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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과 대화가 북한 인식 바꿨다"

남북언론인통일토론회 참석자 방담

정리=정호윤 기자  2006.12.13 15: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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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담 참석자(가나다순)
구영식 오마이뉴스 기자
김주언 한국기자협회 고문
양승동 KBS PD협회장
이보경 MBC 100분토론팀·한국기자협회 부회장
정동익 동아투위 위원장
진행=김신용 본보 편집국장


60여년 만에 이뤄진 남북언론인통일토론회는 체제와 이념은 서로 다르지만 같은 언론인으로서 서로에 대한 오해와 불신의 폭을 좁히는 계기였다. 또한 대화를 통해 이해의 장을 마련하는 등 적지 않은 성과를 일궈냈다. 기자협회보는 7일 토론회의 뒷 얘기와 향후과제에 대해 토론회 참석자들과 방담을 가졌다.

양승동=80년대에 학교를 다니며 북한현대사를 공부한 적이 있는데 머릿속으로 이해하는 것과 직접 만나 느끼는 것은 확실히 달랐다. 북한사람에 대한 거부감을 해소할 수 있는 기회였다.

김주언=개성과 금강산 등 이번이 네 번째 방북인데 자주 가다보니 거부감이 전혀 없었다. 얘기하다보면 우리랑 똑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농담하면 다 받아줬다. 만찬장에서는 다소 짓궂은 수준의 농담도 던졌는데 북측 기자들도 똑같이 웃었고 오히려 자기들끼리 통하는 유머를 알려줬다. 한국인의 정서는 결국 똑같다. 동질감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 정동익 동아투위 위원장  
 
정동익=
그동안 술을 끊었던 남측의 한 원로 언론인은 만찬장에서 기분이 너무 좋아 술을 많이 마시기도 했다. 마치 아줌마들이 만나서 대화하는 것처럼 가족 얘기나 사적인 얘기도 편하게 하는 분위기였다. 정치적으로 단절됐다해도 기본적인 언어와 동질감은 여전히 남아있다고 본다.

이보경= ‘민주조선’의 리경철 기자의 냉면 그릇에 겨자를 넣어줬다. 첫 인상은 시꺼멓고 말라 마치 남동생을 보는 것 같았다. 남측과의 대면은 처음인지라 시종일관 긴장하는 모습이었다. 같은 전주 이씨여서 더 애정이 느껴졌다. 우리나이로는 38살인데 군생활을 5년이나 해서 기자경력은 6년 밖에 안됐다고 했다. 나중에는 격의 없이 이야기 할 수 있었다.

양승동=공동선언이나 발제문 등 문안조정 작업에 참여했는데 토론회가 한 차례 연기되면서 걱정을 많이 했다. 토론회가 끝나고 북측인사들을 인터뷰하려했지만 거절해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삼일포에 가니 그들이 먼저 나와 기다리고 있었고 얘기하다보니 당황했던 것들이 다 해소됐다. 만찬장에선 정말 마음이 열리는 느낌까지 받았다.

정동익=토론회라 해서 우리가 생각하는 분임토론이나 질문도 받는 토론회일 거라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연설회 수준이었다.

양승동=협상 과정에선 질문도 받을 수 있게 하자고 주장했었다. 결국 이뤄지지 않아 다소 아쉽긴 해도 그 과정에서 실무자들끼리 토론한 것이나 다름없다. 우리가 생각하는 수준의 토론회는 아니었지만, 실무협상 할 때 서로가 이해하고 받아들일 정도의 얘기들을 논의했다.

김신용=북측은 남한과는 달리 실무접촉을 중요시 여기는 것 같다. 이번 토론회 개최에 앞서 여러차례 실무접촉을 통해 이견을 조율했다. 이는 남북 간 문화와 방식의 차이라 여겨진다.



   
 
  ▲ 구영식 오마이뉴스 기자  
 
구영식=
첫 방북이다 보니 사실 굉장히 긴장했다. 하지만 만나서 얘기하다보니 과중한 업무나 잦은 술자리 등 기자로서의 생활방식이 거의 비슷했다.

김주언=북측 언론인이 자기 딸에게 기자가 되라 했더니 아빠를 보니 너무 바빠서 싫다고 했다. 기자로서 취재나 생활하는 풍토는 비슷한 것 같다.

구영식=기자들의 전공이 우리는 다양한데 북측은 어문학, 철학 등 일부 전공에 국한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이 우리와 많은 차이를 지니고 있는 부분이라고 여겨졌다.

정동익=토론회 이후 남측 참가자들끼리 누가 참여했는지도 서로 모르고 헤어져 아쉬웠다. 전체가 참여한 뒤풀이 등을 통해 통일언론운동을 함께 하자는 결의나 다짐을 했어야 했다.

이보경=삼일포 산책을 하는데 북측 기자가 자꾸 핵실험에 대한 반응을 에둘러서 물었다. 내가 그런 것들은 상당히 위험한 것이라고 했더니 그는 완벽한, 완전한 방어책을 얻게된 것이라 말했다. 북측은 핵 보유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구영식=조선중앙통신 기자에게 북핵 때문에 남측 진보진영이 혼란스럽다고 했더니 북측 기자가 약소국이 핵을 갖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한반도 비핵화는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기에 그들만의 원칙이 있을 텐데 지금은 핵 자체를 정당화시키려는 일종의 입장주의에 빠져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 양승동 KBS PD협회장  
 
양승동=
핵문제에 대한 논의는 당초 공동성명 초안에 들어있었는데 토론회가 연기되는 과정에서 빠져 조금 아쉽다.

김신용=첫 만남에서 가장 이견이 있는 문제를 공동성명에 담아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또 다른 논란의 불씨가 되기 때문이다. 실무진에서 이에 대한 논박과 토의가 치열하게 이뤄졌음을 알아야 한다.

“공동성명에 핵문제 논의 빠져 아쉬움”
구영식=동의한다. 북측 연설자들이 남측언론의 문제나 미국의 책임론에 대해 비판을 한 것에 비해 남측은 한반도의 운명을 좌지우지할 핵문제에 대해 우회적이라도 북측에 책임을 묻지 않았다. 공동성명을 이끌어 낼 정도면 최소한 한반도의 공통과제인 비핵화가 자리잡을 수 있도록 노력하자는 문구 정도는 들어갔어야 했다. 그랬다면 더 상징적이었을 것이다.

양승동=핵이나 이산가족상봉 등의 문제는 초안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북측에 계속 제기했었다. 하지만 핵문제가 고도의 정치·군사적인 이슈여서 한번 만나 그 정도까지 다루기는 힘들었다. 한번이라도 만나는 게 의미 있다고 본다.

김주언=앞으로도 토론회가 이어질 테니 그 때는 폭넓은 주제를 다룰 수 있을 것이다.

“보도자료 미비·시설 열악 개선해야”
양승동=KBS는 ‘시사투나잇’팀과 보도본부 기자가 참가했다. ‘시사투나잇’은 가는 당일 2분정도 영상을 담아 구성했다. 4-5분 정도는 할 수 있었을 텐데 프레스 시설이나 자료 등이 부족했다고 했다. 보도 쪽은 ‘미디어포커스’에서 짧게 다뤘다. 아쉬운 것은 기자나 PD가 토론회 참석과 취재의 2가지 목적으로 가다보니 어떻게든 취재해서 방송하겠다는 적극적인 자세가 없었던 것 같다. 또 실무진에서 보도자료 등을 만들어 배포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또 현지의 인쇄나 컴퓨터시설이 열악한 것도 보도를 어렵게 만들었다.

구영식=현장에서 기사를 송고하려다 시설 때문에 못했다. 최소한 인터넷 문제는 해결돼야 의미 있는 만남을 보도할 수 있을 것이다.

김신용=동감한다. 프레스룸 자체가 너무 열악했다. 당초 랜선이 있다고 들었는데 직접가보니 아무것도 없었다. 전송시설은 단지 팩스 밖에 없었다. 전화비용은 1분당 3달러, 팩스도 1장 보내는데 3달러였다.

“제도권 언론 보도태도 문제 많아”
정동익=그렇다해도 제도권 언론의 보도태도는 정말 문제가 많았다. 분단이후 최초의 언론인들의 만남이었던 만큼 톱기사로 다뤄도 되는 일인데 기사를 홀대했다.

김신용=공동취재단이 구성되지 않았던 것도 아쉬운 점이다. 시행착오가 있기 마련이다. 이번 토론회를 계기로 개선해 나가야 한다. 다음엔 폭발력 있는 토론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양승동=공동성명에 나오는 소위 민족분열적 보도가 남측에서 나오지 않을까 염려했다. 중앙일보 칼럼을 제외하고는 사실기사 보도도 없었다. 어쩌면 그같은 보도가 없었던 것이 다행일 수도 있다.

정동익=삼일포에서 북측의 조충한 부위원장과 막걸리를 마시며 공동취재단을 만들어 북측 관계당국자와 인터뷰할 기회를 달라고 했더니 남쪽 언론을 믿을 수 없어 어렵다고 했다. 남측언론에 대한 불신은 지금도 굉장한 것 같다.

“남북 모두 상대 언론불신 여전”


   
 
  ▲ 이보경 MBC 100분토론팀 기자  
 
이보경=
일부 후배나 동료들은 북측에 언론인이 어디 있냐며 다 기관원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북측이 우리를 못 믿는 것처럼 남쪽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극과 극을 이루는 불신의 축이 존재하는 것 같다.

김주언=그래서 신뢰를 쌓는 것이 중요하다. 공동성명 부분을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 연구하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러면 북측에서도 신뢰를 보일 것이다.

정동익=언론간 교류는 전반적으로 다른 분야보다 늦다. 언론이 하나가 되면 그만큼 모든 것이 앞당겨지는 것이다. 언론이 마지막 모임을 가졌으니 앞으로는 더 긍정적 만남들이 이뤄질 것이다. 87년 6월항쟁때 민통련 산하에 언론분과가 맨 나중에 꾸려졌다. 당시 지도부는 언론이 참여했으니 이제 됐다고 안도했던 기억이 난다.

양승동=북측은 민족과 통일이 언론인들의 최우선 가치관인 반면 남측 언론에는 여러 가지 가치관이 혼재한다. 남북 간 분열적인 보도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신용=기자협회 소속 언론인 뿐 아니라 다종다양한 매체 기관 언론영역 종사자들이 대표자격으로 갔다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후일담이지만 토론회가 성사되기까지 정부당국에서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오히려 그 와중에 북측은 왜 남측이 적극적으로 임하지 않느냐며 항의하기도 했다.

이보경=사실 성명서를 보면 “평화는 있었지만 반핵은 없었다”는 지적에도 일리가 있다. 민감한 문제라서 성명에서까지 다루기는 어려웠겠지만 발제문에서는 말하지 않았는가? 국가보안법을 없애자는 것과 냉전의 잔재인 법령들을 남북에서 같이 없애자고 한 것은 중대한 메시지라고 생각한다.

구영식=바람이 있다면 남측기자가 북측매체에 가서 일주일정도 실습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북측도 남측의 언론시스템에서 체험을 하면 신뢰도 쌓이고 좋을 것이다. 이른바 소통의 문제가 그런 식으로 풀리지 않을까 싶다.

김신용=많은 이들이 남북 간 언론의 갈등보다 남남 간 이념의 갈등이 먼저 해소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번 토론회에 참석했던 매체들조차 보도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남북 간 언론교류와 신뢰성 회복에 앞서 남남 간 신뢰회복 구축이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양승동=발제문이나 공동성명 나오는 과정을 보면 외형적으로 남측이 먼저 양보하려한 부분이 상당히 많았다. 그러다 보니 북측의 태도도 유연해졌던 것 같았다. 발제문은 우리가 많이 양보했다. 하지만 공동성명 등 수정안을 가지고 최종안을 만들 때는 북측이 상당부분 양보했다. 우리가 진심으로 대하니 그들도 그렇게 대해줬다. 북측 역시 남측의 토론회 참가자들에게 믿음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나는 실무협상을 할 때 우리가 좀 더 주거나 양보할 수도 있다고 말했는데, 북도 그런 우리 마음이나 자세들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공동성명 실천하겠다는 의지 보여야”


   
 
  ▲ 김주언 한국기자협회 고문  
 
김주언=
남측언론인들은 이제 공동성명을 실천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 토론회가 어떻게 지속될 수 있을지가 중요하다. 공동성명을 토대로 실천하고 이행하기 위한 과정이 무언지 찾아내 우리가 이렇게 실천하고 있다고 북측에도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교류도 활성해질 것이다.

정동익=불신을 조장하는 분열적이고 왜곡, 편파보도를 일삼는 이들에게 올바른 지적을 해주는 것도 필요하다. 1회성 행사로만 여기지 말고 내실 있게 실천하는 모습들을 보여줘야 한다. 남측언론본부가 직접 공동성명안을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야할 것이다. 조직이나 체계도 갖추고 조직원들도 확충하는 등 실천의 주체가 돼야한다.

김주언=가능하다면 95년 언론 3개단체가 만들었던 남북보도준칙을 토대로 해서 현실에 맞게 개정, 정책위원회가 됐든 어디가 됐든 모니터를 해야할 필요가 있다.

이보경=이번 공동성명은 95년 남북보도준칙에 대해 못 미친다고 생각한다. 11년 전 선배들이 만든 기협 강령만 준수해도 공동성명보다는 나을 것 같다.

김신용=진보와 보수 등 남측 언론간의 갈등과 오해도 만나서 얘기하면 눈 녹듯 녹을 것이다. 지면 보도만 두고 평가하다 보니 오해 아닌 오해가 존재한다. 비판할 것은 계속 비판하되 일정 영역에선 서로 만나서 교집합을 형성해야한다. 매체의 정체성은 달라도 함께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양승동=방송사들끼리는 6·15 공동선언 이후에도 남북 간 두 차례 정도 만났는데 영상물을 교환하고 구매하는 정도였다. 이번 토론회는 북 핵실험 때문에 남북관계가 경직된 분위기였고, 근래 간첩단 사건 등으로 인해 쉽지 않은 만남이었는데 결국은 이뤄졌다. 북으로부터 체제홍보 등의 대상으로 이용당할 수도 있었는데 참가자 스스로가 자발적으로 갔다는 것이 용기 있고 의미 있는 일 이었다. 또 북측도 체제 홍보를 위해 이번 토론회를 다루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신문과 방송, 인터넷을 통틀어 대표단이 구성되다보니 방송인만의 교류보다 더 폭넓은 대화를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정동익=통일언론부문에 대한 모니터 팀을 남측언론본부 산하에 두었으면 좋겠다. 우리가 얼마나 민족분열적인 보도를 하고 있는지 그 실상부터 우리 스스로 알아야 한다.



정리=정호윤 기자 jhy@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