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또 다시 언론사 사장 선임 등을 둘러싼 ‘낙하산 사장’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실제로 전국언론노조 등은 지난 4일 EBS 구관서 사장 내정과 관련, ‘사장추천위원회(이하 사추위)라는 합법을 가정한 통과의례를 통해 내정된 구관서 씨를 EBS사장으로 결코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6월 서울신문 노조는 “실질적인 1대주주인 정부가 사장추천권을 빼앗아 사장 임명에 있어 ‘정치적 입김’이 작용했다”고 반발했다.
부산일보는 지난해 정수장학회 경영권 간섭과 일방적인 사장 임명에 반발해 ‘사장추천공모제’실시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처럼 많은 언론사들이 정치적 외압에 의해 사장이 임명되는 것에 반발, 노조가 중심이 돼 사장 인선절차에 있어 공정성과 투명성을 요구하고 있다.
◇공모 및 선출 방법
지난 2000년부터 언론사 사장 선출방식에 있어 투명성이 제고되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
경향신문은 1998년 독립언론 출범과 함께 사장공모제를 도입, 지난 2000년 제도를 첫 시행했다.
경향은 사장공모제를 통해 사장 후보를 추천받은 뒤 각·국실을 대표하는 경영자추천위원회(21명)에서 주총에 올린 최종 후보를 선발, 주총 승인을 통해 최종 선발하고 있다.
서울신문은 지난 2002년부터 사장공모제를 도입했다. 사장은 주주들로 구성된 사추위 심사를 거쳐 최종 후보를 선발, 주총에서 최종 결정된다.
지난 1998년부터 구성원들의 의사를 반영하기 위해 직선제를 채택한 한겨레는 사장 자격을 모든 사람들에게 개방하고 있다.
다만 선거일로부터 5일전까지 한겨레 전체 구성원 중 5%에 해당하는 직원들로부터 추천을 받아야 사장 후보자격을 얻을 수 있다.
3개월 가까이 사장 선임이 표류 중인 KBS는 KBS이사회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는 방법으로 사장을 선출하고 있다. 하지만 KBS는 지난 7월부터 본격적으로 사추위 구성여부 등을 놓고 이사회와 노조 등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비록 이사회는 18일 회의에서 이사회 산하에 사추위를 구성하기로 결정하고 20일부터 26일까지 KBS사장 공모 신청을 받기로 했으나 추천위원 구성을 놓고 이사회와 노조 간 이견을 보이고 있다.
현재 이사회는 추천위원 7명 가운데 이사 4명과 사원 및 외부 인사 3명을 참여시키는 방향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진데 비해 노조는 이사 3명, 사원 2명, 외부 인사 2명을 구성하는 방안을 주장하고 있다.
MBC는 2003년 3월부터 인력풀을 넓히기 위해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들이 사장 후보를 개별 추천했던 것을 보완해 사장공모제를 함께 실시하고 있다.
MBC사장은 9명으로 구성된 방문진 이사회 회의를 거쳐 최종 후보 1명을 선발하고 있다.
연합뉴스는 한 때 ‘사추위 구성 규정’을 놓고 해석 상 이견을 보이면서 뉴스통신진흥회와 노조 간 대립을 빚었으나 지난 5월 사추위를 구성했다.
뉴스통신진흥회 이사 3명과 노조추천 외부인사 1명, 뉴스통신진흥회와 노조 공동추천인사 1명 등 총 5명으로 구성된 연합 사추위는 복수 후보자를 뉴스통신진흥회에 추천하는 역할을 하며 뉴스통신진흥회 이사회에서 사장 단일 후보를 선발하게 된다.
EBS는 공모제를 통해 사장 지원자를 접수 받은 뒤 방송위원회 위원장이 방송위원회 동의를 얻어 임명하게 되어있다. 하지만 독립성 등을 보장하기 위해 EBS는 지난 2003년 고석만 사장 당시 사추위 제도를 처음 도입했다.
YTN는 제도로써 명문화하지 않았지만 지난 2003년에 이어 지난해 5월 두 번째로 사추위를 구성했다.
더불어 지난해 처음으로 사원대표 1인을 사추위 위원으로 참여, 사내 의견을 개진할 수 있을 길을 열어 놓았다. 하지만 YTN 사장 후보는 4대 주주(한전, KT&G, 한국마사회, 우리은행)와 이사, 노조 및 사원만이 추천할 수 있다.
이 밖에 CBS는 2003년 사장공모제를 도입, 실시하고 있다. CBS 사장추천위원회는 이사 4인과 직원대표 2인, 기독교계 인사 1명 등 총 7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사추위 제도화 ‘정도’인가
현재 KBS 노조는 ‘KBS의 정치적 독립’을 위해 사추위 제도화를 요구하고 있다.
무엇보다 내정된 상태에서 이사회의 절차는 무의미하다는 것. 이 때문에 노조는 이사회가 대통령에게 사장 후보자를 제청하기 전에 사추위의 추천 절차를 만들어 투명성및 공정성을 강화, ‘낙하산인사’ 혹은 ‘사전 내정’ 논란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노조는 실질적인 사추위를 구성하기 위해 △이사회 이사 참여비율을 2분의 1 미만으로 제한하고 △사원 대표로 노조 참여를 주장할 뿐만 아니라 △외부 전문가 추천 시 이사회와 사원대표가 공동 추천하는 방안을 요구하고 있다.
교육부 관료 출신 사장 선임으로 반발하고 있는 EBS의 경우 방송위원 4인, 학계 1인, 교육부 대표 1인, 사원 대표 1인 등 총 7명으로 구성된 사추위에서 사장 후보를 논의하게 된다.
현재 사추위는 방송위 전체회의에 상정할 사장 후보 2인을 추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KBS노조의 요구나 EBS사태에서 볼 수 있듯이, 사추위 구성 자체부터 논란이 되고 있다. 이는 일각에서 사추위 구성만으로는 인사절차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담보할 수는 없다는 의견을 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사추위 구성방식을 비롯해 △사추위 위상 △후보 검증할 수 있는 객관적인 원칙 및 절차 △사추위 회의내용 공개 등이 선결돼야만 ‘낙하산인사 논란’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방송위원들의 ‘정치적 독립’을 지적하고 있다. 즉 방송위 위원(9인·대통령 3인, 국회 3인, 국회 문광위원회 3인) 임명에서부터 ‘정치적 이해관계’가 개입, 이들이 선임하는 KBS이사회, 방문진 이사 등에도 이런 역학관계가 작용해 사추위 구성에서부터 사장 임명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
언론개혁시민연대 김영호 상임대표는 “정치권이 정권창출을 위한 도구로 방송을 보기 때문에 이 같은 요구가 일고 있다”며 “정치적 이해관계에서 벗어난 사추위 구성을 위해선 독립성과 중립성, 전문성을 갖춘 인사들과 사내 종사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