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자협회(회장 정일용)는 11일 북한의 핵실험과 관련 성명을 발표하고 “이번 핵실험의 원인은 ‘대북포용정책’의 실패가 아니라 미국의 대량살상무기 비확산 정책의 실패”라고 주장했다.
기자협회는 이날 ‘실패한 것은 미국의 핵무기 비확산정책이다’라는 성명을 통해 “북핵문제는 애당초 남북 간의 민족문제가 아니라 미국과 북한 간의 문제였다”며 이 때문에 “폐기되거나 수정돼야 할 정책은 한국의 대북포용정책이 아니라 미국의 대량살상무기 비확산정책”이라고 밝혔다.
기자협회는 또 “지난 2002년 서해교전 당시에도 금강산관광이 유지되면서 한반도 긴장해소와 평화유지에 기여했다”며 이러한 이유로 이번 핵실험 이후에도 “남북간 화해와 협력을 주도해왔던 정부의 대북정책의 중심은 흔들리지 않아야한다”고 강조했다.
기협은 그러한 이유에서 “남북간 포용정책의 상징인 금강산 관광사업과 개성공단 사업 등을 지속”시켜야하며 그것이 “한반도 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첩경이다”라고 주장했다.
다음은 성명서 전문이다.
<성명서> -실패한 것은 미국의 핵무기비확산정책이다
북한의 핵실험 실시 이후 남한 정치권의 대북포용정책 흔들기가 우려할만한 수준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는 번지수를 잘못 짚어도 한참 잘못 짚은 행위이다.
열린우리당 내에서는 신중론과 재검토론이 거론되고 있는 반면 평소 대북포용정책에 반대를 해왔던 한나라당은 즉각 폐기를 재촉하고 있다. 국민의 정부 시절 햇볕정책을 입안했던 민주당은 참여정부의 관리실패론을 들고 나왔으며 민주노동당은 급격한 정책 전환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북핵문제와 대북포용정책은 엄밀히 말해 별개의 사안이다. 대북포용정책 이른바 햇볕정책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같은 민족인 남북간의 화해와 협력’이다. 처음 이 정책이 나왔을 때는 물론이고 현재까지 대북포용정책의 가장 중요한 정책 목표는 남북간 화해와 협력이다. 이른바 ‘북핵문제’의 해결을 위해 대북포용정책이 입안되고, 실행된 것이 아니다.
북핵문제는 애당초 남한과 북한 간의 민족문제가 아니라 미국과 북한 간의 문제였다. 세계의 경찰국가를 자임하며 대량살상무기 비확산 정책을 펴온 슈퍼파워 미국과, 그에 맞서 절박한 생존권 문제를 고민해야 하는 북한간의 치열한 정치게임이요, 밀고 당기는 외교 전쟁이었다는 뜻이다.
따라서 북한의 이번 핵실험은 ‘대북포용정책’의 실패가 아니라 미국의 대량살상무기 비확산 정책의 실패이다. 일부 정치권의 지적대로 실패한 정책은 당연히 폐기되거나 수정돼야 한다. 그러므로 폐기되거나 수정보완 돼야 할 정책은 미국의 대량살상무기 비확산정책이다. 한국의 대북포용정책은 결코 실패하지 않았다.
실패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바로 지금처럼 국제사회가 자국의 이해관계 또는 막연한 불안감에 휩싸여 대북제재에 나서려고 할 때 대북포용정책은 존재의 이유가 더욱 뚜렷해진다. 이럴 때일수록 남북이 손잡고 포용정책의 상징인 금강산 관광사업과 개성공단 사업 등을 지속시켜야 한다. 그길 만이 한반도 평화유지의 첩경이다.
2002년 서해교전 때도 금강산 관광이 유지됐고 그것이 한반도 긴장 해소와 평화상태 유지에 기여했다는 사실을 떠올려야 한다. 남북간 화해와 협력을 주도해왔던 정부 대북정책의 중심이 흔들리지 않아야 한반도의 평화도 우리 손으로 지켜낼 수 있다. 그 누구도 지금의 대북정책을 흔들어서는 안 된다.
끝으로 강조하고 싶은 것은 ‘포용정책’이니 ‘햇볕정책’이니 하기보다는 ‘화해정책’이 더 정확한 표현이라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