규원 기자가 합류해 사건 재구성에 나섰고 취재 시작 6시간여만에 영원히 묻힐 뻔했던 사건의 실타래가 풀려나갔다.

보도 이후에도 법무부와 구치소의 사건 축소·은폐는 계속됐지만, 열흘 넘는 추적 끝에 전모는 드러났다. 법무부장관이 사과하고 전국 교정시설에 대한 광범위한 인권침해 실태조사가 이어졌다. 여기에 법무부는 이 사건을 계기로 교정시설에서의 성범죄를 친고죄에서 제외하기로 하는 한편 각종 인권침해 방지 대책도 쏟아냈다.

살아선 범죄자라는 낙인 때문에, 죽어선 성폭력 피해자라는 모멸감 때문에 끝까지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없었던 한 여인의 마지막 길은 지난해 3월13일이었다. 반인권적 범죄를 들춰낸 그의 ‘헛되지 않은 죽음’에 다시 한번 조의를 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