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이뤄진 한·미 FTA 반대 시위와 관련, 한국일보가 ‘사설’과 ‘기자의 눈’ 코너를 통해 각기 다른 접근을 통한 주장을 펼쳐 독자들을 어리둥절케 했다.
한국일보는 14일자 ‘물난리 속 불법시위는 지나쳤다’는 사설을 통해 시위대의 불법행위가 큰 혼란을 일으켰다고 주장, 불편의 원인이 시위대에 있음을 강조했다. 사설은 “3만여 시위대는 차도를 점거하는가 하면 일부는 경찰을 향해 죽봉과 쇠파이프를 휘두르거나 보도블록을 깨서 던지기도 했다”며 “수많은 시민의 퇴근길 발목을 잡고 생업에 종사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손해를 입히고 지켜보는 시민들에게 불쾌감을 준 불법행위”라고 주장했다.
반면 다음날 사진부 최흥수 기자의 ‘기자의 눈’의 코너에는 전혀 다른 시각이 나타났다. ‘FTA시위 과잉통제’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최 기자는 “잠시 일을 보러 나온 동네 주민들과 빗속에 퇴근길을 서두르는 시민들이 길을 가로막은 경찰과 입씨름을 벌이고 있었다”며 “시위대도 아닌데 왜 막느냐는 항의는 꿈적도 않는 경찰의 방패에 막혀 되돌아왔다”고 전했다. 최 기자는 이어 “집회 신고 범위를 벗어나 경찰과의 물리적 충돌을 강행하려는 시위 관행은 고쳐져야 하고 비난받아 마땅하다”면서도 “하지만 질서유지를 통해 시민의 불편을 최소화 하는게 공권력의 기본 임무임을 되새긴다면 이날 경찰의 행동은 과잉통제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대응을 보는 관점도 판이하게 달랐다.
사설은 “정부도 말로만 엄단 운운하지 말고 차제에 불법 시위에 대해서는 이 사회에 법과 규칙이 분명히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 주어야 한다”고 정부의 단호한 행동을 요구했다.
반면 ‘기자의 눈’의 최 기자는 “그럴리야 없겠지만 시민불편의 화살을 시위대의 책임으로 몰아, 높아가는 한·미 FTA 반대 여론을 잠재워 보려는 속셈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며 “시위대도 효과적으로 통제하지 못하고 시민 불편만 가중시키는 작금의 원천봉쇄식 대응은 재고해 볼 때가 됐다”고 지적했다.
사설과 ‘기자의 눈’의 주장이 꼭 같아야 한다는 법은 없지만 이런 상반된 시각이 연달아 게재된 것 자체가 한국 내부에서 의사소통이 단절된 방증이라는 목소리도 높다. 한편으로는 사설을 쓰는 논설위원실과 편집국 간의 이념적인 인식차의 결과라는 지적도 일고 있다.
이와 관련 한국 이진희 편집국장은 “FTA와 관련해서 어느 한 쪽의 주장에 동조할 수 없고 어떤 스탠스를 취해야 하는지 어려운 점이 많다”며 “다양한 관점을 담으려다보니 서로 다른 입장으로 보인 것일 뿐이고 사설은 우리의 스탠스를, 기자의 눈은 현장의 느낌을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