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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의정' 비교하고 '비밀금고' 증언 싣기도

과연 삭제될 기사였나?-타 매체 기사와 비교

이대혁 기자  2006.09.13 14: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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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같은 삼성 이학수 전략기획실장을 다룬 기사에서 시사저널은 삭제하고(위), 월간조선은 8월호에 게재했다(아래). 삼성은 두 기사에 대해서 언론사에 모두 전화를 걸어 삭제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은 지금까지 삼성그룹이나 삼성그룹 고위 임원에 대한 기사를 지속적으로 다루어왔다. 때로는 칭찬하고 때로는 엄혹한 비판을 해왔다. 이번에 시사저널이 뺀 기사는 이학수 삼성그룹 전략기획실장에 관련된 내용이었다. 하지만 월간조선이나 한겨레21은 비슷한 기사를 다뤄 삼성 측으로부터 ‘재고 및 삭제’의 부탁을 받았지만 게재했다. 본보는 시사저널에서 삭제한 기사의 주요 내용과 다른 매체에서 다룬 삼성 관련 기사를 비교했다. 과연, 그 기사를 빼야할 정도로 문제가 있었는지를 판단키 위해 내용을 간추려 싣는다.

시사저널, 이학수 실장 인사 독선·삼성 내부 불만에 관심
시사저널 금 사장이 삭제한 기사는 6월 27일자 제870호 62~64페이지에 실릴 예정이었던 ‘2인자 이학수의 힘 너무 세졌다’는 제목의 원고지 20매 분량의 기사다.

“‘이학수 삼성그룹 부회장(전략기획실장)의 권력이 지나치게 비대해졌다’는 불만이 삼성그룹 내부에서 흘러나오고 있다”로 시작하는 기사는 삼성 내부에서 이 부회장의 인사 독선으로 내부 비판이 밖으로 표출되고 있는 것을 지적하고 있다.

기사를 작성한 시사저널 이철현 기자는 기사에서 “이학수 부회장이 총수로부터 절대 신임을 받고 있는 데다 계열사 사장단 인사에까지 영향력을 행사해 사실 삼성그룹에서 드러내놓고 그를 비판할 수 있는 이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부 비판의 빈도가 높아지는 것에 주목했다.

이 기자는 삼성 구조본 인사 담당자의 말을 인용 “주요 계열사 사장단은 이학수 부회장과 인연이 깊은 인사들로 채워진 지 오래되었고 최근에는 계열사 재무 담당 임원진(CFO)마저 이부회장 측근이라 할 수 있는 구조본 재무팀 인사들로 배치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기자는 제일모직과 전략기획실 고위 임원 등을 예로 들며 이들이 이부회장과 제일모직 경리과에서 인연을 맺었음을 강조했다.

여기에 삼성그룹의 인사 원칙이 신상필벌(信賞必罰)이 흔들리고 있다며 제일모직 고위 임원의 재기용은 삼성그룹에서 찾아보기 힘든 사례라고 밝혔다. 이어 삼성그룹 전략기획실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과거 신상필벌이라는 원칙이 이제는 신상필상(信賞必賞)으로 바뀌었다”고 전하며 “이런 새 인사 원칙을 도입한 이가 이부회장인 셈”이라고 말했다.

이 기자는 “과거 삼성그룹은 재무·기획·인사 부서가 세력 균형을 유지하며 서로 견제해왔다”며 “1997~1999년 외환위기에서 벗어나는 과정에서 이부회장을 필두로 한 재무부서가 득세하며 기획·인사 부서 영향력이 쇠퇴했다는 것이 전설처럼 나돈다”고 밝혔다.

월간조선, ‘이학수 체제 마감되나’ 삼성그룹 인사태풍 주목
월간조선은 지난 8월호에 ‘10년 장수 이학수 체제 마감되나’라는 제목의 10페이지 분량의 기사를 실었다. 올해 삼성의 대규모 인사가 예상되며 임직원들의 관심이 온통 인사문제에 쏠려 있다는 기사다. 삼성 이건희 회장의 장남 이재용 삼성전자 경영기획실 상무의 경영권 전면배치가 인사의 키워드라고 기사는 설명한다.

이어 올 인사의 또 다른 핵심으로 이학수 전략기획실장의 교체여부라고 적시했다. 기사는 “삼성그룹내에서 이학수 실장의 위치는 조선시대 영의정을 일컫는 말인 ‘일인지하 만인지상(一人之下 萬人之上)’으로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막강하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삼성공화국’의 실질적 운영자인 이학수 실장의 진퇴 문제는 그만큼 삼성그룹뿐 아니라, 일반인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고 적었다.

월간조선은 이 실장에 대한 유임론을 거론하면서 노무현 대통령과의 친분도 언급했다. 기사는 “(중략) 이실장은 노무현 대통령과 꾸준히 친분을 유지해 왔고, 급기야 노대통령이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삼성그룹내 이실장의 위상은 더욱 확고해졌다”고 밝혔다.

교체론을 통해 ‘이학수의 남자들’을 인용 이 실장의 인적 네트워크를 다뤘다. 기사는 “구성을 보면 우선 그의 출생지인 경남 마산 인맥과 출신 학교인 고려대 인맥, 그리고 제일모직 경리부 출신 인맥”이라며 “특히 삼성그룹내에서 요직을 차지하고 있는 인맥 중 제일모직 경리부 출신이 가장 많다”고 적시했다. 이어 “그룹내에서는 이들을 ‘제일모직 경리 마피아’라고 부른다”고 적었다. 이런 이 실장의 인물들이 이 실장 체제를 더욱 공고히 구축할 경우 이재용 상무의 경영체제로 재편이 힘들 것이라는 분석을 덧붙였다.

이어 기사는 이 실장 후임은 김인주 사장이 유력하고 기타 하마평에 오른 사람들에 대한 인물을 집중 분석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한겨레·한겨레21, 각각 5일 연속, 5개 꼭지로 삼성 문제 다뤄
한겨레는 지난 5월8일부터 13일까지 5일에 걸쳐 ‘집중비교 삼성 VS 현대차’라는 제목의 기획을 다뤘다. 현대자동차 정몽구 회장의 구속으로 인해 우리나라 제1, 제2 기업의 위상을 정리한 기획이다.

8일자 ‘구속과 무혐의로 갈린 두 재벌 차이는?’라는 기사를 통해 한겨레는 삼성의 경우였다면 압수수색은 물론 이건희 회장의 구속으로 연결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양사의 인맥관리 시스템의 차이 및 전방위 로비를 통해 공무원, 국회의원 등을 관리한다는 내용이었다. 10일자 ‘건물 어딘가 벽 하나는 “회장님 비밀금고”’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퇴직자의 말을 인용 “서울 태평로 삼성본관 구조조정본부(현 전략기획실)의 관재팀에도 비밀금고가 있었다”고 증언한 것을 전달하며 “이 돈은 적자를 내는 계열사의 손실을 보전하거나, 이건희 회장 일가의 비자금 용도 등에 사용됐다”고 전했다. 차명계좌에 대한 의혹도 나타내며 “임원 차명계좌로 관리하다 떼이기도 한다”, “전무급이 10억원 이상, 사장급은 그 몇배”라고 적시했다.

13일자 삼성 ‘‘보이지 않는 군림’ VS 현대차 ‘2인자 없는 통치’’편에서는 구조본에 대해 삼성공화국의 청와대라고 지칭하며 관계자의 말을 인용 “황제경영이나 구조본 체제에서는 삼성의 근본적인 변화가 어려워 보인다”고 구조본을 비판했다.

한겨레21도 지난해 9월 제576호에서 삼성그룹 관련 기사를 특집으로 다뤘다. 총 5개 꼭지로 구성된 이 특집은 ‘삼성의 족쇄 이건희 가문’, ‘삼성그룹의 막강 청와대’, ‘금융과 산업은 동침해야 하는가’, ‘무노조 신화 그 ‘무데뽀’ 정신’, ‘미국 4대 가문은 이렇게 살아남았다’ 등으로 이뤄졌다.

삼성그룹의 막강 ‘청와대’는 곧 구조본을 의미한다. 한겨레21은 “삼성과 관련된 불법 행위의 배후에는 항상 구조본이 등장한다”며 “비자금 조성을 통한 불법 정치자금 제공, 계열사간 부당 내부거래, 총수 3세로의 세금 없는 대물림, 강압적 노조 결성 방해 등은 대표적 사례들”이라고 설명했다. “삼성 구조본의 임직원들이 다른 계열사에 비해 초고속 승진을 한다”고 기사는 덧붙였다. 삼성 안에서 ‘성역’으로 여겨져온 구조본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는 언급도 이어졌다.

한겨레21은 삼성전자 임원의 말을 빌려 “‘계열사간에는 구조본의 독주와 월권을 지적하는 얘기가 많다’며 구조본의 해체를 주장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