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선임 후폭풍’이 방송계를 뜨겁게 달군 한 해였다. KBS·EBS는 공영방송 사장 선임과 방법 등을 둘러싸고 노조와 이사회 혹은 노조와 사장 간 힘겨루기가 지속됐다.
불미스러운 일도 연이어 터졌다. KBS는 방송중단 사고가 발생하는가 하면 SBS는 일부 PD와 직원들이 간접광고 비리에 연루돼 구속되거나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또 방송통신위원회는 출범 전부터 여러 문제에 봉착해 있다. 풀어야 할 문제가 한 두가지가 아니다. 경인방송(주) 역시 개국에 앞서 백성학 공동대표의 ‘국가정보 유출’의혹이 제기되면서 개국 시점을 점치기 힘든 상황이다.
다사다난했던 병술년 한 해 동안 발생했던 방송계 주요 사건·사고를 되짚어 본다. KBS·EBS 사장 인선 논란 2006년 KBS와 EBS는 사장 인선을 둘러싸고 홍역을 치렀다.
KBS 정연주 사장은 3기 방송위원회의 구성이 늦어지면서 임기만료 석 달이 지나서야 사장직에서 물러나는 촌극을 연출했다.
KBS이사회는 사장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를 구성했지만 사장후보 추천방식을 놓고 사추위가 난항을 거듭하더니 급기야 일부 위원의 사퇴와 불참으로 사추위는 결국 제 역할을 하지 못한 채 활동을 종료했다.
KBS이사회는 자체적으로 13명의 사장후보에 대한 면접을 실시한 뒤 정연주 전 사장을 사장으로 임명 제청했고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정연주 전 사장을 차기 사장으로 임명했다.
그러나 노조를 비롯, 정 사장의 연임을 반대하는 조직원들의 반발은 여전히 거세다.
또 정 사장 연임에 강한 반대의사를 표명한 후보가 조합원들의 몰표를 받아 신임 노조위원장으로 당선되는 등 정 사장을 둘러싼 KBS 조직 내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EBS도 구관서 사장 선임을 둘러싸고 갈등을 겪었다. 방송위원회가 지난 9월 구관서 전 교육인적자원부 정책홍보관리실장을 EBS사장으로 선임하면서 노조 등의 반발이 이어졌다.
EBS노조는 구관서 사장 내정자에 대해 박사 학위 논문 표절, 자녀위장 전입, 부동산 임대소득탈세 등의 문제를 제기했다.
이런 가운데 9월25일 EBS팀장 41명이 사장 선임에 대한 반발로 보직을 사퇴한 데 이어 EBS 전 직원 6백여 명이 지난달 6일 ‘구관서 사장 자진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결국 ‘EBS 구관서 사장이 1년 간 경영한 뒤 중간평가를 하겠다’는 잠정 합의안이 노조 대의원 대회에서 한 차례 부결됐으나 재 논의 끝에 일단락 됐다.
방송통신위원회 출범 난항 지난 6일 ‘방송통신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이 입법 예고됐다.
법안은 방송과 정보통신에 관한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대통령 소속하에 방송통신위원회를 설치하도록 돼 있다. 위원회 구성은 위원장 1명을 포함해 부위원장 2명, 상임위원 2명 등 정무직 5명으로 구성하고 대통령이 방송·통신 관련 전문성 등을 고려해 임명토록 했다.
하지만 한나라당 방통융합특위가 입법 예고안에 대한 반대 입장을 보였고 이해 당사자인 방송위원회도 이번 법률안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결정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직무상 독립을 보장하지 않음으로써 방송의 독립성과 공익성·공공성을 담보할 수 없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법안을 만든 과정에서 방송위가 소외되고 특정부처 중심으로 논의돼 왔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대통령의 위원 전원 임명’조항을 둘러싸고 방송의 독립성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결국 국무총리 자문기구인 방송통신융합추진위원회는 지난 15일 이 안을 철회하고 국회가 부분적으로 추천권을 행사하는 방향으로 수정키로 했다.
하지만 풀어야 할 문제들은 산적해 있다.
산업진흥 문화콘텐츠 정보화 방송프로그램유통 등에 있어 산자부 문화부 행자부 공정거래위 등 타 부처와의 업무중복도 해결해야 할 과제 가운데 하나다.
방송뉴스, 심층성으로 승부
뉴스의 심층화는 케이블방송의 약진과 포털 등 인터넷뉴스의 급성장 등으로 지상파 방송뉴스가 전반적인 위기를 맞으면서 선택한 불가피한 대안이다.
변화의 폭이 가장 큰 방송사는 MBC로 지난 8월 송재종 보도국장이 임명되면서 개혁의 박차를 가하고 있다. MBC는 가을개편부터 메인 뉴스인 ‘뉴스데스크’에 비중 있는 아이템의 경우 취재기자가 직접 스튜디오에 출연·설명해 시청자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
또 발생 즉시 다뤘던 속보경쟁에서 탈피,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보다 깊이 있게 취재한 2분 이상 리포트를 하루에 적어도 3개 이상을 편성하고 있다. 이같은 변화는 대체로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MBC 관계자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KBS도 뉴스의 심층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KBS는 ‘뉴스 9’의 전체 리포트 수를 줄이는 대신 2분 이상 리포트를 3∼4개로 늘리고 3분 이상 리포트도 1개 이상 편성하는 등 심층·탐사보도를 경쟁력 강화의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KBS는 또 전문화를 위해 8∼15년차 기자를 한 분야에 장기간 배치하고 집중 교육하는 예비전문기자를 현 7개 분야에서 15개 분야로 대폭 확충할 계획이다.
주요 사건·사고 ◇용태영 특파원 피랍 지난 3월 KBS 두바이 주재 용태영 특파원이 피랍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용 특파원은 하마스 집권이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취재목적으로 들어가 식사를 마치고 쉬던 중 무장단체가 총기를 들고 호텔에 난입, 총격을 벌인 뒤 피랍됐다. 제2의 김선일 사건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마음 졸이던 이들은 다행히 용 특파원이 24시간만에 무사히 풀려나자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상호 기자 유무죄 논란 지난 8월 서울중앙지법이 안기부 도청 녹취록인 X파일 내용을 보도해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MBC 이상호 기자에게 무죄를 판결했을 때 언론계는 잔뜩 고무됐다. ‘언론의 자유’를 한 단계 격상시킨 큰 수확으로 평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11월 열린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1심 판결을 뒤집고 이 기자에게 징역 1년을 구형됐다. 이어 항소심 선고공판에서도 법원은 이 기자에게 징역6월에 자격정지 1년과 형의 선고유예 판결이 내렸다. 언론계는 모든 보도행위에 대해 유죄를 선고한 것이라며 법원이 언론의 기본 기능과 보도내용의 참된 의미마저 외면했다고 비난했다. 이 기자는 현재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로 재판부 배정을 기다리고 있다.
◇뒤숭숭한 SBS 드라마에서 간접광고를 해준 대가로 금품을 받은 전 SBS 김모 PD와 SBS아트텍 박모 소품담당 총감독이 지난달 30일 구속된 데 이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SBS PD와 제작행정 직원이 지난 11일 해임됐다.
앞서 지난 4일에는 ‘제이유그룹 로비 의혹사건’과 관련, 안국정 사장의 부인인 임 모씨가 회원으로 가입해 활동했다는 보도가 일부 언론을 통해 전해지기도 했다.
지난 8월 SBS의 자회사인 ‘SBS인터내셔널’을 통해 2010∼2016년 동·하계 올림픽에 이어 2010, 2014년 월드컵 중계권을 단독 계약하면서 중계권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이런 가운데 의미있는 변화도 모색하고 있다. SBS는 13일 이사회를 열고 지주회사 전환을 추진키로 의결했다. 이에 따라 SBS는 방송부문과 투자부문 회사로 분할, 방송부분은 존속법인 SBS로 유지하고 투자부문은 지주회사 법인인 ‘SBS 미디어홀딩스’에서 맡게 된다.
지주회사 전환은 내년 2월쯤에 열리는 주총에서 최종 결정된다.
◇경인방송 출범부터 ‘삐걱’ 지난 10월30일 국회 문화관광위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채택된 경인방송(주) 신현덕 대표가 또 다른 공동대표인 백성학 회장이 ‘국가정보를 유출’했다는 증언이 나오면서 사태는 일파만파로 번졌다. 문광위는 두 전 공동대표를 국회 위증혐의로 검찰에 고발, 검찰수사에 의해 사실여부가 규명될 것으로 보인다. 영안모자와 경인방송(주) 등은 신현덕 전 대표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데 이어 CBS 이정식 사장을 포함해 일부 간부와 기자들을 또한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소한 상태다. 모든 의혹이 해소된 이후 방송위 허가추천이 가능하기 때문에 내년 5월 본방송은 사실상 힘들어진 상태다.
월드컵 세상, 6월은 없었다
KBS와 MBC, SBS, YTN 등 방송 메인 뉴스가 월드컵 관련 보도에 ‘올인’하면서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붕어빵 월드컵 방송’, ‘고무줄 편성’이라는 비난이 이어졌고 월드컵 외엔 볼 뉴스거리가 없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았다.
한국·프랑스 전이 열린 직후의 MBC ‘뉴스데스크’는 오후 7시 55분부터 9시 50분까지 1백15분간 진행됐으며 SBS ‘8뉴스’는 1백분, KBS는 60분의 시간을 할애했다.
메인뉴스의 월드컵 보도 편중현상은 “월드컵 외엔 볼 뉴스거리가 없었다”는 여론의 비판을 그대로 입증했다.
MBC ‘뉴스데스크’와 SBS ‘8뉴스’, KBS ‘뉴스9’까지, 방송사들은 하나같이 절반이 넘는 뉴스를 월드컵에 할애 각 언론단체와 시청자들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김창남 기자 kimcn@journalist.or.kr
정호윤 기자 jhy@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