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관계 로드맵, 언론사 노조에 어떤 영향 미칠까

노조서 임금충당땐 조합비 60∼70% 차지
전임자 줄이거나 없애면 활동위축 불 보듯
언론노조 등 중앙차원 대책마련 시급
정부와 한국경제인총연합(경총),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이 11일 노사관계·법선진화방안(로드맵)에 합의함에 따라 언론계에도 미칠 파장이 적지 않아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언론사 노조에게도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이는 노조전임자 임금지급금지 조항은 3년간 유예는 됐으나 지금부터 치밀하게 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노조전임자 임금지급이 금지될 경우 방송사에 비해 가뜩이나 어려운 신문사나 지역 언론사 노조들은 큰 곤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방송사에 비해 조합원 수도 적고 대체로 활동도 부진한 편이기 때문이다. 전임자 임금을 지급하자니 무리가 따르고, 전임자를 줄이거나 없애자니 노조 활동이 더욱 위축된다.
위원장, 사무국장 등 전임자 임금을 노조 자체에서 부담하게 되면 조합비의 60~70% 가량이 들어갈 것이라는 게 노조 관계자들의 계산이다. 상급단체에 회비를 납부하는 경우를 포함하면 조합 활동으로 쓸 수 있는 여유는 더욱 줄어든다.
필요한 재정을 충당하려면 조합비를 인상하는 게 가장 쉽다. 부산일보 노조(위원장 김승일)의 경우 조합비를 현행 1%에서 1.5%로 올리는데 의견을 수렴한 결과 대다수 조합원들이 동의했다. 김승일 위원장은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가 실시돼도 우리 노조는 자립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조합비를 올리려면 조합원들의 동의가 필수. 그러나 설득이 쉽지만은 않으리라는 전망이다. 해당 언론사의 조합원 규모와 임금 수준이 얼마나 되느냐도 관건이다. 임금 수준이 높지 않거나 조합원 1백명 안팎인 지역 언론사 노조는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이럴 경우 노조 집행부가 모두 비전임으로 꾸려질 수도 있다. 이는 노조활동 위축으로 이어진다. 한 중앙 일간지 노조 관계자는 “실제 전임자 없이 운영하기란 어렵다”며 “이는 노조에 큰 타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노조에서는 기금 형태의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매일신문 노조는 지난해 단체협약을 통해 오는 12월까지 18개월 동안 월 1백만원씩 노조발전기금을 적립하기로 했다. 배성훈 위원장은 “2007년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시행을 대비해 지난해 노사 합의로 발전기금을 만들었다”이라며 “다시 유예가 됐으나 올 단협에서도 계속해서 요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모 중앙 일간지 노조도 단체협상에 앞서 ‘노사협력기금’을 만드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일단 보류한 상태다.
협력기금 적립은 조합비 외에 추가 재원을 마련하는 것이라 결국 어떤 형태든 조합원의 부담으로 돌아간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라는 비판도 있다.
전임자를 노사협의회 간사 등 다른 직책으로 돌려 보수를 받게 하거나 임금협상 때 전임자 분까지 포함해 전체 임금 인상률을 결정하자는 의견도 있으나 편법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신문사의 경우 노조 교체기가 되면 차기 위원장 및 집행부 구성에도 애를 먹는 현실이어서 이런 문제는 ‘설상가상’이 되는 셈이다.
대부분의 언론사 노조들은 “심각한 문제지만 전임자 임금 규정이 일단 3년 유예가 됐으니 그 때 가서 보자”는 입장이 많다. 현 집행부 임기 내에 벌어질 일도 아닌데 미리 조치를 취하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언론노조 등 중앙 차원의 대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로드맵이 언론계에 미칠 파장에 대한 연구 및 홍보도 태부족이다. 개별 노조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3년 후라고 기다릴 것이 아니라 늦어도 내년 정도에는 대책이 강구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경향 이중근 노조위원장은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가 시행되면 신문사 노조 가운데 자유로울 수 있는 곳은 거의 없다”며 “3년 후로 미루지 말고 현실로 닥친 문제로 보고, 언론노조 등 큰 차원에서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노사관계로드맵을 반대하는 민주노총과 언론노조는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조항을 폐지하고 이 문제를 노사자율로 정하도록 하자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