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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영규 이달의 기자상 심사위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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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군 온정령에서 발원해 서쪽으로 흐르던 금강천은 중간에 남으로 방향을 틀어 북한강 상류로 흘러든다. 서울 한복판을 흐르는 한강의 한 끝은 결국 금강산 계류에 닿아있다. 금강산도 남으로 흘러 설악동으로 이어지고 백두대간을 타고 지리산까지 이른다. 이렇게 우리의 산하는 예나 이제나 남북을 막힘없이 흐르고 있다. 우리 동포들만 철책선에 막혀 자유롭게 왕래하지 못할 뿐이다. 금강산관광사업과 개성공단사업은 제한적인 왕래나마 가능케 한다는 점에서 다행이다.
6·15공동선언은 이런 교류를 경제 사회 문화 등 다방면으로 확대해 궁극적으로 한반도의 평화를 확보하고 자유로운 왕래를 하기 위한 것이다. 그 6·15 선언이 있은 지 6년을 지내고 지난 11월29일 남북언론인이 금강산에서 첫 만남을 가졌다.
때늦은 감이 있다. 그러나 시작이 중요하다. 이미 1백40만명이 다녀간 금강산사업이 근래 침체를 보인 것은 안타깝다. 그러나 이런 기류 속에 남북언론인이 금강산에서 만난 것은 뜻 깊은 일이다.
나의 뇌리 속에는 금강산 가는 버스 차창 밖으로 스쳐간 풍경들이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있다. 50여년 정지된 시간 속에 갇혀 자연에게 내맡겨진 땅. 인공의 냄새가 없는, 있는 그대로의 땅을 냇물은 퇴적물을 빗겨 굽이굽이 흐른다. 금강산 절경 감상도 좋지만 이런 정경을 보며 느끼는 감회는 더 소중했다. 분단의 아픔과 통일의 필요성을 새삼 일깨워준 순간이었다.
60여 년간 다른 세상을 살아온 남북 동포에게 절실한 것은 이질감 해소다. 따라서 이런 현실을 받아들이고 서로의 입장을 깊이 이해하는 데서 남북관계는 시작돼야 한다. 서로의 특성을 당장 허물지 않고 공통분모를 찾아 서서히 벽을 깨나가는 작업이 필요하다.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시작도 않고 문제부터 논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 각계에서 다양한 교류가 부단히 이뤄져야 하지만 남북 언론인의 교류는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여론을 선도하는 특성 때문이다. 언론이 폐쇄적인 사고를 가지면 통일을 향한 노력은 물거품이 될 수 있다.
어항 속에 새 물을 갈아줄 때 한꺼번에 쏟아 부으면 물고기들은 병들거나 죽어버린다. 신선한 물이라도 조금씩 흘려 넣어야 수온도 유지되고 물의 성질도 안정적으로 유지된다. 남북관계도 이와 다르지 않다. 이번 금강산모임에서 남북언론인들은 6·15공동선언을 지지하고 실천하는 데 앞장서기로 했다 또 남북언론인토론회의 성과를 발전시키기 위한 공동 협력 사업을 계속해 나가기로 약속했다.
우리는 황무지에 씨앗 한 톨을 이제 막 심었다. 이 씨앗을 가꿔 싹을 틔우고 열매를 맺기까지 정성을 들이는 일만 남았다. 오늘의 시작이 결코 헛되지 않을 것이다. 이번 모임에 참석치 못한 언론사와 유관단체 관계자들도 다음 모임에 함께 하기를 바란다. 남북언론인토론회를 성사시키기 위해 애쓴 기자협회 등 여러 단체 관계자 여러분의 노고에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