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 |
▲ 정일용 회장이 의견서를 낭독하고 있다 |
|
| |
시사저널 기사 삭제 사태와 관련, 기자협회 정일용 회장이 28일 오후 시사저널 경영진을 방문하는 자리에서 금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의 어처구니없는 발언이 물의를 빚었다.
정 회장은 이날 금 사장을 만나 기자협회의 의견서를 제출하려고 하자 시사저널 금창태 사장은 “이해 당사자의 말을 듣지 않고 써온 의견서는 받을 수 없다”며 정 회장의 의견서를 거부했다.
이 과정에서 금 사장은 정 회장에게 “법적 대응 하겠다”, “횡포를 부리느냐” “의견서 다시 써와라”등의 말로 일관했고 경영진의 박 모 상무는 언성을 높이며 “빚쟁이처럼 와서 이러느냐”, “기협회장이 취재하러 온 줄 알았다” 등 상식이하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또한 같은 시간에 KBS ‘미디어포커스’와 인터뷰가 예정돼 있어 정 회장과 대화를 나누던 중 “난 미디어포커스와 인터뷰해야 하니 정 회장은 나가라”라는 말로 대화를 단절시키기도 했고 나가는 정 회장에게 “(기협 회장의) 횡포가 (카메라에) 다 찍혔다”고 말했다.
이 자리는 기자협회 정 회장이 방문하겠다는 의견에 이날 오후 2시 반에 방문하면 좋겠다는 시사저널 경영진의 응답으로 이뤄진 자리였다.
정 회장은 “좋은 일로 만나야 되는데 이런 일(기사 삭제와 관련한 일련의 일)로 만나게 돼 유감이다”라고 말문을 연 후 “기자협회의 의견서를 작성해 왔으니 읽어보시라”며 의견서를 꺼냈다.
그러자 금 사장은 의견서 받는 것을 거부하며 기자협회의 22일자 성명과 기자협회보의 기사에 대해 불만을 털어놓았다. 금 사장은 “이해당사자의 말을 듣지도 않고 성명서를 쓰는 법이 어디 있느냐?”며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기자협회 시사저널 지회의 회원들이 믿을만하지 않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성명서를 쓴 것”이라고 반박했지만 금 사장은 “내 이야기를 듣고 다시 써와라”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 |
 |
|
| |
| |
▲ 정일용 회장과 금창태 사장이 대화하는 도중 시사저널 한 간부가 제지하고 있는 모습 |
|
| |
금 사장은 또 “워싱턴포스트지는 자기 기자가 직접 확인하지 않고는 기사를 절대로 게재하지 않는다”면서 “한쪽 당사자의 일방적인 이야기만 듣고 공식적인 성명을 발표하느냐”고 따지고 워싱턴포스트 기자가 쓴 자서전을 내밀기도 했다.
금 사장은 이어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한국의 언론이 왜 독자들로부터 신뢰를 잃고 권력으로부터 무시당하는지 알게 됐다”는 발언도 했다.
정 회장은 “왜 말도 하기도 전에 그런 말씀을 하시냐?”며 “의견서를 읽어보시고 말을 하자”고 했으나 금 사장은 “내 이야기를 듣지도 않고 만든 것이어서 읽지도 않을 것이고 읽으라고 강요하지 말라”고 대응했다.
이후 금 사장은 정 회장에게 인터뷰해야 하니 나가라고 종용했고 이에 정 회장은 언성을 높이며 “엄연히 약속을 하고 왔는데 이런 법이 어디 있느냐?”며 “나도 할 말이 있으니 해야겠다”고 말했다.
이 때 시사저널의 박 모 상무가 “빚쟁이같이 와서 왜 소리를 높이느냐?”며 언성을 높였고 “의견서 전달은 공문으로 하지 여기까지 와서 이러느냐?”고 끼어들었다.
정 회장이 다시 이야기를 하겠다고 하자 금 사장은 “그럼 하고 가라”고 말했고, 이에 정 회장은 가져온 의견서를 처음부터 끝까지 큰 목소리로 읽었다.
정 회장은 이날 ‘육성으로 전달한 의견서’를 통해 최근 사태에 유감을 전하고 “언론사 경영진이 편집국장과 원만한 대화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편집국장 모르게 기사를 인쇄 단계에서 들어낸다는 것은 언론사의 존립 근거를 뒤흔드는 일”이라며 “해당 기사가 한국 사회의 대표 기업인 삼성 관련 기사라는 점에서, 경영진의 행태는 자본의 힘에 일방적으로 굴복한 것이 아닌가하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고 밝혔다.
정 회장은 이어 “시사저널 경영진의 행태에 깊은 유감을 표하며 사태를 제대로 수습하여 지난 17년 동안 성역없는 보도로 성가를 높여온 시사저널의 가치가 다시 회복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해프닝에 대해 시사저널 기자들은 “의견서를 제출하러 온 언론단체장에게 저렇게 막말과 불손으로 일관하는 것을 보고 저런 사장 밑에서 일하는 우리가 부끄럽다"며 "금 사장 퇴진 투쟁을 끝까지 벌이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날 기자협회 정 회장이 금창태 사장에 구두로 전달한 의견서 전문.
한국기자협회는 시사주간지 <시사저널> 지회에서 최근 벌어진 사태에 심각한 유감을 표합니다. <시사저널> 제 870호에 게재될 예정이었던 3쪽짜리 삼성 관련 기사가, 편집국장이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인쇄소에서 삭제되었으며, 이에 항의하는 편집국장의 사표가 곧바로 수리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는 지금까지 언론계에서 빚어진, 편집국과 경영진 사이에 빚어질 수 있는 갈등의 상궤를 벗어나는 일입니다.
한국의 언론은 보도 행위를 둘러싸고 갈등과 다툼이 벌어질 때 그 긴장 관계를 어떻게 조정해야 하는지 기본 룰을 갖고 있습니다. 외압에 굴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기사를 쓸 수 있는 자유를 훼손당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언론으로서의 가치를 지킬 뿐 아니라 생존에도 필수 요건이 된다는 것을 오랜 역사 속에서 체득했기 때문입니다. 외부와의 갈등뿐 아니라 언론사 내부에서 편집과 광고, 판매 부문의 긴장 관계가 벌어질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이번 <시사저널>에서 삼성 기사가 삭제된 과정과, 이 사태로 인해 편집국장이 언론계를 등지는 일이 발생한 것은 언론계의 룰이 완전히 무시되었음을 보여준 것입니다.
우선, 언론사 경영진이 편집국장과 원만한 대화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편집국장 모르게 기사를 인쇄 단계에서 들어낸다는 것은 언론사의 존립 근거를 뒤흔드는 일입니다. 해당 기사가 한국 사회의 대표 기업인 삼성 관련 기사라는 점에서, 경영진의 행태는 자본의 힘에 일방적으로 굴복한 것이 아닌가하는 의구심을 갖게 합니다.
나아가 자신이 배제된 채 기사가 삭제된 것에 항의해 사의를 표명한 편집국장의 사표를 단 하루 만에 수리한 것은 더더욱 납득하기 힘듭니다. 한국기자협회는 사태에 대한 책임을 물어 경영진 퇴진을 요구하는 <시사저널> 편집국 기자들의 분노에 깊이 공감하고 있습니다.
요즘 언론계에는 정치 권력으로부터의 자유가 화두였던 과거와 달리 자본 권력과 어떤 관계를 맺어나갈 것인가가 화두로 등장했습니다. 시장에서 매체로서 살아남는 일이 과거 어느 때보다 힘겨운 과제가 되었으며, 그만큼 광고를 무기로 한 자본의 힘이 과거 어느 때보다 강력해졌기 때문입니다. 편집 부문과 광고 판매 부문이 갈등하고, 이를 조정해야할 경영진이 편집국과 마찰을 빚을 개연성은 충분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언론은 기사가 게재되었을 때 민․형사상 논란에 대해서도 주의깊게 대비해야 합니다. 많은 언론사가 기사가 명예훼손의 소지가 없는지 세밀하게 검토하고, 외부 법률전문가의 자문을 받도록 하는 등 기사의 엄결성을 유지하려 애쓰는 것은, 외부의 부당한 압력이나 요구에 휘둘리지 않으려는 노력의 일환입니다.
그러나 <시사저널>의 이번 사태는, 해당 기사의 보도 가치와 파장에 대해 경영진이 자의적으로 판단하고, 그것을 일방적으로 편집국에 강요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습니다.
언론의 고유 가치를 유지하면서 생존하는 일은 지난한 과제입니다. 다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편집국 기자들이야말로 그 길을 가장 깊게 고민하는 주체들이라는 점입니다. 한국기자협회는 <시사저널> 기자들의 고민을 일방적으로 외면한 <시사저널> 경영진의 행태에 깊은 유감을 표합니다. 사태를 제대로 수습하여 지난 17년 동안 성역없는 보도로 성가를 높여온 <시사저널>의 가치가 다시 회복되기를 바랍니다.
2006년 6월28일
한 국 기 자 협 회 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