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를 시작할 즈음 고분양가를 둘러싼 논란은 수도권 전역으로 번져가고 있었다. 고분양가 논란의 촉발점이 된 파주의 ‘ㅎ’ 아파트는 건설사와 시행사가 이미 천여페이지에 달하는 각종 인·허가 관련 자료들을 시에 제출한 상태였고, 이를 근거로 추산한 택지 조성원가와 건축비는 실제 분양공고에 나타난 것과는 엄청난 차이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결국 시행사 임원은 땅값을 조성원가가 아니라 감정평가를 통해 부풀렸음을 시인했다. 자신의 브랜드 이름을 빌려주고 시공을 맡은 건설업체는 “가격은 논하고 싶지 않다”는 말로 원가 공개를 거부했지만 “당신이 (가격 구조를) 더 잘 알텐데 왜 우리만 가지고 그러느냐”는 말을 덧붙였다.
이번 취재가 얼마나 객관성을 확보할 수 있느냐는 문제도 또 하나의 관건이었다. 하지만 업계 내부 자료를 입수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몇몇 건설업계, 시행업계 관계자들은 여러 위험을 감수하고 취재진에게 내부의 속사정을 얘기해 줬다. 취재진은 이들로부터 확보한 20여건의 내부문서를 통해 아파트의 실제 건축비와 토지 조성 원가, 그리고 중도금 무이자와 같은 업계의 허위광고 등을 확인할 수 있었고, 분양가 인상을 통한 이익 나눠먹기 조항이 건설사와 시행사 간의 거의 모든 아파트 건축 도급계약서에 들어 있음도 확인했다.
이번 취재의 또 다른 축은 공기업들이었다. 공공택지와 주택공급을 도맡고 있는 토공과 주공. 이들로부터 받은 분양 원가 관련 자료들은 구체적인 내역을 확인하기 힘든 숫자의 나열에 불과했고, 이것도 대부분 민간업체들의 관련 비용보다 몇 배나 비싸게 책정된 것들이라고 건설업계 관계자들은 증언했다. 공기업 관계자들은 개인이 투기적 이익을 영유하는 것보다 기업들을 통해 사회적으로 투기이익을 환수하는 게 더 좋지 않으냐는 궁색한 논리로 고분양가를 정당화하고 나섰다. 하지만 이는 역으로 적지 않은 이익을 분양가에 얹어 챙겨가고 있음을 시인하는 셈이 된다.
‘시장 자율’이라는 미명 하에 최근 몇 년간 치솟은 아파트 분양가는 오히려 많은 소비자들을 빚더미에 앉게 만들거나 아예 시장 밖으로 밀어내 버리는 ‘실패’를 양산하고 있다. 대다수 국민들의 삶을 어렵게 하고 있는 아파트 고분양가는 적절한 규제와 검증시스템이 결여된 자유 시장경제 체제가 얼마나 허구일 수 있는지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