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선에서 동아.조선. 중앙 등 주요 신문들은 사설. 칼럼을 통해 사실상 지지 후보를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언론의 지지후보의 공개를 금지하는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이하 공선법) 제96조는 유명무실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본보가 3개 주요 신문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의 지난 1997년과 2002년 대선 2~3개월 내의 사설과 칼럼을 살펴본 결과, 지지 후보의 이름을 들어 단정적으로 밝히지 않았을 뿐, 후보에 대한 입장을 뚜렷이 공개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선일보는 1997년 대선 때 사설과 칼럼을 통해 당시 수세에 몰렸던 신한국당 이회창 후보에게 다양한 제언을 건넸다. 이인제 후보의 탈당과 독자 출마 등 반 DJ 진영의 분열에 대해서는 강하게 비판했다.
중앙일보는 1997년 대선에서 ‘3김 시대 청산’을 내걸었다. 2002년 대선 당시 세 신문의 사설과 칼럼 역시 이회창 후보에 우호적 입장을 보이고, 노무현-정몽준 후보의 단일화를 비판했다.
공선법 제96조는 “방송·통신·잡지 기타의 간행물을 경영·관리하는 자 또는 편집·취재·집필·보도하는 자는 특정 후보자를 당선되게 하거나 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선거에 관하여 허위사실을 보도하거나 사실을 왜곡하여 보도 또는 논평을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선관위 등의 유권해석에 따르면 이 조항은 언론의 특정정당 및 후보에 대한 지지 표명을 금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내일신문 남봉우 편집위원은 “역대 대선에서 신문들은 사설은 물론 일반 기사를 통해서도 사실상 지지후보를 드러내 왔다”며 “법이 현실을 못따라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남 위원은 “사설에서는 지지후보를 공개하고, 스트레이트 기사에서는 더욱 객관성을 유지하게끔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조준상 정책실장은 “지지후보를 공개할 경우 정파적인 한국 언론의 상황이 더 악화된다는 우려가 있으나 오히려 은닉된 정파성을 정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은 지난해 9월25일 미국 워싱턴의 한 식당에서 국내언론사 특파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나라에서는 지지후보가 낙선되면 그 다음에 신문이나 방송을 유지할 수 있겠느냐”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 바 있다. 장우성 기자 jean@journalist.or.kr
<공선법> 언론의 후보 및 정당지지 표명과 관련된 공선법 조항은 96조와 언론중재위가 선거기사를 심의해 정정보도, 사과문을 낼 수 있도록 한 제8조 3항이라고 할 수 있다. 지지후보 공개가 가능하려면 이 조항이 개정되거나 폐지돼야 한다. 혹은 선관위가 전향적인 유권해석을 내린다면 허용될 수도 있다. 언론의 지지후보 금지를 법적으로 강제하는 국가는 극소수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