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보도 방송부문

▲ KBS 성재호 기자
우리 사회 최후의 양심이라는 사법부. 그 사법부가 내놓은 재판 결과에 대해 가타부타 언급하는 것은 언론이라고 해도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 ‘유전무죄’나 ‘전관예우’와 같은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점차 팽배해지고 있음을 누구나 인식하고 있다. 본 방송 보도 직후 터져 나오기 시작한 판, 검사들의 법조 비리는 이 같은 불신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는 현실이다. 그동안 방송은 ‘자주’는 아니었지만 우리 사법부의 현실과 문제점을 지적하는 보도와 다큐멘터리를 해왔다. 그러나 우리가 기억하는 한 유전무죄와 전관예우와 같은 핵심적이고 본질적인 문제에 대해 직접적이고 과학적인 검증을 시도한 적은 없었다. 취재팀은 가장 기본적인 물음에서 출발했다. ‘혹시 사법부를 비롯한 우리 법조계의 강고한 인적인 네트워크가 공정해야할 재판 결과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혹시 그들은 국민들과 전혀 다른 생각과 가치관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의심마저 가졌다.
무모해보일지 모르지만 과학적인 검증과 통계작업을 위해 수십만 건의 소송정보와 수 천여 건에 이르는 판결문을 수집했다. 또한 1만2천여 명에 이르는 국내 법조인들의 경력 정보도 어렵게 구했다. 소송정보 가운데 필요한 것은 일일이 판결문을 통해 그 결과를 확인했고 엑셀 파일로 데이터베이스화했다.
취재팀은 이를 바탕으로 재판에 참여한 판사와 변호사의 관계 또는 피고인의 사회적인 지취에 따라 재판 결과가 어떻게 나타났는지를 분석했다. 방송 보도에서는 한번도 시도된 적이 없었던 사회관계망 분석을 이용한 검증도 병행했다. 그 결과 사법부의 재판이 전관예우와 유전무죄적인 경향을 띠고 있음이 드러났다. 단순하게 한, 두 개의 재판 결과를 갖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 기간 동안 적어도 천여건의 재판을 분석한 것이었다.
최태원 SK회장이 사재출연 약속을 3년째 지키지 않고 있다든가 조희준 전 국민일보 대표가 벌금 50억원을 한 푼도 내지 않은 채 해외로 잠적했다는 뉴스는 이러한 방대한 데이터와 분석결과를 확인 취재하는 과정에서 나오게 된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물이었다. 재판 결과에 대한 비판은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가장 상식적인 수준에서 했다. 다행히(?) 우리가 취재한 담당 재판부 그 어느 곳으로부터도 보도 이후 공식적이거나 비공식적인 항의를 단 한 건도 받지 않았다.
참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셨다. 지난해 말 처음 아이디어를 냈을 때부터 끝까지 인내심을 갖고 도와준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실 관계자분들을 비롯한 수많은 도움이 없었더라면 이같은 영광은 없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