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가자는 제의에 싫은 척 응했지만 내심 가고 싶었어요. 북-미 핵 위기로 남북관계마저 경색되면서 남북공생의 첫 터전인 금강산마저 빼앗길지 모른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해 있는 상황에서 한국기자협회가 어렵게 이은 평화와 통일의 끈을 잡아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한국기자협회 남북기자교류특별위원장을 맡고 있는 연합뉴스 강진욱 기자(국제뉴스2부)는 지난 7월부터 휴직 중이다. 그는 결장암 수술을 받고 힘겨운 항암치료를 이겨내고 있다.
“3주 간격으로 항암치료중입니다. 주사를 맞으면 1주일은 거의 누워 지내다 2주 체력 회복한 뒤 또 주사 맞고…. 토론회는 참가하는 데 의의를 두고 있어요. 아프다는 핑계로 굿보고 떡만 먹는 처지여서 여간 송구스럽지 않습니다.”
지난해 미국 LA에서 통일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온라인 매체 민족통신이 수여하는 ‘민족언론상’을 수상하는 등 그동안 강 기자는 통일문제와 남-북, 북-미 관계에 대해 남다른 애정과 관심을 보여왔다.
강 기자는 지난 2003년 8월 남북학술토론회를 취재하기 위해 일주일간 평양을 다녀온 경험이 있다.
하지만 북핵실험 이후 냉각된 국제정세 속에서 더욱이 불편한 몸을 이끌고 방북 길에 오르는 강 기자가 이번 남북언론인들의 만남에 거는 기대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강 기자는 “미국을 정점으로 한-미-일 3국이 대북 적대공조체제를 유지해 오면서 북-미 관계가 경색되면 남북관계나 북-일관계도 냉각되는 일이 반복돼 왔다”며 “최근의 정세 역시 그러한 파동의 하나”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이번 남북언론인 모임은 이처럼 습관적으로 반복돼온 역사의 퇴행을 우리의 의지와 힘으로 막아낼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시험대이기도 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북핵실험 이후 우리 언론의 보도 방향에 대해 강 기자는 따끔한 충고를 잊지 않았다.
우리 언론은 북한을 비난하기 바빴다. 왜 북한이 핵 실험을 하는 지경에 이르렀는지에 대한 성찰이 없었다. 미국 등 서구 신문 방송을 베끼다보니 어느덧 저들이 만들어 준 창으로 세계를 보고 그것이 전부인 양 여기게 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강 기자는 이와관련 “‘우리’는 없고 ‘미국’만 있는 언론에서 탈피, 우물 안 개구리 신세를 면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미국을 조국 이상으로 여기는 소수의 미래만이 있을 뿐 우리의 미래는 없다”고 강조했다.
한국기자협회의 각고의 노력 끝에 마련된 남북 언론인간 교류협력의 장에 무임승차한 기분이라는 강 기자는“토론회 성사를 위해 애쓴 기협 회장 이하 관계자 여러분께 미안하고 감사한 마음뿐”이라고 전했다.
강 기자는 남북기자들에게“남북언론교류가 활성화돼 평화와 통일에 기여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라고 염원을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