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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간첩사건 보도 "나가도 너무 나갔다"

실체파악보다 정권때리기 급급

이대혁 기자  2006.11.01 16:0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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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 사건이 터졌다. 국가정보원과 검찰이 수사 중인 간첩 사건이 도하 언론사의 취재 대상 1호가 됐다. 취재 열기 또한 뜨겁다. 북한의 포섭을 받은 고정 간첩이 10년 넘게 우리사회에서 정보를 북에 넘겼다는 정황과 증거가 매시간 속속 드러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기소 단계에서 언론에 드러났던 그 동안의 간첩 사건과 사뭇 다르다. 보도 자체가 너무 앞서가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들린다. 일부 언론에서는 모든 혐의가 간첩일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고 갔다. 그런 와중에 언론에서도 정작 사건의 본질이 섞이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386정치권과 연루설에서 외압설·사임 원인설로
지난달 26일 조선일보 1면의 ‘386운동권 출신 간첩혐의 3명 조사’라는 제목의 기사와 같은 날짜 A5면의 관련기사 ‘386정치인과 관계 규명이 핵심’이라는 기사로 촉발됐다.

이번 사건에 대한 김승규 국정원장의 수사 의지가 강력하고 혐의를 받고 있는 장 씨와 이 씨 등 핵심 관련자들이 386학생운동권 출신이라는 점에서 정치권과의 연계도 배제할 수 없다는 내용이 도하 언론에 집중 보도됐다. 이후 ‘일심회’라는 이적단체가 드러났지만, 핵심관련자들이 부인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달 27일에는 이들의 간첩 행위에서 정보가 음어(암호)로 오갔음이 밝혀졌고, 장 씨의 수첩에 정치권과 재야에 포섭 리스트도 존재한다는 내용이 이어졌다. 같은 날 김승규 국정원장의 사퇴가 확정된 이후 보도의 방향은 간첩 사건에서 청와대와 국정원의 갈등으로 영역이 넓어졌다. 급기야 386정치인들이 국정원에 압력을 행사했고, 청와대와의 마찰로 김승규 원장이 사임한 것이라는 보도까지 나왔다.

내일신문 31일자에는 “김승규 국가정보원장 교체배경은 ‘조직장악 실패’에 따른 문책성격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그 직접적인 계기는 ‘수사정보 유출’ 때문”으로 보도, ‘청와대 수사외압설’과 반대되는 의견을 보였다.


간첩단 사건 기정사실화, 정권 때리기도 여전
간첩 사건을 다루는 언론사간 시각 차이도 뚜렷했다.
우선 나타난 혐의는 있다. 한국일보는 지난달 31일, 자체 입수한 일심회 보고 및 지령을 통해 북한은 장 씨에 △통일부·NSC·국정원의 정책 파악 △북한 핵실험 관련 민노당 동향 정보 △4·15, 5·31 지방선거 개입 △협조자 포섭 및 당내 NL의견 조정 △‘국방부 장관 해임결의안 무산경위’ 보고서 등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다른 신문들은 혐의자들이 북에서 주는 ‘조국통일상’과 ‘민족통일상’을 받았다는 후속보도까지 더했다.

그러나 이런 정황상의 증거가 과연 간첩 행위냐의 의문은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조선, 문화 등 보수언론들은 일제히 김승규 원장의 “고정 간첩이 연루된 사건으로 간첩단 사건으로 본다. (사건의 양상이) 충격적”이란 말을 인용하면서, 이들이 간첩임을 확신하는 보도로 일관했다.

반면 한겨레는 이번 사건을 ‘북 공작원 접촉 의혹사건’으로 규정하고 있다. 한겨레는 31일자 기사에서 검찰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북한에 전달한 내용 등을 자세히 살펴본 뒤 기밀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전했다.

아직 핵심관련자들이 북에 넘긴 내용이 간첩죄를 적용할 수 있는지 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부 언론은 이들을 고정 간첩과 간첩단으로 규정해버린 것이다. 또 조선은 이 모 씨와 최 모 씨의 경우 민주화 명예회복으로 보상금을 받았다는 점에서 ‘간첩에 돈까지 주는 정부’라고 비난하며 정부를 질타하기까지 했다.


일부 언론, 본질 왜곡
이번 사건은 엉뚱한 곳으로 불똥이 튄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국가 정보를 책임지는 국정원장이 업무상 취득한 정보를 언론사에 제공했고 수사 중인 사건을 ‘간첩단 사건’으로 미리 규정한 책임도 크다.

그러나 이를 이용해 정치적 해석으로 몰고간 언론의 행태는 문제다. 일부 언론은 이번 간첩 사건을 통해 386 정치권과의 연계가 있을 것이라는 추측 보도는 물론이고 수사 중단의 외압이 있다는 설을 그대로 보도하기도 했다. 또 이미 예정됐던 김승규 국정원장의 사퇴가 마치 386간첩단 수사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처럼 보도, 수사가 흐려질 것을 예견하는 보도도 나타났다.

한편으로 사건의 핵심 관계자로 구속된 사람들은 자신들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이미 간첩으로 낙인찍혔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간첩 혐의가 적용될지 여부는 수사가 진행되고 난 후 사법부의 판단이지만, 이미 언론은 이들에게 간첩이라는 우리 사회의 천형을 판결한 셈이 됐다.

이런 면에서 지난달 31일자 동아일보 4면에 보도된 수사 검사의 코멘트는 의미를 갖는다. “언론보도가 나가도 너무 앞서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