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년의 우정. 같은 대학, 같은 과, 같은 학번, 같은 직업 친구들이 같은 언론상을 받았다.
고대 언론인교우회(회장 배병휴)는 19일 ‘제13회 자랑스러운 고대 언론인상’을 발표했다.
4명이 수상한 이 상에서 SBS 우원길 논설위원을 제외한 나머지 3명의 인연이 흥미롭다.
중앙일보 박보균 편집국장과 연합뉴스 박정찬 특임이사, 동아일보 이재호 수석논설위원이 그들이다. 고향은 각각 서울과 대구 그리고 광주로 제각각이지만 이들은 정외과 73학번 동기로 1학년 때부터 붙어다니며 막걸리로 밤을 지새운 친한 친구들이다. 미팅이 있을 때는 상대 여성에게 서로 잘 보이려 티격태격하는 사이였다. 서로 욕지거리를 뱉어도 흔쾌히 받아들이는 막역지우라고 한목소리다.
학창시절 이들 사이에 ‘기자가 될 놈’은 박보균 국장이었다. 박 국장은 1학년 때부터 학보사 ‘고대신문’에서 기자를 했다. 박정찬 이사는 영어에 심취 외교관으로 빠질 생각을 했었다. 이재호 위원은 기자보다는 공부를 더 해 교단에 서고 싶었다.
그러나 기자는 1978년 합동통신에 입사한 박정찬 이사가 제일 먼저 됐다. 이 위원은 “정찬이가 군대를 방위로 나와 더 일찍 기자가 됐다”며 “언론사에 먼저 들어가 선배라고 폼 잡고 그랬는데 친구들끼리 폼 잡는다고 잡아지냐”며 웃었다.
대학원에 들어간 박 국장은 중앙일보에 합격하자 1981년에 바로 입사했고, 이 위원도 같은 해 동아에 입사했다.
먼저 입사한 박 이사는 “보균이와 재호가 동대문서에 함께 출입하는 수습기자였는데 서로 기사를 가지고 다툴 때가 있었다”며 “내가 선배로서 폼 잡으며 ‘경쟁은 하되 싸우지는 마’라고 중재했다”고 회상했다.
입사가 빨라 항상 앞서나간 사람은 박 이사다. 워싱턴특파원도 이 위원보다 빨랐고 편집국장도 박 국장보다 빨랐다. 이재호 위원과 박보균 국장은 거의 비슷한 길을 걸었다. 2000년에는 이 위원과 박 국장은 각각 동아와 중앙에서 정치부장을 맡았다. 친한 친구끼리 경쟁이 은근히 심했을 것 같다는 말에 “뉴스를 보는 눈이 서로 달라 누가 물을 더 먹여 힘들게 했는지 기억은 잘 나지 않는다”고 애써 말했지만 “보균이가 원래 정당 쪽에서 굉장히 강했고 나는 외교안보 쪽에 강했다”고 에둘렀다.
박정찬 이사는 “지금 서로 바빠 잘 만나지 못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친한 친구들”이라며 “함께 상을 받으니 더욱 기쁘다”고 흡족해 했다.
이들은 내년 2월에 열리는 시상식에 참여 34년 동안 이어온 끈끈한 만남을 다시 가질 예정이다. 이대혁 기자 daebal94@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