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의혹은 '홍수' 진단은 '가뭄'

'바다이야기' 언론보도 분석

장우성 기자  2006.08.30 14:11:39

기사프린트



   
 
  ▲ 28일 울산지방경찰청과 북구청이 합동으로 울산시 북구의 성인오락실 바다이야기의 간판을 철거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란 막을 사전감시기능 못해…정부 사행산업 육성론 지적 없어


바다이야기 논란이 한창인 가운데 언론이 사전 감시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깊이있는 진단보다는 확인되지 않은 의혹 제기가 대부분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성인오락실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기까지는 몇 가지 계기가 있었다고 지적한다.

2001년 12월4일 문화부가 성인오락실을 시도지사 지정제에서 관할구청등록제로 바꾸면서 문제는 심각해졌다. 이후 성인오락실은 폭증하기 시작했다. 지정제 당시 1백30개에 불과했던 성인오락실은 2003년 1만1천여곳으로 늘어났다.

2002년 2월9일 게임제공업소 경품취급기준 고시가 시행되면서 성인오락실에서 문화상품권을 경품으로 제공할 수 있게 된 것도 문제를 키웠다.

2003년 이후 사행성 논란이 컸던 ‘바다이야기’ ‘스크린 경마’ 등이 영상물등급위원회를 연이어 통과하면서 성인오락실 문제는 비등점에 달했다.

지난해 6월에는 열린우리당 이경숙 의원 대표발의로 ‘사행산업 통합 감독위원회법’이 제출됐다. 민주당 손봉숙 의원도 같은 법안을 제출했다. 사행산업을 국가 차원에서 통합관리한다는 이 법은 국회 공전 등으로 계속 계류상태에 있다가 올해 4월 상임위를 통과해 법사위에 넘어갔으나 현재 반려된 상태다.

11월에는 문화부의 성인오락실 강력 단속 방침을 국회 문화관광위에서 제동을 걸었다. 결국 바다이야기 등 아케이드형 릴게임들이 진흥대상 게임으로 분류된 게임산업진흥법은 지난 4월 국회를 통과했다.

도박 대란을 미리 막을 수 있는 계기가 이렇듯 여러 차례 있었으나 대부분의 언론은 이에 대해 사실 보도도 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경품취급기준 고시 시행 전후에 이를 보도한 기사를 뉴스검색전문엔진인 카인즈를 통해 찾아본 결과 한 건도 없었다. 지난해 11월 문광위에서 성인오락실 단속 방침이 의원들의 반대로 무산된 것도 최근 들어서야 보도됐다.

언론이 사전 감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일이 터지고 나서야 고발하고 책임을 묻는데 급급했다는 것이다.

대구가톨릭대 최경진 교수(언론광고학부)는 “사전 감시 기능을 다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자사의 이익에 따라 사안을 판단하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경품용 상품권 발행업체에 일부 중앙 언론사가 관련됐다는 사실에서 알 수 있듯 자사의 이익이 보도의 기준으로 작용할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또 “언론이 평소 민생을 챙기지 않으면서 국회 탓만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바다이야기 관련 보도에서 확인되지 않은 각종 의혹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언론들의 바다이야기 보도는 지난 18일 대통령의 조카 관련설이 나오면서 폭증했다. ‘바다이야기’ 유통판매업체 지코프라임이 인수한 우전시스텍에 노무현 대통령의 친조카인 노지원씨가 근무하다 사퇴한 사실이 확인되면서부터 언론들은 각종 의혹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동아일보, 조선일보의 경우 올해 성인오락실 관련 기사는 18일 이전까지 10건이 되지 않았으나 이후 34건, 67건으로 늘어났다. 문화일보도 18일 이전에는 10건에 못 미치다가 이후 나온 관련 기사가 57건에 달했다. 기사도 대통령 조카 및 친여 인사의 연루설이 대부분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대다수 언론들이 이번 사건을 권력형 게이트로 몰아가고 있으나 그 출처는 대체로 면책특권을 가진 야당 국회의원들의 발언들”이라며 “이런 자유로운 주장을 언론이 확인없이 되풀이하는 것은 큰 문제”라고 꼬집고 있다.

이번 사태 역시 언론이 의혹 공방만 벌이다 대안도 없이 묻혀버리는 것은 아니냐는 우려도 크다. IMF나 카드 대란 때도 언론은 대안 제시는커녕 책임소재도 제대로 밝혀내지 못했다. 숱한 의혹만 제기했을 뿐이다.

사행산업에 대한 근본적 접근이나 피해자에 대한 대책도 언론이 외면하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이번 성인오락실 파문은 정부의 각 부처가 경쟁적으로 사행산업을 육성하려 한다는 게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주장이다. 문광부의 사행성 게임뿐만 아니라 농림부, 각 공단이 관리하는 경마, 경정, 경륜 등도 큰 문제로 꼽힌다. 이런 정책 방향이 도박 중독자를 양성하고 있으나 언론은 ‘바다이야기’에만 빠져있다는 것이다.

국내 도박중독인구가 미국의 3배에 이르나 이들에 대한 치료나 지원 시스템은 전무한 상태. 이 또한 언론이 집중해서 다뤄야 할 문제라는 게 전문가들의 말이다.

김남근 변호사(참여연대)는 “시민단체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이런 사행산업의 문제를 제기하고 관련 법안을 제출해 왔다”며 “언론은 의혹 공방만 벌이지말고 정확한 진단과 대안을 찾는 보도를 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