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내년 8월까지 유력 대통령 예비 후보의 ‘대담·토론형’ 인터뷰 기사를 싣지 말라고 요구해 언론계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14일 동아일보에 ‘대선 입후보 예정자 대담 관련 기사 게재 중지 촉구’라는 제목의 공문을 보내 “동아일보의 ‘유력 대선주자 연쇄 인터뷰’는 공직선거법 규정에 위반되므로 즉시 기사 게재를 중지하고 다른 대선 후보의 대담·토론 기사도 게재되지 않게 해 달라”고 밝혔다.
동아일보는 공문이 전달된 뒤에도 대선 예비 주자 인터뷰를 계속 내보냈으며 18일자에는 1면 머릿기사로 선관위의 요구 내용을 공개했다.
선관위 측은 매일경제와 한국경제에도 같은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고 밝혔다.
19일에는 신문, 방송, 인터넷언론을 포함한 8백여개 언론사에 ‘후보자등 초청 대담·토론회와 관련한 선거법 안내’라는 제목의 공문을 보냈다.
선관위는 ‘언론기관은 대통령선거일 전 120일부터 대담·토론회를 개최하고 이를 보도할 수 있다’고 규정한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 82조를 근거로 삼았다. 동아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의 인터뷰는 81조에 규정된 ‘대담’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언론단체와 신문들은 선관위의 요구를 비판했다. 한국기자협회는 19일 ‘선관위는 언론자유를 침해하지 말라’는 성명에서 “백주 대낮에 언론사를 찾아와 ‘보도지침’적 성격의 공문을 주고 간 것은 군사독재정권에서나 볼 수 있었던 행위”라고 비판했다.
기자협회는 “동행취재나 방문취재는 가능하고 대담은 안 된다는 선관위의 해명은 관련규정의 적용방식과 해석에 대한 기준도 마련치 않은 채 법규만 들이대는 구태”라며 “선관위는 지금이라도 잘못된 법규정을 고치고 공정한 대선을 위해 자신들의 역할을 재고할 것”을 촉구했다.
동아일보는 18일자 사설 ‘‘대선 주자 인터뷰 말라’는 희한한 선관위’에서 “선관위의 느닷없는 주문은 언론의 자유와 국민의 알 권리를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자의적 법 해석”이라고 밝혔다. 경향신문, 서울신문, 세계일보, 중앙일보도 19일 사설을 통해 선관위의 결정을 반박했다.
파문이 확산되자 선관위 측은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려는 의도가 아니라고 해명했다. 안효수 공보담당관은 “이번 조처는 2003년 헌법재판소가 오마이뉴스가 제기한 헌법소원을 각하하면서 공직선거법 82조를 엄격히 적용하라고 해석한 데 따른 것이지 다른 의도는 없다”며 “언론사들이 우려에 대해 선관위원들이 협의를 가질 예정이며 의견 통일이 안 될 경우 21일 전체회의를 열기로 했다”고 말했다. 장우성 기자 jean@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