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그럴리가. 더욱이 세인의 관심을 모았던 현대차그룹 조사인데...” 금품수수 제보를 처음 접했을 때의 첫 반응이었다. 더욱이 공정위를 8개월 가까이 출입처로 두고있는 상황에서 이런 제보는 애당초 믿기지 않았다. 그래서 사실을 확인하는 과정은 신중했고, 더욱 치열했는지도 모른다.
철저한 보안속에 취재를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문제가 된 공정위의 사무실을 기웃거릴 수도 없었다. 우회적인 수법으로 확인해야 했다. 이래저래 힘든 취재였다.
이틀 동안의 취재 끝에 사실을 확인하는 순간, 특종을 낚았다는 느낌보단 마음 한 구석에 허탈함이 일렁였다. 어느 조직보다 청렴하고 깨끗해야 할 공정위가 정말 이렇게 타락할 수 있는가.
이달의 기자상을 받게 됐다는 소식을 휴대전화를 통해 전해들은 그 날은 공교롭게도 공정위 간부들과의 송년 회식이 예정된 날이었다. 저녁 회식자리에서 평소 친하게 지냈던 한 공정위 간부는 “공정위를 이렇게 만신창이라고 만들어놓고, 상 타면 좋아” 이렇게 짓궂은(?) 축하의 말을 건네며, 소주잔이 넘칠 정도로 술을 채워줬다. “국장님, 왜 그러세요. 창피합니다. 조용히. 남들 다 들어요.” 옆에 있던 또 다른 간부는 “다른 사람들 다 알아, 기자의 본분을 다 한 거지 뭐, 아무튼 축하해.” 그러면서 이 말을 빼놓지 않는다. “그런데 말야 다음부턴 좋은 기사도 부탁해” 꽉 채워진 술잔이 여러 번 오갔다. 그 날은 몹시도 취했다.
부디 이번 보도와 관련한 문제 제기가 앞으로 사안이 있을 때마다 공정위를 손가락질하는 모티브나 안주거리로 제공하는 것이 아니었으면 한다. 공정위 직원들의 바람처럼 공정위가 다시 태어나는 계기로 작용했으면 한다. 출입기자로서 공정위의 저력을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