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전국시대 곧 천하를 통일할 것 같던 오다 노부나가가 부하들의 반란으로 혼노지라는 절에서 일생을 마친 것을 두고 일본인들은 ‘혼노지를 조심하라’는 격언을 만들어냈다. 그만큼 외부의 적보다 내부의 적이 더 무섭다는 점을 상기시키는 말이다. 최근 한국은 이어도, 독도 문제 등으로 일본, 중국과의 관계가 껄끄러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해상전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해경의 전력 강화 사업도 이 같은 국제정세 속에서 추진된 야심찬 사업중 하나이다. 그러나 해경의 장비도입과 관련된 잡음은 끊이질 않았고 해경 내부에서조차 이 같은 일련의 장비도입 과정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져 가고 있었다. 국가 방위력에서 외적인 전력보강도 중요하겠지만 그 과정의 투명성과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부패라는 내부의 적을 솎아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에 이번 취재에 임하게 됐다.
취재 결과 해경의 추진사업이라고 믿기 힘들만큼 큰 의혹들이 곳곳에 자리잡고 있었다. 특히 장비입찰에 문외한인 기자가 보더라도 일방적인 특정사 밀어주기식 장비도입과정은 국민의 혈세 낭비는 물론 장비도입 이외의 목적이 있지 않았는가 하는 의문까지 들게 만들었다. 입찰과정에서 탈락하게 된 입찰사들이 앞으로 해경사업에 참여하지 못할 것을 두려워해 몸을 사리는 등 취재에 어려움도 많았다.
기사가 나간 뒤 의혹 투성이인 해상구조기 도입과정에 대한 청취자들과 독자들의 성토가 줄을 이었다. 지난 10월 있었던 해양경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도 이 문제가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해상구조기 도입사업은 감사원의 감사를 받게 됐으며 해경은 기사가 지적했던 입찰과정의 문제점들을 고치고 기술심사위원들을 모두 교체하는 등 사태 수습에 나섰다. 이번 취재를 통해 제대로 된 공개경쟁입찰이 이뤄진다면 적어도 수 십 억원의 국세를 아낄 수 있을 것이다. 사회감시라는 언론본연의 역할에 충실한 기사였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꼈다.
기자는 기사로 승부하는 거라며 지원을 아끼지 않은 춘천CBS 하근찬 보도국장님이 없었더라면 이 기사는 나오기 힘들었을 것이다. 또 후배기자 두 명이 자리 비운 태가 나지 않도록 도와주신 손경식 선배에게도 감사를 드린다. 악전 고투 속에서 동기인 박현 기자와 함께 만들어낸 소중한 성과물에 대한 상인지라 더욱 큰 의미로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