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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한겨레 김기태 기자

김기태 기자 '달동네에서 한달'시리즈

한겨레 김기태 기자  2007.01.31 17: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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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겨레 김기태 기자  
 
“연말이면 많은 언론사들은 약속한 듯이 불우이웃 기사를 내놓는다. 접근은 대부분 비슷하다. 기자 1명이 불우한 이들을 찾아가서 취재를 하고, ‘찬바람이 불수록 추운 우리 이웃들’이란 분위기로 기사를 쓴다. 이 기사들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지만, 종종 지나치게 감성적이고, 단발성에 그치는 한계가 있다. 이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지난 11월, <한겨레> 24시팀은 이 질문을 가지고 고민을 했다. 이 질문의 과정에서 나온 기획이 ‘달동네에서 한달’ 기획이었다. 처음 아이디어는 24시팀의 박용현 팀장의 머리에서 나왔다. 기자가 한 달 동안 빈곤 지역에 들어가서 살면서 그 속에서 기사를 써서 보낸다는 내용이었다. 여기에 팀원 9명이 머리를 짜내면서 기획의 얼개를 잡았다. 더 생생하게, 더 깊숙하게 빈곤문제에 접근하기 위한 고민의 과정을 거쳤다. 그리고 기자가 직접 이불 짐을 싸들고 작년 11월18일 서울시 노원구 상계 4동 양지마을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 곳의 허름한 8평 집을 잡았다. 양지마을은 2,283명의 빈곤 인구가 사는 무허가 주택촌이었다.

기획은 대강의 구성을 잡았지만 애당초 그 형식대로 갈 계획은 없었다. 직접 가서 볼 빈곤의 양태와 내용이 어떻게 될지 몰랐기 때문에 미리 구성을 잡는다는 것이 무의미했다. 달리 말하면, 처음의 기획안은 내용이 대폭 수정되기 위해서 만들어진 ‘가안’에 불과했다. 기획 연재의 횟수마저도 정해지지 않았다. 기획이 언제 시작된다는 확실한 계획도 없었다. 다만, 12월초에는 시작하겠다는 막연한 목표가 있었다. 실제로 기획의 첫 회는 이사를 들어간 지 약 2주일 뒤인 12월4일에나 나갔다.

이렇게 만들어진 기획은 언론에서 간간이 시도되던 ‘하루 체험’류의 수준을 뛰어넘으려는 시도였다. 주민으로서 한 마을에 장기체류 하다보니, 만날 수 있는 취재원의 폭과 깊이는 보장될 수 있었다. 그래서 신문에 가명으로, 혹은 실명으로 소개된 이들만 50명이 넘었다. 또 취재 과정에서 자문을 구한 빈곤 문제 전문가의 수는 30여명을 훌쩍 넘었고, 그 가운데 신문에 인용한 수도 20여명이 넘었다.

내용과 함께 형식에도 파격을 주었다. 1면에 나가는 기사는 딱딱한 문체를 과감하게 버리고, 기자가 독자에게 양지마을의 이야기를 앞에서 마주 앉아서 전하듯이 존댓말로 써 내려갔다. 사실만을 전달하는 딱딱한 글쓰기로는 가난한 이웃들의 애환을 제대로 전달하기 어렵다는 판단이었다. 또 독자들의 호응에 힘입어 인터넷 <한겨레>에서는 별도의 공간(http://www.hani.co.kr/arti/SERIES/101)을 만들어서 기자의 취재일지를 거의 매일 올렸다.

그래픽에서도 신선한 시도를 하려고 노력했다. 첫 회의 동네 풍경은 사진 표현보다 정감있게 독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었다. 어린이, 이혼 가정 등을 다룰 때도 기사의 성격상 얼굴을 드러낼 수 없는 취재 대상들을 그림으로 처리하는 새로운 시도를 했다. 이로써 취재대상의 초상권을 보호하면서 동시에 독자들에게 이들의 앞모습을 사실성 있게 보여줄 수 있었다. 이 기획을 통해서 ‘근로빈곤’과 ‘상대빈곤’ 등 새로운 빈곤의 형태를 적극적으로 소개하려 노력했다. 이를 통해 생소한 빈곤 개념에 대한 사회적인 이해를 높였다고 자부한다. 또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1백만여명 차상위 계층에 대한 일반적인 관심을 새롭게 했다. 또 연말 국회의 2007년 복지예산을 편성하는 과정에서 의제가 되었던 독거노인 도우미 파견 사업이나 방문간호사 수 확대 사업 등을 소개하면서, 이 사업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측면지원을 했다.

장기간에 걸친 기획의 과정에서 취재 기자는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았다. 무엇보다 ‘이방인’을 따뜻하게 맞아준 양지마을 주민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또 상계4동 나눔의 집 권춘택 신부님과 활동가, 자원봉사자 선생님들에게도 다시 한번 고개를 숙여 고마움을 표한다. 낯선 “기자 아저씨”를 친근하게 맞아준, 사랑스런 공부방 친구들, 그리고 취재의 대상으로 신문에 이름을 올린 많은 주민분들도 잊지 못할 듯 하다. 또 팀원 장기간 비워둔 자리를 묵묵히 채워준 한겨레 24시팀 선후배 모두에게도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