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기 전 편집장(1989년 5월∼1999년 12월)
“내 40대를 온전히 쏟아 부은 곳. 2년 동안 ‘무급인생’으로 지내면서도 ‘기자상’을 휩쓸었던 기개를 잊을 수 없다”
박순철 전 편집장(1989년 창간 전∼1992, 1995년)
“유신의 재갈만이 언론의 현실로 기억되던 나에게 존경하는 선배들과 열정적인 후배들과 함께 일하면서 소신껏 내 목소리를 지면에 털어놓을 수 있었던 것. 신명나는 일이었다”
서명숙 전 편집장(1989년 8월∼2003년 4월)
“내 청춘을 불사른 사회적인 첫사랑. 언론 이력의 든든한 친정”
김상익 전 편집장(1989년 10월∼2004년 10월)
“‘시사저널에 내 청춘을 묻었다’는 상투적인 말이 나에게는 전혀 상투적이지 않다. 나는 지금 인생의 후반기를 맞고 있지만, 시사저널은 내 인생 전반기의 모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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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상기 전 편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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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사태가 7개월 째를 맞았다. 삼성 기사 삭제 사건으로 불거진 시사저널 사태는 급기야 ‘파업’과 ‘직장폐쇄’라는 극단적 국면으로 치달았다. 독자들은 거리로 나와 ‘시사저널이 조속히 정상화되길 기원한다’며 촛불을 켜 들었다. OB들까지 나서 그동안 시사저널은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독립해 오로지 기사로 승부하려 했다며 오늘의 사태가 참담하다고 토로하고 있다. 이에 본보는 시사저널 전 편집장 4명에게 ‘시사저널’ 사태가 어떻게 해결돼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들어보았다.
“어떻게 만들어온 잡지인데…” 전 편집장들은 이번 사태가 벌어진 것에 대해 ‘한마디로 참담하다’고 했다. 이들은 시사저널이 18년 동안 애쓰며 쌓아온 중립성과 객관성, 탐사적 보도 태도 등 고유한 가치를 망가뜨렸다고 토로했다. 오랫동안 시사저널을 사랑해온 독자들에 대한 기만이라는 것.
서명숙 전 편집장은 “이른바 짝퉁 시사저널의 필자나 편집위원들은 이해가 걸린 사안에 대해 쓰면서도 ‘객관’을 가장해 쓰는가하면 이미 일간지나 책을 통해 보도된 것을 재탕하거나 발췌하고 외국 유수의 언론에 나온 기사를 통째로 번역하다시피 해서 자기 기사인 양 보도했다. 이는 기존 시사저널에 대한 모욕”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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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순철 전 편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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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기 전 편집장도 “899호를 보니 속을 다 파먹은 게딱지같았다”면서 “이 지경까지 몰고온 핵심 (당사자)들이 흥분을 가라앉히고 본질로 돌아가서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상황을 굳이 나쁘게만 볼 것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었다. 김 전 편집장은 3주 전 이른바 ‘짝퉁 1호’인 시사저널 899호를 훑어보고 잠시 절망하기도 했지만 예전처럼 시사저널에 대한 사랑이 다시 솟아나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김 전 편집장은 “후배들은 길거리에 내몰린 것이나 마찬가지이지만 시사저널은 이미 회사 부도 사태 때도 부활한 전통이 있다”며 “역경과 고난을 돌파해야 하는 것이 시사저널의 운명이라면 결코 흔들리거나 꺾이지 말아야 한다. 내게 시사저널이 그랬듯이 후배들에게도 ‘시사저널은 내 운명’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상생의 길 모색해야”
전 편집장들은 이번 사태 해결을 위해서는 어렵더라도 ‘대승적인 해법’을 찾아내려는 자세를 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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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명숙 전 편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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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전 편집장은 “경영진이 외형적 적법성만 내세워 편집국의 고민과 항의를 제압하려 하면 안된다”면서 “‘짝퉁 시사저널’이 나오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시사저널 제호자체가 시장에서 위협받고 배척받게 된다. 하루빨리 해결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상식 선에서 편집권 보장을 위한 최소한의 방어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경영진과 편집국의 의견이 첨예하게 맞서는 민감한 사안에 한해 제3의 사내 심의기구를 두는 것도 방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편집장은 “이미 대화의 틀은 깨졌다”며 “심상기 회장은 금창태냐, 기자냐 둘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단 양측이 한발 물러서 무엇이 진정 ‘시사저널’을 위한 길인지 생각해보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박순철 전 편집장은 “경영진은 기자들에 대한 일체의 인사조치를 흔쾌히 철회하고 기자들은 경영진의 명예와 권위를 회복하기 위해 앞장서 노력하는 등 상생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면서 “현재의 대결국면에서는 비현실적으로 보일지라도 (시사저널을 위해서) 추구해볼 만한 가치가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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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익 전 편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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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 일 아닌 우리 일” 이들은 또 이번 시사저널 사태에 대해 다수 언론들이 침묵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안타까운 심경을 숨기지 않았다.
박상기 전 편집장은 “우리 언론계는 유난히 동족을 아낄 줄 모르는 자해 집단 같다. 이번 시사저널 사태에서도 대표, 발행인 모두가 언론인인데다 편집위원들도 언론계 원로들”이라면서 “펜으로 세상을 밝히겠다는 사람들이 너무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언급했다.
서 전 편집장도 “시사저널 문제를 어떻게 보도하고 어느 만큼 관심을 갖는가는 우리 언론의 건강성을 보여주는 또 다른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것”이라며 “시사저널 사태는 단순히 어느 한 잡지사의 노사분규 차원의 일이 아니라 우리 언론 모두의 일로 관심과 성실한 보도를 부탁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