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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꾸물'거리지 않는다

엄민용 기자의 '말글 산책' <15>

스포츠칸 엄민용 기자  2006.07.14 15: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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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민용 기자  
 
  ▲ 엄민용 기자  
 
장마다. 연일 퍼붓는 빗줄기가 장난이 아니다. 며칠 전에는 태풍 ‘에위니아’가 잔뜩 심술을 부리고 우리 곁을 지나갔다.



그 때문에 곳곳이 물난리를 치렀다. 제4호 태풍 ‘빌리스’는 다행히 중국에 상륙하면서 세력이 크게 약해졌다. 하지만 그 영향권에 든 우리나라에는 또다시 큰비가 내릴 것이라는 예보가 있었다. 걱정이다.



이 나라에서는 왜 매년 이맘때면 물난리를 겪어야 하는 것일까. 기상청은 왜 큰비가 지나간 뒤에야 ‘집중호우가 우려된다’고 밝히는 것일까. 그리고 그 피해는 왜 가뜩이나 허리를 졸라매고 사는 농민들이나 도시 서민들만 받아야 하는 것일까. 쏟아낼 만큼 쏟아내 더 이상 나올 한숨도 없건만….



각설하고, 이 즈음이면 ‘꾸물꾸물하다’는 말이 많이 쓰인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꾸물꾸물’을 입력하면 “오늘 소나기가 온다는 소리가 있었는데, 아침부터 꾸물꾸물하네요” “바보같은 나는 꾸물꾸물한 오늘 같은 날씨에 이불 빨래를 합니다” 따위의 글이 부지기수로 뜬다.



그러나 “날씨가 활짝 개지 아니하고 자꾸 흐려지다”는 뜻의 말은 ‘꾸물꾸물’이나 ‘꾸물거리다’가 아니다. ‘꾸물꾸물’이나 ‘꾸물거리다’는 “매우 느리게 자꾸 움직이는 모양” “게으르고 굼뜨게 행동하는 모양” “신체 일부를 느리게 자꾸 움직이는 모양” 등을 일컫는 말이다.



우중충한 하늘을 나타낼 때의 바른말은 ‘끄물끄물’ ‘끄물거리다’이다. 작은말은 ‘그물그물’ ‘그물거리다’이다.



또 “아침부터 하늘이 찌뿌둥하다” “하늘은 찌뿌둥하고 부슬부슬 가랑비도 내리고 있었다” 따위처럼 흐린 날씨를 가리키는 말로 ‘찌뿌둥하다’도 널리 쓰이는데, 이 역시 바른말이 아니다. “비나 눈이 올 것같이 날씨가 매우 흐리다”는 의미의 말로는 ‘찌뿌드드하다’와 ‘찌부듯하다’가 있다.



“감기 몸살로 몸이 찌뿌둥해서 집에서 쉬고 싶다” “그녀는 찌뿌둥한 기분을 떨치기 위해 여행을 떠났다” 따위에서 보듯, “몸살이나 감기로 몸이 무겁고 거북하다” “표정이나 기분이 밝지 못하고 매우 언짢다”는 의미로 쓰이는 ‘찌뿌둥’ 역시 ‘찌뿌드드’나 ‘찌뿌듯’으로 써야 한다.



‘찌뿌드드’를 ‘찌뿌드’라고만 쓰는 것도 당연히 잘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