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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숙인 선배들, 미래 내 모습 아닐까…"

이대혁 기자  2006.08.16 17: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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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생활 5년차


B는 한창 필드를 뛰고 있는 입사한 지 5년차 기자다. 이날도 일주일에 한두 번 있는 내근이라 점심을 마치고 회사에 들어왔다.


건너편에 A선배가 앉아 있다. 인사 발령 이후 가끔 봤는데 얼굴색이 밝지 않다고 B는 생각했다. 인사는 잘 받아주시는데도 다가가기가 쉽지 않다. 같은 부서에 한 번도 있지 않았지만 동기들에게 들어보니 능력 있고 기사 잘 썼고, 데스킹 잘 보신 분이라고 들었다. 하지만 보직이 없어진 이후 왠지 의기소침해 있는 것 같다.


출입처에서도 타 언론사의 나이 지긋하신 선배들이 선임기자라는 직함으로 드나드는데, A선배도 그러는 모양이긴 하다. 같은 내용의 기사를 써도 워낙 선수들이라 기사의 질이 다르다고 B는 생각하고 있었다.


최근 온라인 기사도 쓰라고 회사에서 독려하고 있어 B같은 주니어들이 더 바쁘다. 휴가를 가면 좋은데, 안 그래도 사람이 없어 고생하는 같은 부서 사람들에게 미안해 신청도 못했다.


하긴 타 언론사의 몇몇 동기들을 보니 취재하고 기사 쓰는 것은 물론, 사진을 찍거나 심지어 캠코더를 들고 다니며 동영상 촬영까지 하고 있으니 B는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일거리에 치이는 ‘주니어’ 기자들


일이 힘들어서인지 많은 기자들이 이직을 생각하는 것 같다. 엄청난 경쟁력을 뚫고 들어온 기자라는 직업에 대한 전망이 그리 밝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리라. 이직을 고려하는 기자들이 60%가 넘고 체감 정년이 채 50세도 안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왜 정년이 이렇게 짧을까? 왜 기자직을 평생 할 수 없을까? 선망의 대상인 기자라는 직업에 희망을 품고 입사했는데 떠나는 선배들을 보니 B도 고민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최근에는 가장 잘 나간다는 언론사도 명예퇴직을 실시했고, 폐간된 신문이 있는가 하면 구조조정 이야기로 술렁거리는 언론사도 있어 그의 마음은 더더욱 답답하기 그지없다.


외국의 경우 수십년동안 백악관을 출입한 UPI의 헬렌 토마스 기자가 85세나 되고, CBS의 댄 래더는 75세, ABC의 바바라 월터스도 75세다. 그 외 70이 넘은 나이에도 현장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는 기자들이 수두룩하다. 물론 미국이라는 특별한 경우이지만 우리나라 기자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나이가 아닐까하는 생각이다. 체감 정년이 50도 안된다지 않은가 말이다.




50도 되지 않는 체감정년, 왜?


50세 이전에 떠나야 하는 직업이라는 의미에서 B는 A선배의 경우가 남의 일로 보이지 않는다. 타 언론사 동료들과 이야기해보니 다른 곳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어떤 사람들은 “선배들이야 과거에 누릴 수 있는 것은 다 누렸던 사람들”이라며 “기자라는 명예와 특권을 누렸던 세대여서 미련이 없을 것”이라고 쉽게 말한다.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에 맞는 말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생각건대 기자라는 직업이, 아무리 아니라지만, 점점 샐러리맨으로 변하고 있고 언론사도 기업이기 때문에 당연히 회사에서는 고비용저효율인 선배들이 나가주기를 바란다.


B의 생각은 ‘그럼 우리 세대는 아닌가?’로 맞춰진다. 자신들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다. 앞으로 15년 후면 A선배의 모습이 미래의 자신의 모습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아니 더 앞당겨질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그렇기 때문에 A선배 같은 중견 기자들이 제 역할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근 선배가 쓴 기사들을 보면 깊이가 느껴진다. 그런 모습들이 많이 보일수록 희망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요즘 A선배가 무엇인가를 준비하고 있는 모양이다. 뭔지 모르지만 선배에게도 나에게도 희망을 주는 것이었으면 좋겠다’고 B는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