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로 임기가 끝나는 KBS 정연주 사장이 자신의 거취와 관련, 이례적으로 사보를 통해 입을 열었다.
KBS 정 사장은 이날 발행된 KBS사보(특보)를 통해 ‘사원여러분께 드리는 글’, ‘KBS는 ‘국민의 방송’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발표했다.
정 사장은 “풋풋한 푸르름과 싱싱한 생명력이 가득한 여의도 공원을 지나
KBS에 첫발을 들여놓았던 것이 3년 2개월 전이었는데 그 세월은 흐르는 강물보다 더 빠르게 지나가, 어느 덧 임기의 끝자락에 이르게 되었다”며 “그동안 KBS는 어려운 안팎의 여건 속에서도 변화와 발전을 거듭해 공영성과 신뢰성을 더욱 높여, 한국 사회의 중심에 우뚝 솟은, 명실상부한 국가 기간 방송이 되었다”고 서두를 꺼냈다.
정 사장은 “여러분과 함께 걸어온 KBS의 지난 3년에 대해서는 다양한 평가가 있을 수 있으며 또한 회사 안팎에서 비판과 질책이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며 “그 어떤 비판이나 질책에 대해서도 자유롭고 열린 토론의 광장에 맡겨놓았다”고 밝혔다.
그는 “그동안 저는 취임 이후 노동조합을 KBS를 함께 이끌어가는 파트너로 존중해 왔으며 신뢰를 기반으로 한 노사관계를 유지해나가면서 법과 상식이 허용하는 한 노조활동에 최대한의 자유를 보장해왔다”며 “저에 대한 인신공격에 가까운 비난이 난무하고 사내 곳곳에 과격한 선전선동 구호가 나붙고 걸핏하면 퇴진을 요구하는 도를 벗어난 행태에도 인내해왔다”며 그동안 노조에 가졌던 불편한 심경을 감추지 않았다.
정 사장은 “그러나 최근 사내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일고 있는 일련의 움직임은 건강한 비판의 수준을 넘어 KBS의 존립을 흔드는 심히 우려되는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며 “노동조합은 다음 주부터 저의 출근을 저지하는 행동에 들어가고 진행 중인 임금협상과 다른 현안까지 연결해 파업찬반투표에 들어가는 등 법과 사규 그리고 보편적 상식을 뛰어넘는 일탈행동으로 치닫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렇게 신임 이사진 구성과 사장 선임이 늦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저를 비롯한 집행기관은 방송법과 KBS정관에 따라 후임 이사진 구성과 사장이 선임될 때까지 맡은 바 임무를 성실하게 수행해야하는 책무를 가지고 있다”며 그것은 그 어떤 권력이나 조직도 침해할 수 없는 엄중한 책무이자 권리인 것“이라고 말했다.
정 사장은 “국민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아 KBS의 경영을 책임지고 있는 저로서는 더 이상 이 사태를 방치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KBS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다음과 같이 저의 입장을 밝힌다”며 “노동조합이 다음 주부터 물리력을 동원해 저에 대한 출근 저지 운동을 펼 경우 이는 방송법과 공사 정관이 부여한 정당한 사장의 업무를 방해하는 범법행위이자 KBS의 근간을 흔드는 사규 위반 행위로 법과 사규에 따라 엄정하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저는 KBS 사장으로서 국민과 시청자가 부여한 권한과 책임을 어떠한 난관과 시련에도 굴함이 없이 최선을 다해나갈 것”이라며 “법과 원칙에 따른 민주적 절차와 합리적 여론 수렴을 통해 새 사장이 선출될 때까지 공영방송 KBS를 흔들림 없이 끌고 가는 것이 역사와 국민이 본인에 맡겨준 소명이라고 저는 믿는다”고 끝을 맺었다.
그러나 KBS노조(위원장 진종철)는 정 사장에게 요구한 명예퇴진을 자진해서 응하지 않을 경우 내달 3일부터 사장 출근저지투쟁을 강행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어 노사간 마찰이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