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가자(가나다 순)
김광덕 한국일보 정치부 차장대우
남봉우 내일신문 편집위원
이대근 경향신문 정치·국제 에디터
이목희 서울신문 논설위원
사회=김신용 본보 편집국장
본보는 29일 오후 1시 서울 프레스센터 한국기자협회 회의실에서 신문의 대선 지지후보 공개 문제에 대한 긴급 좌담회를 열었다. 참석한 4명의 정치전문기자들은 지지후보 공개를 막는 법 조항의 개정에는 공감대를 이뤘다. 공개 시기 및 실현가능성 여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사회=본보는 신문이 사설이나 칼럼 등 논평을 통해 대선 지지후보를 공개하는 문제를 4회에 걸친 기획시리즈로 다뤄왔다. “즉각 시행해야 한다” “아직 시기상조다” 등 여러 입장이 있다. 각자의 의견을 말해달라.
“후보 공개 금지는 표현의 자유·언론의 자유 침해하는 꼴”
이목희=제도적으로 지지후보를 밝히지 못하도록 한 것은 문제다. 법령도 모호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너무 엄격히 유권해석하는 듯하다. 법을 고치든지 해석을 유연하게 하든지 해야 한다. 제도적·법적으로 막으면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 꼴이다. 이제 제도는 고쳐야 할 때가 온 것으로 본다. 그러나 실제 공개 여부는 각 언론사에 일임하는 게 옳다.
김광덕=사설과 사고 등을 통해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문제를 장기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전제가 있다. 외국 신문이 그러하듯 스트레이트 뿐 아니라 해설 기사에서 공정성, 균형성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 지지후보 공개를 당장 도입하면 부작용이 우려된다.

▲ 김광덕 한국일보 정치부 차장대우
이번 선거에서는 일단 사설에서 특정 정책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자고 제안한다. 예를 들어 ‘우리는 감세 후보를 지지한다’라든가 ‘환경보호를 위해 댐 건설을 반대하는 후보를 지지한다’ 등등 특정 정책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것이다. 대신 일반 보도기사는 공정하도록 철저히 검증하고 감시해야 한다. 이렇게 시작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다. 이런 토대에서 다음 대선부터는 지지후보 표명이 가능해지도록 해야한다.
남봉우=제도를 바꾸는 것은 빠를수록 좋다. 어느 나라도 신문의 지지후보 공개 여부를 법적으로 규정하지 않는다. 언론이나 시장의 판단에 맡긴다. 밝히는 건 각사 자율에 맡기면 된다. 실제 대부분 언론이 알게 모르게 특정 후보를 지지해왔다. 국민들도 그렇게 본다. 기자들도 자기 회사가 누구를 지지하는지 안다. 법이 현실을 못 따라가고 있다.
이대근=규제는 풀고, 실행은 언론에 맡겨야 한다. 언론 전체가 어떻게 해야 한다는 것보다 자기 책임 하에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는 게 옳다. 부정적인 것을 하지 않는 것부터 시작하자. 겉으로는 공평무사한 척 하면서 사실상 특정 후보를 지지한 과거의 양태에서 벗어나야 한다. 독자들이 모르는 상태에서 특정 후보 지지 의견이 개입된 기사를 양산해서는 안된다.
사회=지지후보 공개에 따른 여러 가지 우려가 있다. 국민의식, 토론문화의 성숙도를 문제 삼기도 한다. 양당 구조가 아닌 정치 구조에서 지지후보를 밝히기 어렵다는 주장도 있다.
이목희=국민 정치교육을 위해서라도 이제는 풀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특정 인물 중심으로 선거가 진행된다. 서구 민주정치처럼 본 궤도에 오르려면 유권자 자신이 정치적 입장을 정리할 수 있어야 한다. 뚜렷한 정견을 갖도록 교육하기 위해서라도 필요하다. 이런 과정이 쌓이면 사람 중심이 아니라 선진국같이 확립된 입장에 따라 정치를 보게 된다. 정책정당화도 쉬워진다. 여기엔 국민은 물론 언론의 노력이 필요하다. 미리부터 안된다고 생각하고 발목을 잡으면 안 된다. 이제는 때가 됐다.
“지금 시행해도 큰 문제 없어...관련 규정 개정 빠를수록 좋아”
남봉우=지지후보 공개는 언론의 자유 영역에 속한다. 언론이 자율로 정할 문제다. 이게 제도를 풀어야 하는 이유다. 그 이후 밝히는 건 책임의 영역이다. 익명에 숨어서 지지하는 것보다 책임을 물을 수도 있다. 자율과 책임의 원칙에서 푸는 게 맞다. ‘이 후보는 우리 회사에 이익을 줄 것 같아 지지한다’고 할 수는 없다. ‘우리는 경제문제에서 성장보다 분배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이 후보는 이렇다’는 식으로 논리적 정합성을 갖는 게 중요해진다.

▲ 남봉우 내일신문 편집위원
“지지후보 공개 부작용 생길수도...정책지지 표명 등 순차적 진전 바람직”
김광덕=상당수 언론들이 음성적으로 특정 후보에 기운 보도를 해왔다. 떳떳하게 밝히면 얼마나 공정한가 볼 수 있는 기준도 된다. 권언유착을 완전히 추방할 수 있다.
문제가 있을 수 있다. 다수 언론들이 보수 성향 후보를 지지할 가능성이 높다. 그럼 진보적, 중도적 언론의 필요성이 공감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소수나 진보세력을 지지하는 언론이 없다면 국론 갈등이 확산될 우려가 크다.
이번 선거는 정책에 대한 지지표명 정도로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에서 신문이 차지하는 위상과 역할이 선진국과 아주 다르다. 우리 국민은 신문을 사회적 공기로 봐왔다. 신문은 중립적이고 불편부당해야 한다는 강한 전통을 하루아침에 바꾸기 어렵다.
뉴욕타임스나 워싱턴포스트의 발행부수는 50만부 전후다. 미국 3억명 인구에서 파장이 적다. 워싱턴포스트와 뉴욕타임스는 지난 두 번의 대선에서 민주당을 지지했다. 하지만 국민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부시가 연승하고 민주당 후보는 떨어졌다. 우리나라 주요 신문은 부수도 훨씬 더 많다. 5천만명 인구에 주는 사회적 파장이 크다. 의제 주도에서 아주 큰 힘을 발휘한다. 이번에는 정책에 대한 지지를 나타내고, 다음 선거에 지지후보 공개로 갈 수 있도록 디딤돌로 삼았으면 한다.
사회=당장 제도를 고치고 자율로 하자는 의견과 다음 선거부터 하자는 쪽으로 나뉜다. 그럼 구체적인 방법론은 무엇인가.
이목희=법을 고쳐야 한다. 지지후보 공개에 대한 규정을 두지 말아야 한다. 이 법 조항도 금지의 근거가 되는지 의문이다. 선관위가 강하게 해석하니까 그러는 것이다. 선관위의 유권해석이 변해도 가능할 수 있다. 그러나 종전 입장을 갑자기 뒤집으면 논란의 여지가 있다. 따라서 정치권과 합의해 법규를 아예 삭제하는 게 낫다. 이번 선거 때부터 후보 공개를 각사 자율에 맡겨보자.

▲ 이목희 서울신문 논설위원
남봉우=당장 하더라도 큰 문제는 없다. 우리 국민의 수준이 생각보다 훨씬 높을 수 있다. 기자들도 다들 흐름을 안다. 이번엔 정책, 다음엔 특정 후보 지지 이렇게 가는 건 별 의미가 없다. 법 개정을 위한 운동에 나서는 게 옳다. 최근 판례에도 사설과 스트레이트 기사를 구별하는 해석이 나타나고 있다. 사설은 의견이니까 일정한 의견 표명을 보장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근거 내용도 잘 살펴봐야 한다.
김광덕=공선법 조항 자체가 후보 정책 지지를 금지했다고 보기 어렵다. 딱 부러진 규정이 없다. 신문법 규정도 구체적인 건 아니다. 제약하는 쪽으로 해석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걸림돌이 된다면 올해라도 고치는 게 좋다. 그러나 이번에 특정 후보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명하기엔 이르다. 대선전이 벌써 사실상 시작됐다. 미국은 보통 2년 전부터 대선국면에 들어간다. 올해는 적극적으로 정책 지지를 표명하는 것으로 진전돼가면 좋을 것이다.
사회=현재 신문 보도에서도 그런 양태를 읽을 수 있는가. 1997년, 2002년에 견주어 본다면 어떤가.
남봉우=대부분 언론이 대선주자에 대해 약간의 경향성을 갖고 있다. 선거가 후반으로 갈수록 지난 두 번의 대선보다 극렬한 양상이 나올 수도 있다고 본다. 다양한 변수 속에서 자기 지지 성향을 더 강하게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는 여당이 지리멸렬하고 참여정부를 지지하는 신문이 거의 없기 때문에 어디가 특정 편이라고 말하기는 힘들다. 다만 메이저 신문들은 전반적 논조나 남북정상회담 같은 특정 주제에서 논리 이상의 감정이 개입되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이목희=지지후보 문제가 나오면 현장 기자들이 민감해진다. 제도적으로 풀어줘도 어떤 언론사도 내부 합의를 이루기 힘들다. 사주가 전일적으로 결정하기 전엔 어렵다. 회사에서 지지후보에 대해 토론해봐라 할 수 있을까. 언론사주도 감히 자기 의견에 따라와 달라고 공개적으로 말할 용기를 갖기 불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내부적 토론기회를 갖는 게 필요하다. 내부 토론을 거쳐서 특정 후보의 지지를 결정하게 되면 더 공정을 기하도록 유의하게 될 것이다. 지금보다 훨씬 객관적인 보도를 할 수 있다. 데스크 입장에서 논란이 생겨도 토론이 가능해진다. 사내 분위기 따라 기자도 데스크도 혼란스러울 수 있다. 명확하게 해두면 이를 막을 수 있다.
김광덕=이번 선거에서는 어떻게 공정 보도를 하느냐가 전제가 돼야 한다. 미국언론들은 이게 가능하기 때문에 보도기사는 균형을 갖추고, 사설에서 입장을 표명할 수 있다.
언론 대선 보도의 제자리 찾기가 초점이 돼야한다. 독자의 감시도 필수적이다. 그동안 대선보도를 되짚어보면 반드시 나쁜 방향만으로만 오지는 않았다. 1997년 대선 때는 정치부 기자 1백10여명이 공정보도 선언을 했다. 과거보다 더 나아진 것도 상당히 있다. 다만 아직 지적받는 부분을 고쳐 언론 대선보도의 제자리를 찾는 게 관건이다. 그중 하나 고민해야 될 것이 있다. 최근 보도에서 해당 대선 주자의 지지율이 높으면 많이 보도하고, 낮으면 적게 보도하는 경향이 있다. 아직까지는 보도의 양이 가장 큰 영향을 준다. 왜 한나라당 주자들을 많이 보도하느냐고 물으면 지지율을 이유로 댄다. 열린우리당, 민주노동당은 낮으니까 안한다는 식이다. 지지율 조사가 계속 이런 갭을 고착화시킨다. 각 주자에게 충분하고 균형 잡힌 기회를 줘야 한다.
이대근=시장을 독점하고 큰 영향력을 가진 거대 언론들이 문제다. 작은 언론들은 상대적으로 공정한 편이다. 특정 후보에 대한 친소관계가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다.

▲ 이대근 경향신문 정치.국제 에디터
문제는 사주가 회사 이익을 위해 사활을 걸고 나서고 이해관계가 있을 때 생긴다. 대선을 몇 번 치르며 거대 언론들의 실제 개입 양상은 많이 줄었다. 하지만 교묘한 방식은 여전하다. 대선에서 다자 구도를 양강 구도로 몰고 간다든지 하는 경우는 얼마든지 있다.
여론시장의 균형이 깨져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두세 가지 견해를 가진 신문들이 있다면 지지후보를 내고 경쟁하는 것이 가능하다. 여론시장이 한 쪽에 장악된 경우 공개 지지할 이유가 없다. 그러지 않아도 얼마든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거대 언론이 이러한 전략을 바꿀 가능성은 없다. 대선 공정보도에 대한 감시 활동 강화가 필요하다. 지지후보 공개도 이런 노력 차원에서 제기된 것이다. 한국의 불균형적인 언론환경에서는 지지표명 여부는 사소한 문제다. 비정상적인 여론시장의 독과점 상태에서 특정 언론이 막강한 힘을 갖고 있다는 게 문제의 본질이다.
남봉우=언론의 제자리찾기는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 이만큼이라도 나아진 건 언론이 자정했다기보다 국민이 만든 거라고 본다.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걸 풀어놓으면서 언론이 제자리를 찾도록 유도할 수도 있다.
지지후보 공개 문제는 메이저나 마이너 신문 모두 해당된다. 국민의 자기 성향을 조사하면 보수, 중도, 진보가 골고루 나온다. 만드는 사람들이 시장을 못 따라간다고도 볼 수 있다. 지금 상황은 언론의 문제지 독자의 문제는 아니다. 지지후보 공개가 오히려 이런 틀을 깨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김광덕=미국에서는 지지후보를 밝혀도 선거 막판에 한다. 너무 미리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미국 정당은 이데올로기 차이가 크지 않다. 신문이 이쪽저쪽으로 갈수 있다. 그런 전제가 있으니까 지지표명도 허용된다. 지금은 ‘음성적으로 보도하지 말고 밝혀라’는 식인데, 이것으론 곤란하다. 정책 지지표명은 미리하고 지지후보는 선거 임박해 하는 것이 맞다.
이목희=밝히는 시기는 미국보다는 더 빨라야 한다. 미국은 사회적 합의가 축적돼있다. 대선에서 공정한 보도를 하는 전통이 있는데 우린 아직 없다. 자율로 하되, 적어도 후보가 정해지고 공약의 골간이 나온 다음에는 지지후보를 밝혀야 한다.
이대근=자유 토론을 해서 지지후보를 결정할 수 있는 언론사가 몇 군데나 있을까. 한국 언론사에서는 자유토론이 어렵다. 작은 신문들은 가능하다. 큰 신문은 사주나 측근, 국장 등 몇몇 사람이 의사 결정을 할 수 밖에 없다. 사주가 입장을 밝힐 경우 스스로 대선에 뛰어드는 게 된다. 사주는 대선 무대에 자기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을 원치 않는다. 현실적으로 어렵다. 평기자들이 토론해서 표결할 수 있나? 그렇게 지지후보를 결정한다 해도 외부에서는 논란거리가 된다.
한국사회의 이념적 갈등과 대립이 심해 언론의 ‘사실과 의견 분리’가 잘 이뤄지지 않는다. 지지 의견과 기사 쓰는 건 다르다고 해도, 독자들이 인정해주지 않는다. 한번 특정인을 지지하면 사람들의 뇌리에 계속 남는다. 저 사람은 누구 지지하는 신문사의 기자라고 기억되면 취재가 어렵다. 시민들도 동일시해서 본다. 결국 언론 활동이 위축되는 결과를 낳는다.
사회=본보가 조사한 결과 유력 대선주자들은 신문의 지지후보 공개에 대체로 찬성했다. 앞으로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한다고 보나.
남봉우=정치인들은 이 문제를 크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좀 비겁하다고 볼 수 있다. 유력주자들이나 군소 후보나, 원칙적으로는 공개가 맞다고 말할 수 있다. 현실에서 절박성 문제는 각기 다르다. 결국은 후보나 정치권에 맡길 게 아니라 언론계가 풀어나가야 한다. 기자협회가 제기하고 국회에도 여론을 조성하고 방법을 찾아야한다고 본다.
김광덕=왜 많은 사람들이 주장하는데 법 개정이 되지 않는가. 이게 우리 언론보도의 지고지순의 목표가 아니기 때문이다. 지지후보 공개는 언론의 공정, 균형보도를 위한 방법론으로 제기됐다. 대선에서 판단의 준거는 언론을 통해 드러난다.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해 진실된 정보를 주느냐가 우리의 관심사가 돼야한다. 언론의 공정 보도 문제가 먼저 해결돼야 한다.
이목희=정치인뿐 아니라 언론도 비겁하다. 지지후보 공개가 허용되면 각 사도 골머리를 썩을 것이다. 지지후보를 누가 결정할 것인가. 사주가 할 것인가, 사원투표로 할 것인가, 기자총회를 거칠 것인가. 그걸 결정하는 것도 회사의 역량에 달려있다. 명쾌하게 ‘우리는 누구를 지지한다’고 합의를 만들어낼 수 있는 신문이 없다. 신문사의 역량이 시험대에 오르는 일이다. 이 때문에 명분은 공감한다고 하면서도 나설 언론이 적을 것 같다.
“지지후보 결정 언론의 자질·품질 검증 무대이기도”
이대근=현실적 난관이 있어도 운동을 벌이는 건 의미가 있다고 본다. 다만 언론이 감당할 능력이 있느냐가 문제다. ‘사실과 의견 분리’ 원칙을 실현할 준비가 돼있느냐는 것이다. 지지후보 결정은 대선 후보에 대한 검증이면서 언론 자체의 품질과 자질, 걸맞는 위상을 갖고 있느냐를 검증받는 무대도 된다. 그러니까 언론은 지금 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후보, 자사 모두에 도움이 되지않는다고 보는 것이다. 현실적인 유인도 별로 없다.
언론이 지지후보 공개 주장에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건 현재 상태가 편하기 때문이다. 여론을 만들어 새로운 자극을 받도록 하는데 의의가 있다.
정리=장우성 기자 jean@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