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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방적 주장·자극적 언어…소모적 공방 불렀다"

청와대 출입기자들이 보는 '청와대브리핑'

장우성, 이대혁 기자  2006.11.22 11:5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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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 제한된 청와대 취재환경 개선 필요
취지는 공감 “정권 바뀌어도 보완·유지돼야”


이백만 청와대 홍보수석이 ‘청와대브리핑’에 ‘지금 집사면 낭패’라는 글을 올렸다가 여론의 압력으로 물러나게 되면서 ‘청와대브리핑’이 본격적으로 도마에 올랐다.

청와대 내부에서도 개편 의견이 나오고 있다고 14일자 한겨레가 보도한 데 이어, 본보의 취재 결과 청와대 출입 기자들 사이에서도 청와대브리핑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이는 소속 언론사의 정치적 성향을 떠난 기자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라 주목을 끈다.

청와대 출입 기자들은 청와대브리핑의 근본 취지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있다.

공적 관계를 통해 정보를 공개하고, 인터넷 시대를 맞아 국민에 대한 정책홍보의 폭을 넓히자는 데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다만 정책홍보보다는 언론 보도에 대한 대응이 주 기능이 되면서 무리가 빚어졌다고 풀이했다. 청와대브리핑의 “일방적인 해명·주장과 정제되지 않은 언어”도 쓸데없는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한 일간지 출입기자는 “청와대 내부에도 강·온 양 기류가 있을 텐데 언론의 비판에 대한 비판에 치중하다보니 강경한 입장만 되풀이 되는 것 같다”며 “이 과정에서 정제되지 않은 표현을 자꾸 쓰며 소모적 공방을 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 관계를 차분히 되짚기 보다는 장문의 사설이나 칼럼 형식의 글을 통해 주장을 일방적으로 편다는 것이다. ‘효자동 강아지’ ‘공공의 적’ 등 자극적 언어로 상대방의 감정을 불필요하게 건드려 이성적인 토론 분위기를 해치기도 한다. “정당 대변인의 논평 같다”고 꼬집는 기자도 있었다.

기자들은 “청와대 입장에서는 정책의 의도가 언론에 잘 반영이 되지 않는다고 여겨 별도의 자체 매체를 통해 주장하려는 것 같다”면서도 “그렇다고 스스로 대안매체가 되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일반이 어떻게 수용할지 숙고하기보다는 자기주장만 앞세우다보니 반발을 부른 게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수용자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한 일간지 출입기자는 “생각이 다른 쪽을 공격하는데 치우치면서 청와대브리핑이 싸움의 도구로 전락한 감이 있다”며 “반대자를 포함한 여러 세력들과의 관계를 총괄하고 감안하는 완급조절 능력이 아쉽다”고 말했다. 그럴 때 정부의 정책도 추진력을 얻으리라는 것이다.

또 다른 일간지 출입기자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정책을 홍보하자는 게 청와대브리핑의 원래 취지였는데 지금 관심을 갖는 건 제한된 공무원과 기자들 뿐”이라며 “누구를 위한 브리핑인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하고 싶은 말만 나열하는 글을 쓸 시간에 언론, 국민과 소통하려는 노력을 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데스크 기능이 제대로 발휘되고 있는지 의문을 나타내는 기자들도 많다.

한 출입기자는 “청와대브리핑에 글을 올리기 전에 자체적으로 점검하는 시스템이 제대로 움직이는지 의문스럽다”며 “사회적으로 큰 비판을 받을 때 해명 위주의 글을 올리는 등 쓰지 않아야 할 내용을 싣다보니 스스로 소모적인 논쟁거리를 제공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번 이백만 수석의 부동산 관련 글도 마찬가지라는 해석이다. 청와대 입장에서 정책의 취지를 설명하는 것은 필요했다. 그러나 제대로 걸러지지 않은 나머지 부적절한 표현을 써 역효과만 불러일으켰다는 것이다.

청와대브리핑의 문제는 참여정부 들어 달라진 청와대 취재 환경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도 기자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참여정부 출범 초기에 대변인 브리핑제가 도입됐다. 기자들의 청와대 각 비서실 등 출입은 금지됐다. 거의 대변인을 통한 취재만이 가능했다. 선진국에서도 이같이 운영된다는 게 청와대의 논리였다.

그러나 청와대 대변인은 백악관 대변인과는 달랐다. 미국의 경우는 대변인에게 주어진 권한이 많고, 논평과 정보 제공을 모두 하고 있어 취재에 유익하다는 것이다.

한 출입기자는 “청와대 대변인에게 공식논평 외에 정보를 얻기 어렵고, 정부가 그에게 그만한 권한을 주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현안이 있으면 수석들이 브리핑을 하기도 하지만 부족하다는 평가다. 전화로 취재하려 해도 청와대 직원의 편의대로 “바쁘다” “회의가 있다”고 하면 그만이다. 한 기자는 “참여정부가 정권 초기부터 언론과의 긴장 관계를 설정해서인지 취재를 기피하는 기류가 팽배하다”며 “좋든 싫든 언급되는 것 자체를 꺼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것보다는 ‘청와대브리핑’에 의존한 소통이 많았다. 그러나 일방적인 해명이나 주장이 대부분인 글에서 기자들은 적절한 정보를 얻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요즘 청와대 출입 기자들 사이에서는 “기자실과 화장실 이외에는 갈 곳이 없다”는 푸념도 나온다.

한 출입기자는 “문제는 청와대 브리핑 자체가 아니다”라며 “직접 만나서 취재하면 취재원의 취지나 철학이 잘 이해되지만 문건을 통한 일방적 전달이 되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 기자는 “다양한 채널을 열어두고 청와대브리핑을 활용하는 게 더 좋은 방안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청와대브리핑의 순기능을 높이 사는 의견도 적지 않다. 시행착오를 보완하려는 진지한 노력을 기울인다면 시간이 지날수록 정착이 되리라는 기대도 많았다.
한 출입기자는 “과거처럼 정부가 언론사에 대해 밀실에서 로비를 벌이거나, 불이익을 준다든가 하는 폐단은 사라졌다”며 “정책홍보가 투명한 방향으로 가는 것은 좋다”고 말했다.

주요 현안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기록으로 남긴다는 것 역시 의미가 있다는 평이다.

청와대도 처음 시행하다보니 경험 부족으로 운영이 미숙하고, 언론이나 국민도 낯선 형식이라 당분간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는 시각도 있다.

한 출입기자는 “청와대브리핑은 정권이 바뀌어도 문제를 보완해 유지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청와대브리핑은 12월을 목표로 개편을 추진 중이다. 청와대 김종민 비서관은 “참여정부 4년차를 맞아 그동안 추진했던 정책이나 제기됐던 쟁점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해서 커뮤니케이션을 꾀하는 방향으로 개편이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기자들이 제기한 문제점에 대해서는 “모든 것을 감안해서 소통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장우성 기자 jean@journalist.or.kr
이대혁 기자 daebal94@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