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또래 386세대 기자들이 모이면 화제는 단연 부동산. 일반 직장인들과 다르지 않다. 나이가 나이인 만큼 오히려 당연하다.
그러나 내 집 마련의 꿈은 하루하루 멀어져만 간다. 아니, 과연 가능하기나 한 건지 의문이다. 한 찬 한 잔 부을 때마다 꿈은 일년, 이년 아득해진다.
어제 저녁을 같이 한 동료들은 C 기자까지 모두 7명. 다섯은 자기 집을 가졌다. 그 가운데 한 사람은 강남의 아파트에 산다. 나머지는 일산과 강북파다. 자리에 앉자마자 부동산 이야기가 나온다.
“우리 동네는 지난주 O억 올랐다.” “옆 동네는 O억 올랐다더라.” “요즘은 OO지역에 집을 사놔야 한다더라.” “이 정부는 절대 부동산 못 잡는다.”
그런데 화제를 이끄는 건 집 가진 사람들. 아직 전세를 벗어나지 못한 C기자와 또 한 동료는 오히려 입을 굳게 다문다.
괜히 말을 꺼내면 마음만 아프다. 한마디 할 때마다 가슴의 구멍은 한 움큼 커진다. 억, 억 소리에 억장만 무너진다.
기자로서 할 만큼 해왔다고 자부했다. 상도 몇 번 탔고, 주변에서 인정도 받았다. 나름대로 양심에 어긋나지 않는 삶을 살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요즘처럼 허무한 적은 없었다.
지난 휴일에는 시내 분양 지역을 아내와 함께 다녀왔다는 C 기자. 분양 막차라도 타야겠다는 불안감 때문에 집에 앉아있기가 어려웠단다. 입지조건도 살펴보고 시세도 따져봤지만 역시 만만치 않다.
지난 대선엔 노무현 후보를 찍었다. 현 정부 출범에 한몫했다는 뿌듯함도 느꼈다. 하지만 C 기자는 지금은 “손가락을 부러뜨리고 싶은 심정”이라고 쓴 웃음을 지었다. 확실히 참신해보였다. 잘 할 거라 믿음도 갔다. 애초 기권하려고 했던 그를 투표장으로 이끈 건 그런 기대 때문이었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 4년 동안 빈부 차이는 더욱 커졌다. 집 없는 사람들의 박탈감도 덩달아 커졌다.
요즘은 정부에 몸담고 있는 옛 친구들과도 멀어졌다. 만나도 나눌 이야기가 없다. 만날 이유도 없는 것 같다. 괴리감만 더한다. 그들은 다른 세계의 사람들이 됐다.
학창시절에는 분노와 이상을 함께 했던 벗들이었다. 하지만 이젠 건널 수 없는 강이 생겼다. 조각난 내 집 마련의 꿈은 예리한 파편이 되어 386세대 사이에도 천길 만길 골짜기를 만들었다.
“돈이 다가 아니다, 집이 다가 아니다, 자기 최면을 걸어보지만 미래를 생각하면 비참합니다. 386세대라 해도, 기자라 해도 부동산 때문에 겪는 고통은 더하면 더했지 다를 바 없을 겁니다. 이 실망이 어디로 향할지, 저도 잘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