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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감이 친밀함으로…"다시 만나자"

[남북언론인통일토론회 참관기]박소혜 충주MBC 기자

박소혜 충주MBC 기자  2006.12.13 15: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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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소혜 충주MBC 기자  
 
60년 만에 이뤄진 남북 언론인들의 만남. 빼어난 절경을 자랑하는 금강산보다도 더 궁금했던 건 북한의 기자들이었다. 과연 어떨까.

‘남북언론인토론회’가 열린 오전 시간 금강산 온정리 문화회관에 단체로 입장한 북한 언론인들, 그리고 오후가 되서 함께 삼일포를 산책할 때까지만 해도 그들은 그저 슬쩍 멀리서 ‘관찰’당하는 대상이었다. 그리고 그날 저녁 열린 북한 기자들과의 만찬.

우리 테이블에 함께 앉은 2명의 북한 기자들을 향한 궁금증과 함께, 이 자리가 곧 서로에게 남과 북의 기억이 될텐데 하는 흥분이 뒤섞인 순간이었다. 북한은 남한과 다른 체제라 용어 사용이고 행동이고 조심해야 한다는 통일부의 방북교육까지 마친 터라, 무슨 얘기부터 시작해야 할 것인지 잠시 긴장이 오갔다.

“남측에서는 지금 한창 김장철이 지났는데, 여기서는 어떤가요?” “북측에서는 김장이 집집마다 대사(大事)입니다. 저희는 2독이나 담근 걸요” 그리고는 우리처럼 배추 몇 포기가 아닌 1백50kg들이 1독 단위로 김장을 담근다고 했다. 대화가 더해갈수록 흥미로워지는 그들의 일상사. 보름 정도의 휴가가 있다는 북측의 이야기에 ‘많이 쉬신다’고 했더니, ‘모자르다’는 답변이 오간다. 우리와 다를 게 없는 직장인 아닌가. “더 많이 놀고 싶은 건 마찬가지 아니겠습네까?”

취재가 아닌 대화로 들려야 할테지만, 선배의 다음 질문이 조심스럽다. “북측에서는 어떤 범죄가 많이 일어나나요? 도둑질, 강도… 살인 사건도 기사에서 다루나요?” “여기도 사람 사는 곳인데 범죄가 없겠습니까. 하지만 살인 사건 같은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습니다. 범죄 사건이 있다고 해도 기사에서는 다루지 않습니다. 선생님 같으면 다른 사람이 선생님 잘못했다고 꼬집는게 듣기 좋겠습니까? 저희는 미담 기사 위주로 씁니다. 그래야 주민들의 교양을 높이는데 도움이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어느 말이 맞고 틀린지는 모르겠지만, 우리와 언론관이 다른 것은 맞는 것 같다.

슬며시 남측에 묻는다. “남측 사람들은 북측의 어떤 이야기들을 알고 싶어 합니까? 기회가 되면 보여주고 싶습니다” 너무나 마음에 쏙 드는 질문이다. “사람 사는 이야기요. 그냥 있는 그대로 사는 모습 보여주세요. 어떻게 하루를 보내는지, 아이들 가정교육은 어떻게 시키는지, 저녁이 되면 뭘 하고 어떤 이야기들을 하는지, 그런게 가장 궁금하고 보고 싶어요.” 그 다음 무슨 말이 오갔는지는 흐려졌지만 의사는 전한 것 같다. 다른 체제와 다른 사상과는 상관없이 우리는 한 민족이고, 이렇게 같은 언어로 통하는 우리가 자유롭게 오가며 사는 모습 함께 보게 되길 바란다고, 같은 마음일테지만 표현한 것이라고 받아들여주길.

반백년 만에 만난 이산가족도 아니고, 그렇다고 외국 언론인들과의 만남도 아니었는데, 어떻게 시작해야 할 지 몰랐던 남북 언론인들의 만남은, 이렇게 서로에 대한 친밀함을 느끼며 마무리 됐다.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다시 만나자’고 하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