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사설·칼럼 통해 지지후보 공개

2007 대선공정보도 <지지후보 공개> (3)선진국 사례

장우성 기자  2007.01.17 14:37:16

기사프린트

기사 객관성 유지…‘의견과 사실 분리’ 원칙 확고

민주주의가 발달한 선진국의 경우 대부분 신문이 선거에서 지지 정당이나 후보를 사설을 통해 공개하고 있다. 사설을 통해서는 지지후보 및 정당을 공개하되 일반 기사에서는 객관성을 지키는 ‘의견과 사실의 분리 원칙’이 전통으로 자리잡았다. 독일 등과 같이 밝히지 않는 관행이 강한 나라도 있다. 그러나 법으로 지지 정당이나 후보 공개를 금지하는 경우는 없다. 이는 언론의 자유에 속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미국, 선거 1∼2주전 지지자 밝혀
미국 신문은 일반적으로 대통령 선거에서 지지 후보를 공개하고 있다. 선거 1~2주 전 지지후보를 밝힌다. 신문의 지지선언은 ‘endorsement’라고 표현된다. 1996년 선거 당시 미국의 4백15개 신문을 조사했더니 사설에 지지후보를 밝히지 않은 경우는 27.8%였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2000년 선거 당시 워싱턴포스트와 뉴욕타임스는 사설을 통해 민주당의 고어 후보를 지지했다. 워싱턴타임스와 시카고트리뷴은 부시 후보를 지지한 사설을 실었다. 그러나 LA타임스의 경우 2000년 선거에서 지지선언을 하지 않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후보 공개는 각 신문사의 자유인 것이다.

2004년 선거에서 워싱턴 포스트는 사설을 통해 민주당 케리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사설에서 “우리는 지혜와 열린 자세를 갖춘 케리 후보의 주장이 더 많은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얻었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도 케리를 지지했으며 필라델피아와 샌프란시스코, 보스턴의 일간지들 역시 케리의 손을 들어줬다. 부시는 댈러스와 시카고 일간지들의 지지를 얻은 바 있다.

미국 신문은 대부분이 지역지여서 지방선거에서도 지지후보를 밝힌다.

사설에서 지지후보를 밝히더라도, 그 후보의 약점은 물론 나머지 후보의 장점과 단점 역시 공익적 차원에서 다루는 것이 특징이다.

뉴욕타임즈는 후보를 결정할 때 논설위원과 편집국 간부들이 토론을 벌이며, 워싱턴포스트는 사주의 입장이 강하나 사설 이외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미국 신문들은 지지후보를 사설에서 밝히되 기사에서는 공정하게 취급하고 있다.

영국, 특정 후보보다 정당별 지지
영국 신문 역시 선거 때 사설이나 칼럼을 통해 지지 정당을 자유롭게 밝히고 있다.
의원내각제를 실시하고 있는 영국은 특정 후보보다 정당별 지지를 밝히는 게 특징이다.

영국에서는 ‘더 타임스’ ‘가디언’ ‘인디펜던트’ ‘데일리텔러그래프’ ‘파이낸셜타임스’를 5대 권위지로 꼽는다.

타임스는 보수적 성향이어서 전통적으로 보수당을 지지해왔다. 가디언은 좌파 계열로 노동당 지지 성향이 강하다. 인디펜던트는 가치중립성과 공정성을 모토로 창간돼 지지 정당을 밝히지 않았으나 최근 들어서는 방침이 바뀐 것으로 알려졌다.

그 외 영국에서 최대 발행부수를 기록중인 ‘선’ 을 비롯해 ‘이브닝스탠다드’ ‘미러’ 등 시사뉴스를 다루는 타블로이드지도 지지 정당을 공개한다. ‘선’은 1997년 선거에서 1면 사설을 통해 노동당의 토니 블레어 후보를 강력하게 지지한 바 있다.

인제대 김창룡 교수(언론정치학부)는 “영국 신문들은 정책을 근거로 지지 정당을 자유롭게 밝히고 있다”면서도 “사설에서는 공개하나 일반 기사에서는 철저히 객관성을 지킨다”고 말했다.

프랑스, 사내 의견 수렴후 후보 결정
프랑스 신문은 원칙적으로 사설을 통해 지지후보를 공개하고 있다.
지난 2002년 프랑스 대부분의 신문들은 극우 성향의 르팽이 대통령 결선투표에 오르자 이를 공개적으로 반대, 시라크 후보 지지를 선언한 바 있다.

사회당을 주로 지지해온 중도 및 좌파 성향의 신문들도 사회당의 죠스팽이 결선투표 진출에 실패하자 극우파의 집권을 막기 위해 우파인 시라크 후보를 선택했던 것이다.

80년대 미테랑의 집권 시에도 최고 권위지 르몽드는 미테랑 지지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유럽통인 언론인 주섭일씨는 “프랑스 신문은 자기 정체성이 강하기 때문에 대통령 선거나 총선에서 지지후보 및 정당을 명확히 공개한다”고 말했다.

프랑스 신문은 지지후보 및 정당을 결정할 때도 일정한 사내 절차에 따른다.
사장이나 편집국장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토론회나 사내 의견수렴 절차를 반드시 거친다.
이렇게 민주적인 과정을 통해 이뤄진 결정에 따라 주필이나 사장이 직접 지지후보나 정당을 밝히는 사설을 쓴다.

프랑스 신문 역시 사설에서는 지지 후보 및 정당을 공개하더라도 일반 기사에서는 엄격히 공정성을 추구하고 있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판 성일권 편집주간은 “프랑스 신문은 선거철에도 정치 기사를 과다하게 싣지 않는등 차분한 분위기를 유지하며, 일반 기사에서 지지율 등을 경쟁적으로 보도하거나 특정 후보에 편파적인 내용을 싣지 않는다”고 말했다.

독일, 후보·정당 밝히지 않는게 관례
독일에서는 다른 유럽 국가들과 달리 지지후보 및 정당을 밝히지 않는 게 관례다. 법적인 제약은 없다.

2002년 총선 당시 선거 6일 전, 파이넨셜타임스 독일판이 사설에서 기민당·기사련 지지를 밝혔다가 논란이 된 적이 있다. 이에 대해 주요 신문들은 선정주의적 상술로 평가절하하며 지지 정당 공개는 독일 저널리즘의 대안이 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는 독일의 독특한 언론 문화에서 비롯된다. 한국언론재단 김영욱 미디어연구팀장은 “독일 언론은 영미권에 비해 현안을 적극적으로 해석하고 평가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지지 정당을 밝힐 경우 역설적으로 큰 부담을 느끼기 때문에 공개하지 않는 게 관행이 돼 있다”고 말했다.
장우성 기자 jean@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