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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일형 연합뉴스 민족뉴스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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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남측 언론에 실망한 적이 있습니다.”
역사적인 남북언론인 토론회와 만찬장에서 낭랑한 목소리와 차분하고 논리정연한 말투로 남측 언론인들의 눈길을 모았던 정명순 6·15공동선언실천 북측위원회 언론분과위 위원이 일정 마지막 날인 11월 30일 오전 모란각에서 열린 남북언론인 대표자모임에서 던진 첫마디는 남측 언론인들을 긴장시키기에 충분했다.
정 위원의 발언에 앞서 우리는 2차 남북언론인 토론회를 남측에서 갖자는 원론적인 내용에 합의하자고 한창 북측을 설득하고 있는 와중이었기 때문이다. 정 위원은 “90년대 초 남측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 40분동안 연설했는데 다음날 신문에 1백자 정도(1단짜리 기사를 의미하는 듯) 났더라. 그런데 그 옆면에는 한 면을 털어 여자구두 한짝 광고가 실렸더라”고 실망의 이유를 설명했다. 무슨 엄청난 얘긴가 하고 긴장했던 남측 대표자들은 일순 웃어야 할 지 울어야 할 지 당황스런 표정들이었다.
기사와 광고를 구분하지 못해서 하는 말인지, 아니면 알면서 우스개소리로 한 말인지 알 수는 없었으나 어쨌든 거기에는 적지 않은 남북의 시각차가 함축되어 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정 위원에 앞서 발언한 북측 인사들의 말의 요지도 ‘먼저 남측이 돌아가서 이번 토론회에서 서로 약속한대로 6·15공동선언의 취지에 맞게 보도부터 하라’는데 무게중심이 실려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져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다’ ‘물꼬를 텄다’란 남측의 보편적 정서와 큰 거리감을 드러냈다.
그런데 나는 이같은 북측의 주장에 대한 해답을 아이러니컬하게도 북에 대한 잘못된 오해를 불식시키려는 현대아산 금강산사업소 김영현 총소장의 말에서 찾았다.
8년의 금강산사업기간 중 2번째 부임해 5년째 근무하고 있다는 김 총소장은 남측 언론인대표들이 금강산에 도착한 날 외금강호텔에서 금강산사업현황을 설명하면서 “처음 북한 봉사원(종업원)들을 만났을 때 이들의 눈빛은 적대감과 경계감으로 가득 찼으나 1~2년이 지나면서 호기심으로, 다시 같은 기간이 지날 때 관심으로, 지금은 친근감과 이해의 단계에 접어들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처음 식당에서 ‘처녀동무’ 대신 ‘아가씨’또는 ‘언니’라고 불렀을 때 기분 나쁘거나 의아해 하는 표정을 짓던 북한 봉사원들이 이제는 ‘선생님 편하실대로 부르시라요’라고 합니다. 또 북한의 식습관 때문에 식사전에 물을 달라고 하면 ‘물은 식사 끝나고 드시라요’라고 말해 손님을 무안케 해 우리를 당황시키기도 했었지만 이제 그런 말을 하는 봉사원은 없습니다.”
“60년간의 단절이 본의 아니게 서로를 오해하게 만든 것일 뿐 불쾌해 할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지요.”
김 총소장의 이 말을 정명순 위원을 비롯한 북한의 참석자들이 같이 들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