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저널의 기사 삭제 파문이 석 달 째 계속되면서 사태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 노사 갈등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금창태 사장과의 관계는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넜다’는 것이 편집국 내부의 입장이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문화사 회장이자 시사저널의 사주인 심상기 회장이 직접 나서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안팎의 여론이 일고 있다. 그러나 시사저널 노조의 끊임없는 요청에도 불구하고 심 회장은 이번 사태를 금 사장에게 일임하며 중재자의 역할을 하지 않는 등 소극적 자세를 취하고 있다.
기협 정일용 회장도 사태 해결을 위해 심 회장에 연락과 면담을 시도했지만 심 회장은 “이번 일과 관련해서는 어떤 말도 하지 않을 것이며 만나지도 않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심 회장의 소극적인 자세 때문에 편집국 일부에서는 ‘심 회장이 금 사장을 앞세워 구조조정을 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며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이는 금 사장이 시사저널의 사장으로 온 이후 끊임없이 타 시사주간지와 비교해가며 인력이 많다는 이야기를 한데다 최근 편집국 팀장 전원과 기자들에 대한 징계가 계속 이어져 가고 있기 때문이다.
편집국의 한 기자는 “그동안 금 사장은 타 시사주간지는 8명이 기사를 생산하고 있다고 여러 번 강조했다”며 “JES(중앙엔터테인먼트앤드스포츠)와 네오뉴스 등과 콘텐츠 제휴는 노조의 파업과 구조조정을 염두에 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시사저널 노조가 심 회장이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바로 사태 해결 전에 금 사장과 했던 물밑 접촉에서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으나 금 사장이 번복하면서 팀장과 기자들에 대한 징계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시사저널 노조는 지난달 4일 ‘더 이상 반칙은 없다’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우리는 희망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 시위도 중단하고 성명서도 자제하면서 대화 상대인 사장을 최대한 배려했다”면서 “그러나 희망은 칼이 되어 돌아왔다”고 분노를 표출한 바 있다. 이를 두고 시사저널 출신의 한 기자는 “실질적인 1인자 심 회장의 의도가 아니었다면 월급 사장인 금 사장이 독단적으로 대화를 거두고 징계 조치로 방향을 선회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으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언론계 전체에 대한 편집권 규정을 명확하게 하자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사태가 편집인이 편집국장의 동의를 구하는 절차 없이 기사를 삭제한 것이기 때문에 편집권에 대한 논의 자체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금 사장은 지금까지 “편집인으로서 소송이 불을 보듯 명백한 상황에서 회사를 위해 기사를 삭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언론계에서는 취재기자와 데스크, 편집국장으로 이어지는 기사 생산 과정에서 “문제없다”고 출고된 기사를 편집국 동의 없이 삭제하는 것은 편집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주장도 설득력을 갖는다.
이와 관련 지난 7월 31일 ‘삼성과 언론’이라는 토론회에서 김서중 성공회대학교 교수는 “신문에서 편집인이라면 편집 전반에 대한 책임을 지는 사람으로서 편집국장이나 주필이 맡아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신문법상 편집위원회 및 편집권에 관한 조항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