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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에 사는 피곤함을 넘어 正論을 꿈꾸며

정현백 교수, 시사저널 인터뷰 기사에 대한 해명

정현백 성균관대 사학과 교수  2007.01.17 14:5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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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현백 교수  
 
1월 15일 오전에 나는 한 통의 전화를 받고 무척 당황하였다. 기자 파업이 계속되고 있고, ‘짝퉁언론’이 제작되고 있는 <시사저널> 사태를 알고 있는지 그리고 왜 인터뷰에 응했는지를 묻는 전화였다.

지난 4일 나는 한 지인으로부터 <시사저널>의 인터뷰에 응해달라는 부탁이었다. 사실 요즈음 같이 한국사회에서 지식인이 하고 있는 역할에 대해 낭패감을 느끼고 있는 상황에서, 또 이 난국에 별다른 의미 있는 역할도 못하고 있다는 자괴감에 빠져 있던 내가 인터뷰에 응하는 것이 내키지는 않았다. 그러나 새로이 <시사저널>에 일하게 된 지인을 도와야 한다는 생각에서 인터뷰에 응하였다. 또한 <시사저널>에 대해 내가 가지고 있던 공정한 언론이라는 인상도 여기에 한 몫을 한 것이 사실이다. 물론 나는 지인으로부터 시사저널의 최근 사태에 대한 사전설명을 듣지 못하였다.

한 원로언론인이 인터뷰를 위해 연구실로 방문하여 질문을 하기 시작하였을 때, 나는 무척 당황하였다. 보통 인터뷰의 경우, 사전 질의내용이 전달되어 미리 준비를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식이다. 그러나 그 내용이 사전에 통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제기된 것들은 상당한 정치적, 이데올로기적 의도를 지닌 유도성 질문이었다. 현 집권 세력에 대한 비판, 한국사회의 개혁세력에 대한 비판을 파헤치는 내용이 주조를 이루었다. 인터뷰를 중단하고 싶었지만, 굳이 연구실까지 방문한 원로 언론인에 대한 예의 때문에 인터뷰를 계속하였던 것이 화근이었다. 이 원로 언론인이 돌아간 후, 나는 곧바로 지인에게 전화를 하여, 작성될 기사에 대한 나의 우려를 전달하였다. 그는 원고가 완성되면 인쇄 전에 보여줄 것을 내게 약속하였다.

그러나 나는 오늘 사전에 확인하지 못한 채 내 인터뷰 내용이 나간 <시사저널> 제900호를 받았다. 우선 “대통령이 현대사 문제를 입에 올리는 것은 옳지 않다”는 제목부터 나를 당혹스럽게 하였다. 결국 대담자는 나의 인터뷰를 대통령 비판으로 즉시 가져갔다. 나 역시 대통령의 최근 행보에 대해 우호적이지는 않지만, 우리 사회에 만연한 정치권에 대한 신랄한 냉소와 체통을 잃은 선정적인 비난에 동참하고 싶은 생각이 없기에, 이런 제목에 나는 낭패감을 느꼈다. 한 민족이 두 진영으로 나뉘어 전쟁을 겪었고, 이에 연유한 온갖 학살과 테러가 난무하였던 한국현대사를 해석하고 이를 역사교육의 현장에서 공정하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역사해석문제가 어느 한쪽에 의해서도 쉽게 정치화되어서는 안되고, 차라리 전문역사가의 연구와 토론을 거치는 것이 적절하다는 것이 나의 정확한 의도였다. 특히 지금처럼 여론주도층이 현대사 해석문제로 이렇게 대립하고 있는 시기에는 더욱 신중한 해결방식이 필요하다는 의미였다.

또한 문맥상으로 판단한다면 나의 인터뷰는 한국 사회에서 정치의 민주화나 경제의 민주화가 혼란스레 많이 실현된 것으로 표현되어 있다. 그러나 나의 정확한 의도는 이와는 다르다. 정치의 민주화가 법치주의에 대한 존중이나 절차 민주주의의 실현으로 이어지지 못한데 대한 애석함을 표현하는 의미로 발언하였음을 밝히고 싶다. 경제민주화에 대해서는 오히려 적게 실현되었음을 강조한 바 있다.

방학기간을 이용해 연구에 전념하고픈 나의 의도와는 달리, 이런 일로 격앙된 하루를 보내면서, 이 땅에 사는 한 시민이자 지식인으로서 나는 깊은 피로를 느낀다. 언론이 최소한의 절차와 양심을 지키지 않는 사회, 언론에 의해 진실이 왜곡되고 개인의 주장이 왜곡되는 이 사회에서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서명숙씨의 명칭을 빌리자면, ‘짝퉁 시사저널’은 최소한 나에게 전말을 알리고 인터뷰에 응했어야 하지 않을까? 최소한 마지막 원고를 내게 보였어야 하지 않는가?

여성단체의 대표로서 그리고 우리 사회를 염려하는 한 교수로서 나는 인터뷰 때문에 편집권의 독립을 지키다가 고난을 겪고 있는 <시사저널> 편집국 기자들에게 누를 끼친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이들이 다시 본연의 사명에 복귀하고, 그리고 이 땅에 정론의 상식이 정착하는 그 날을 꿈꾸며, 이 글을 마친다. 
                                                                                                        2007년 1월 16일

※ 정현백 교수가 해명의 글을 발표한 것에 대해 금창태 사장은 인터뷰 원문 공개를 통해 정 교수의 해명은 일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금 사장이 보내온 인터뷰 원문에는 “국민적 논란이 있는 현대사 해석 문제를 대통령이 자꾸 발언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고 생각한다”고 적혀 있다.
본보가 사실 진위여부를 명확히 하고자 인터뷰의 전체 원문을 금창태 사장에게 요청했으나 보내오지 않았다. 이미 900호에서 기사화 한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고 노조 측이 잘못 보도됐다고 주장하고 있는 내용도 이 부분이 전부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