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실험 이후 정세가 긴박하다.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는 북핵 보도에 많은 지면을 할애하면서 정부와 햇볕정책에 대한 비판과 북한에 대한 강도 높은 대처를 주장하고 있으나 국내외 전문가의 인터뷰 속에서는 북핵 사태 전망에 대한 ‘온도 차이’를 읽을 수 있어 주목된다.
북한과 노무현 정부를 두고 “초록은 동색”(12일자 사설)이라며 비판의 강도를 높이고 있는 동아일보는 10일 일본의 저명한 군사전문가 에바타 겐스케의 인터뷰를 실었다.
에바타 겐스케의 전망은 국제사회가 시간이 흐르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수밖에 없으며, 북한과 막후협상을 벌일 것이라는 두가지로 간추릴 수 있다. 그는 북미대화에 대해서도 “공개적으로 하지는 않겠지만 직접 대화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사회의 제재 역시 중국이 에너지 공급을 중단하지 않는 한 북한이 두려워할 것은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11일자에 인터뷰가 실린 미국 핵무기 전문가 시그프리드 헤커 박사도 비슷한 견해였다. 직접 영변의 핵시설을 둘러봤던 그는 “북한이 고립된다 해서 핵프로그램 추진에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헤커 박사는 북한 핵 프로그램의 근본적 위험은 플루토늄이 이란이나 테러 조직에 넘어가는 것이라고 말해 미국이 바라보는 사태의 본질을 다시 확인시켰다.
이는 12일자 조선일보에 인터뷰가 실린 데릭 미첼 미국 CSIS 선임연구원의 의견도 일치했다. 그는 이 인터뷰에서 “미국은 북한이 다른 나라나 테러 단체 등과 핵무기 물질을 공유하려 들지 않는 한 대북 군사행동을 취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세계체제론’을 주창한 석학 이매뉴얼 윌러스틴 예일대 석좌교수는 북한의 핵무장이 필연적인 결과라고 풀이했다. 그는 11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핵무장은 “미국 헤게모니 상실이 가져온 냉엄한 현실”이라며 “2015년이면 북한, 한국, 일본 등 20~25개국이 핵무장을 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선일보 13일자에 실린 로버트 갈루치 조지타운대 외교대학장의 인터뷰도 주목된다. 이 기사에는 “핵실험에 좌절감…북이 우릴 속였다”라는 제목과는 다른 시각의 분석이 담겨있다. 1994년 북미제네바합의의 주역인 갈루치 학장은 지난 9월 베이징 공동성명 직후 미국이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은행에 가한 제재가 사태를 악화시켰다고 지적했다. 그는 “모두가 북한의 회담 복귀를 진정으로 원한다면 북한에 우선 특사를 파견하고 6자회담 전에라도 양자회담을 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해외 전문가들은 해법으로 한국의 역할과 국제적 공조를 강조하면서도, 미국 부시 행정부에 대한 비판을 아끼지 않았다. 스트라우브 전 미 미국부 한국과장은 13일자 중앙일보에 게재된 인터뷰에서 미국은 대북제재 외에 구체적인 유인책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인터뷰에서 “부시 행정부는 그동안 외교 다운 외교를 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북한은 언제나 미국과의 협상을 원했지만 딕 체니 부통령 등 강경파는 이를 거부했다는 것이다. 스트라우브는 이 사이 북미의 불신은 깊어졌고 북한의 핵실험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중앙일보 김영희 대기자의 시각도 눈길을 끈다. 그는 북한 핵실험 다음날인 10일자 1면 머릿기사에서 노무현 정부와 부시 정부를 모두 비판하면서도 이번 사태의 해법을 ‘북미 직접대화’로 봤다. 김 대기자는 “한국은 북한의 핵실험 강행에 분노는 하되 미국과 일본의 제재 일변도에 반대하는 중국·러시아와의 긴밀한 공조로 북한과 미국을 설득해 북·미 직접대화로 이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