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 감자 후 2백58억원 증자 계획을 밝힌 서울신문은 과연 일어설 수 있을까. 금융권의 구조조정 전문가들은 서울신문의 감·증자 방침은 심각한 경영위기에 처한 대부분의 기업들이 회생을 위해 걷는 길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언론사 중에서는 흔치 않지만 말이다.
기아자동차, 현대건설, 하이닉스, 대우일렉트로닉, 대우건설 등 수많은 기업이 위기 탈출을 위해 대규모 감자 뒤 증자 혹은 출자전환의 길을 택했다.
문제는 감자 후 증자 과정. 전문가들은 일반 기업이라면 90% 감자 후 정상적으로 2백58억원 가량의 증자를 이뤄내기란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90% 감자를 한다는 건 자본금 대부분을 ‘날려버린다’는 것인데 그 정도로 어려운 회사의 증자에 어떤 투자자가 선뜻 참여하겠냐는 것이다.
서울신문의 현재 부채비율과 현금유동성 등 경영상태를 보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한 증권계 관계자는 “경영진이 비장의 카드를 갖고 있지 않는 한 이 정도 상황에서 증자는 만만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정부’라는 변수가 나선다. 한국자산관리공사의 한 관계자는 “서울신문의 현재 상황을 볼 때 일반적인 경제 논리보다는 ‘비경제적 요소’가 작용할 가능성이 많다”며 정부의 역할이 클 것으로 내다봤다.
증자를 할 경우 기존 주주들에게 우선권이 있다. 민영화 이후 서울신문의 제2주주가 된 재정경제부는 당연히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신문은 일종의 국유재산이기 때문이다. 제3주주인 포스코 역시 아직까지 정부의 발언권이 통하는 편이라 증자에 힘을 보태리라는 전망이다. 4위 주주 KBS도 마찬가지다. 사내에서는 현재 제1주주인 우리사주조합은 상대적으로 증자 여력이 적다고 본다.
전문가들은 서울신문의 경영상태가 나쁘지만, 정부가 소유하고 있는 언론사를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구조조정 전문가는 “실제 1998년 이후 정부가 공기업을 민영화하겠다고 했으나 대한송유관공사를 제외하고는 1백% 민영화 시키거나 포기한 예가 없다”고 지적했다.
감·증자 과정에서 대대적 구조조정도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대규모 감자와 증자를 거친 기업들은 필수적으로 고강도의 구조조정 과정을 거친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증자를 하려면 투자자들에게 회생 가능성을 확신시켜야 한다”며 “그러려면 인적 구조조정, 수익성있는 새 사업 구상, 비효율적 사업 및 부분 매각 등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게 된다”고 말했다.
서울신문 측은 “‘인위적’ 구조조정은 하지 않겠다”고 여러 차례 밝혀왔으나 전문가들의 풀이는 약간 다르다.
한 구조조정 전문가는 “‘인위적’으로 하지 않겠다는 것은 ‘강제적’으로는 하지 않겠다는 말”이라며 “명예퇴직 등도 형식은 강제라기보다 자발적 모양새를 취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