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자협회(회장 정일용)는 17일 성명을 통해 노무현 대통령의 16일 기자실 관련 발언을 비판했다.
기자협회는 성명에서 “참으로 실망스럽다. 국정 최고 책임자의 기자와 언론에 대한 인식 수준이 그 정도 밖에 안되는가”라며 “대통령의 16일 국무회의 발언은 사실 파악부터 제대로 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기자협회는 “기자실은 이미 참여정부 들어 기사송고실로 바뀌었다”며 “있지도 않은 ‘기자실’에서 가능하지도 않은 ‘기사담합’ 행위를 한다고 하니 공분이 터져 나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기자협회는 “현재 대한민국 언론계 문제의 핵심은 이른바 기자실에서 기사담합 행위가 이뤄지느냐 여부가 아니라 그 동안 목이 쉬어라 외쳐 왔던 언론 개혁의 성사 여부”라며 “지금은 촌음을 아껴 언론개혁에 박차를 가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다음은 성명서 전문이다.
<성명서>
지금이 ‘기자실...’ 운운할 때인가
--언론개혁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
참으로 실망스럽다. 국정 최고 책임자의 기자와 언론에 대한 인식 수준이 그 정도밖에 안 되는가.
우리 기자들이 가장 소중히 여기는 것은 사실 파악이다. 대통령의 16일 국무회의 발언은 사실 파악부터 제대로 돼 있지 않다. 길게 설명하고 해명할 것도 없다. 기자실은 이미 참여정부 들어 기사송고실로 바뀌었다. 기자실이든 기사송고실이든 어디에서든 기사담합 행위는 있을 수도 없고 실제 가능하지도 않다. 있지도 않은 ‘기자실’에서 가능하지도 않은 ‘기사담합’ 행위를 한다고 하니 공분이 터져 나오는 것이다.
사실 파악이 중요한 것은 어떤 사안의 핵심을 잡는 데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현재 대한민국 언론계 문제의 핵심은 이른바 기자실에서 기사담합 행위가 이뤄지느냐 여부가 아니라 그 동안 목이 쉬어라 외쳐 왔던 언론 개혁의 성사 여부라고 본다. 핵심은 나 몰라라 하면서 곁가지에만 집착하는 태도는 우둔하거나 비겁한 태도로 비쳐질 수 있다.
얼마 전 대통령이 국가보안법을 칼집에 넣어 박물관으로 보내야 한다고 했을 때 우리는두 손 들어 환영했다. 자유민주주의의 가치를 신봉하는 나라에서 사상 양심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법을 갖고 있다는 것은 말이 안 되기 때문이다. 국보법이 있는 한 진정한 의미에서 남북 간 화해 협력은 물론 우리가 그토록 갈구해마지 않는 언론 자유는 그림의 떡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국정 최고 책임자가 국보법 폐지를 언급한 뒤 정부에서 어떤 후속조치를 취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없다. 입법부에다만 미룰 일이 아니고 행정부에서도 분명 할 일이 있을 터인데 과연 무엇을 했는지 묻고 싶다. 적어도 기자들은 국보법 폐지를 위한 서명 운동을 한 적이 있고 지난해에는 사상 최초로 남북 언론인 토론회를 개최, 긴장완화의 물꼬를 텄다.
신문법 파동이 있었을 때도 반개혁 수구세력에 맞서 우리는 할 일을 했다고 자부한다. 전부가 아니더라도 언론 개혁의 깃발이 세워진 곳마다에 우리 기자들의 발자국을 찍었다. 바로 시사저널의 기자들이 기자의 혼을 웅변으로 보여주고 있다. 과거 30여 년간 온갖 신산을 겪으면서도 언론탄압 진상규명을 위해 애쓰고 있는 선배들과 어깨 걸고 나아가고 있는 것도 언론다운 언론을 만들기 위한 충정에서 비롯된 것이다.
언론의 신뢰도가 하락하고 있다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 너무도 잘 알고 있기에 그 동안 묵인돼 왔던 잘못된 관행을 고치기 위해 대다수 기자들은 스스로 고통을 감내하고 있다.
우리는 언론다운 언론에서 기자다운 기자로 우뚝 서고 싶은 비원을 간직하고 있다. 곁가지를 잡고 흔들어 댈 것이 아니라 정곡을 찔러주길 바란다. 이른바 기자실의 운영에서부터 정보의 활발한 유통을 통한 왜곡 및 오보의 방지책 마련, 국보법 폐지에 이르기까지 모든 언론계 현안에 머리를 맞대고 논의할 용의가 있다. 지금은 촌음을 아껴 언론개혁에 박차를 가해야 할 때이다.
2007. 1.17
한국기자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