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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사 논설위원 '뒷방 노인' 아니다

메인뉴스시간 편성·위원 현장배치 등 강력한 지원 필요

정호윤 기자  2006.11.01 16: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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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특정다수 ‘시청자’ 대상…자신만의 논평 ‘한계’ 
 

방송사 기자들은 간혹 논설위원들을 속칭 ‘뒷 방 노인’이라 부른다. 그만큼 방송사 논설위원들에 대한 이미지는 긍적적인 측면보다 부정적으로 인식되고 있다. 사실 논설위원이 현업에서 물러난 고참으로 인식되면서 조직 내 위상이 떨어진지 오래다. 하지만 논설위원들은 자기하기 나름이라고 강변한다. 학자들은 방송사 논설위원들의 위상정립을 위해서는 보다 많은 시간의 할애 등 더욱 강력한 지원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방송사별 조직현황
방송사의 논(해)설위원은 방송기자로 20년 이상 경험을 쌓은 부장급 이상 기자들이 맡고 있다.
논설실의 구성인원은 유동적으로 KBS와 MBC는 10여명 이상, SBS는 7∼8명 내외를 유지하고 있다.
2006년 10월 현재 KBS 해설팀에는 11명의 해설위원이 있고 MBC는 15명, SBS는 7명으로 구성돼 있다.

논설실에 오기 전 각 분야에서 충분한 데스크 경험을 쌓는 것은 필수코스다.
사실 상당수의 논설위원은 논설실에 첫 발령을 받았을 때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다고 한다.
치열한 취재현장을 발로 뛰며 속보와 특종 경쟁을 펼치던 초년병 시절, 또 전문성을 무기삼아 중견기자의 역할을 수행하던 일선 기자 시절에 대한 향수를 잊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직 일선에서 뛸 힘이 남아있는데 너무 빨리 물러났다는 소외감 그리고 현업 부서의 오랜 경험이 몸에 배 새로운 환경이 낯설었다는 것이 상당수 논설위원들이 밝히는 첫 발령 당시의 소회다.

△역할과 한계
매체의 특성상 방송 논설위원의 역할은 신문 논설위원과는 확연히 구분된다.
신문은 매체 고유의 이념을 기반으로 다양한 주제에 대해 심층적이면서도 색이 분명한 논설을 펼친다.

반면 방송 논설위원은 한정된 쟁점에 대해 보는 이에 따라 두루뭉수리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중립적인 입장을 고수한다.
신문이 특정수요자의 정보욕구를 해소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과 달리, 방송의 시청자는 불특정 다수이기 때문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이유다. 자신만의 논평 자체가 어렵다는 얘기다.

또 다른 이유는 기록성과 지면의 자율성이 있는 신문과 달리, 방송은 한정된 시간이라는 제약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지적은 신문에 비해 방송 논평의 깊이가 떨어진다는 지적과 맞물려 방송논평의 효율성과 정체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일부 비평가들의 좋은 논거가 되기도 한다.

특히 텔레비전 논평의 경우 많은 시청자들에게 특별한 영향을 미치거나 깊은 인상을 주기 어렵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한국방송영상산업연구원 윤호진 박사는 “자정이 넘는 심야 시간대에 불과 1분여간 이뤄지는 양시·양비론적 논평이 얼마나 많은 시청자들의 반향을 불러올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물론 특정 이념에 편중되지 않는 균형감각은 방송논평이 가진 장점이다. 하지만 그것은 방송논평이 지닌 피할 수 없는 한계이기도 하다.

△논설위원들의 입장
방송논평은 신문논설과의 차별화 전략으로 충분한 토론과 협의를 선택하고 있다.
논설위원 개인의 의견이 오롯이 반영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논평 전 충분한 집단토론을 거친다.
이런 과정은 현재 방송3사 논설실의 기본적인 운영방식으로 논평은 한 사람의 입을 통해 최종적으로 전달되지만 그 안에 많은 논설위원들의 전문성을 담아내겠다는 것이다.

논설위원들은 정보에 대한 접근이 현업 기자 시절에 비해 어렵다고 토로한다.
올해로 기자경력 25년째인 MBC 홍은주 논설실장은 “정확한 정보를 얻기 위해 직접 취재를 해야 하는데 사실 취재원들이 일선기자들만큼 적극적으로 취재에 응해주지 않는다”며 “현업을 떠나면서 간접정보는 넘치지만 고급정보를 접할 기회가 상당히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정보취득처가 일선기자 시절과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홍 실장의 의견과 일맥상통한다.
홍 실장은 “세미나나 각종 조찬간담회를 부지런히 찾아 참석한다”며 “남이 취재한 정보를 가지고 논평을 하는 우스꽝스러운 상황만은 피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사실 이런 고민들은 논설위원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가졌을 만한 것들이다.

SBS 우원길 논설실장은 관심분야에 대한 자료를 찾고 책을 읽는 방법을 통해 정보를 취득하고 전문성 강화를 추구한다.
그는 이런 방법이 세상을 넓고 깊게 보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논설위원들은 현업 기자들에 비해 업무량이 상대적으로 적지 않느냐는 지적도 심심찮게 제기된다.

하지만 대다수 논설위원들은 이에 공감하지 않는다.
KBS 이세강 해설팀장은 “자신의 분야에 대한 노력없이 머릿속 생각만으로 원고를 쓸수는 없다”며 “한 번도 현업에서 물러났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방송은 일선기자들이 핵심이고 논설위원들은 한 발자국 떨어져 있기에 그만큼 급박하게 돌아가거나 비중있게 비춰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일선기자들보다 더 부지런해야 한다는 것이 논설위원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일선 취재현장과 똑같은 긴장과 치열함이 논설실에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한 논설위원은 자신들을 호수를 떠다니는 백조에 비유했다.
우아한 자태를 유지하기 위해 수면 아래로 바쁘게 발을 구르고 있다는 것이다.

△내·외부 시각 및 대안
그렇다면 신문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평가를 받고 있는 방송논평은 어떤 지향점을 가져야할까.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수용자의 관심이 떨어지는 시간대에 편성돼 있는 논평의 현주소를 시급히 바로잡아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화여대 이재경 교수(언론정보학)는 방송논평이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이 보는 시간에 편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논평시간을 정규 메인뉴스 시간에 편성하거나 논설위원들을 현장에 배치하는 등 논설위원들에게 좀 더 강력한 기능을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우리 방송의 인터넷 시스템은 미국이나 영국 등 선진국에 비해 취약한 것이 현실”이라며 “논설위원들을 인터넷 보도시스템에 투입하는 것도 보도의 질을 높이고 논설위원 개인의 발전을 위해 고민해볼 만한 사항”이라고 덧붙였다.

일선기자들 역시 언론계 대선배인 논설위원에게 기대와 바람을 감추지 않고 있다.
MBC보도국의 기자들은 “논설위원이 지닌 다양한 경험을 뉴스에서 따로 분리하지 말고 그들의 다각적인 시각을 뉴스 안에 녹여 시청자들에게 전하는데 활용되어야 할 것”이라며 “깊이 있는 통찰력으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거나 논평 프로그램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트레이트성 사실보도에 많은 비중을 두는 방송뉴스를 보다 깊이 있게 만들기 위해 논설위원들의 직접적인 참여가 요구된다는 것이다.

KBS보도본부의 한 5년차 기자는 “팀제 개편이후 상대적으로 약해진 데스크의 기능을 보완하기 위해 해설위원들이 각 전문 분야에 대한 원고 감수를 해줄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