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이사의 사임 의사 표명과 번복, 편집국장의 갑작스런 교체. 모두 지난 일주일 사이 한겨레에서 일어난 일이다.
한겨레 정태기 사장은 5일 오귀환 편집국장의 사퇴 후 편집국에 곽병찬 논설위원의 국장 임명동의를 요청했다.
정태기 사장은 30일 임원회의에서 건강을 이유로 돌연 그만 둘 뜻을 나타냈다. 정 사장은 임원들의 설득을 받아들여 5일 이사회에서 사의를 번복했다. 이 자리에서 오귀환 국장을 비롯한 국실장급 임원들은 다 같이 보직 사퇴서를 제출했다.
임원 회의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사장이 사의를 번복했지만 사표를 낸 것과 마찬가지 상황이므로 임원들도 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사장이 쇄신해서 회사 경영에 나설 수 있도록 임원들이 뜻을 모은 것”이라고 말했다.
정 사장은 이 자리에서 “지난 2년간 회사의 재무 상태는 호전됐다”며 “이제는 가장 본질적 문제인 신문에 총역량을 투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5시반 경 사내에 편집국장 임명동의제 요청 공고가 붙었다. 이후 열린 편집회의에서 편집국 간부들은 국장 교체 과정에 문제를 제기하며 정 사장에게 면담을 통해 항의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편집국장 이외에 보직사퇴를 결의한 다른 임원들에 대한 인사 조치는 오는 3월초 정기 이사회 때 이뤄질 예정이다.
정 사장은 그동안 여러차례 편집국 운영과 지면의 품질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들어서는 다른 경쟁 신문사들과 비교하기도 했다. 정 사장이 애초 그만두겠다는 의사를 밝힌 이유도 신문의 품질에 대한 문제의식이라고 전해졌다. 30일 임원회의 이후 임원들이 설득하는 과정에서도 신문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는 것이다.
한겨레의 한 고위 관계자는 “신문이 위기이고, 한겨레는 더더욱 어렵다”며 “정 사장은 그런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핵심이 신문인데, 과연 좋은 신문을 만들 동력이 편집국에 있는지 회의를 가졌다”고 말했다.
편집국 기자들은 이번 사태를 맞아 당황한 표정이다. 비판하는 목소리도 터져 나오고 있다.
한겨레 겸임조합(위원장 이재성)은 조합신문 ‘한소리’ 호외를 5일 발간, 자체 조사한 사태의 전말을 밝히고 조합원들의 반응을 전했다.
조합신문에 따르면 노조 집행위원 회의에서 집행위원들은 “편집국장 인사 실패의 책임은 궁극적으로 대표이사에게 있는데 합당한 설명없이 두 번씩이나 편집국장을 바꾸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주장했다. 조합신문은 “지면에 문제가 있다면 먼저 의견수렴이 이뤄져야 하는데 이런 사전 작업없이 독단적으로 진행된 편집국장 경질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높았다”고 전했다.
조합은 조합신문을 통해 “일련의 사태 앞에 현기증을 느끼고 있다. 어떤 길을 택하는 것이 현명한지 깊이 고심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태기 사장이 임명한 곽병찬 편집국장 후보에 대한 편집국 임명동의 투표는 오는 12일까지 치러질 예정이다. 장우성 기자 jean@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