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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참기자와 홍보위원

설원태 경향신문 여론독자부장  2006.11.15 15: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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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지하는 바와 같이 2003년 3월부터 시작된 미국의 이라크 전쟁(제2걸프전)에서 미 국방부는 `동참 저널리즘(embedded journalism)’이라는 매우 유효한 공보전략을 채택했다. 당시 국방부 공보정책을 맡고 있던 빅토리아 클라크(그녀는 2004년 국방부 대변인을 끝으로 연방정부를 떠났다)는 과거의 전쟁공보정책들을 연구한 끝에 동참 저널리즘이라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전장에 투입되는 6백여명을 언론인을 참전 부대와 함께 행동하도록 한 이 정책은 미 군부의 입장에서 ‘탁월한 전략’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비판적인 세계 언론인들은 이 정책에 대해 군인들과 함께 잠자리를 갖는(in bed with soldiers) 언론이라고 비꼬았다.

전장에서 안전과 정보를 전적으로 군인들에 의존했던 기자들은 유명인이든 아니든 자연스럽게 군인들의 사고방식과 언어를 받아들였다. 기자들의 변화는 보도에도 반영됐다. 동참으로 인해 객관적 보도나 공정한 보도라는 저널리즘의 대원칙은 사라졌다. 기자들은 ‘아군’과 `적군’이라는 말을 쓰면서 매우 애국적인 기사를 쏟아냈다.

미국의 텍사스 주립대 저널리즘 스쿨(오스틴)의 스티븐 리즈 교수는 군사화된 저널리즘(Militarized Journalism)이라는 글에서 동참 저널리즘의 문제를 언급했다. 그의 글은 스튜어트 앨런과 바비 젤리저가 편집한 전쟁 보도(Reporting War, 2004)의 13장(247∼265쪽)에 실려 있다.

미 국방부가 채택한 동참 저널리즘 정책은 미국 언론사들의 이익에도 맞았다. 언론사들의 관점에서 제2 걸프전 보도는 10여년전 제1 걸프전 때보다 훨씬 현장 접근성이 좋았다. 영국 BBC 방송은 미국의 이 정책에 반대해 동참을 거부했지만, 실감나는 전쟁 화면이 미국 언론에 사용될 때 “기자를 동참시킬 것을…”하며 크게 후회했다는 얘기도 있다. 장병들과 함께 움직이면서 쓰는 기사는 총체적 전쟁보도를 하기에는 부족했다. 하지만 보도의 즉시성, 극적인 묘사, 접근성 등 여러 측면에서 언론사들을 유혹했다.

동참 저널리즘은 미국의 이라크 전쟁을 우호적으로 보도하게 함으로써 전쟁에 대한 국민(세계인)의 동의를 형성하려는 고도의 홍보전략이었다. 그런 맥락에서 미 국방부는 제2걸프전에 반대하는 독일과 프랑스의 언론사들에게는 의도적으로 전장에서 멀리 떨어진 항공모함의 자리를 제시했다.

기자협회보 보도(2006년 11월 1일 7면)에 의하면, 경남 도청은 최근 도정 홍보를 위해 10여명의 출입기자들을 초청해 ‘단합대회’를 가졌다. 경남도의 자치단체 훈령은 출입기자들을 당연직 ‘도정 홍보위원’으로 규정하고 있단다. 필자도 여러 해 전 서울시청 출입을 끝내면서 “시정을 홍보해 주셔서 감사하다”는 패를 받고 놀란 바 있다. “서울시를 홍보하려 의도한 적은 없었는데…”

정부, 관공서, 기업, 정당 등 기자를 상대하는 출입처는 언론인을 홍보인으로 만들고 싶을 것이다. 마치 제2걸프전을 취재하는 언론인을 동참기자로 만들려 하듯이. 하지만 기자는 출입처와 취재원을 홍보해주는 데에 적절한 한계를 두어야 한다. 기자는 기자일 뿐, 홍보인이 아니다. 우리는 ‘불가근 불가원’이라는 금언을 되새겨야 한다. 우리에게는 ‘동참기자’도 ‘홍보위원’도 되지 않을 굳은 결심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