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신문협회 해산하라"

언론노조, 신문협회 신문법 의견서 '졸속' 비판
경향-한겨레-매일신문-부산일보 노조 잇단 성명

차정인 기자  2006.06.23 18:37:49

기사프린트

언론노조는 23일 신문협회가 헌법재판소에 일부 회원사들의 동의절차없이 신문법 관련 의견서를 제출(22일)한데 대해 "신문협회를 해체하라"고 촉구했다.

경향신문 노조를 비롯해 한겨레, 매일신문, 부산일보노조 등도 이날 잇달아 신문협회를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언론노조는 23일 “‘언론사주 사교클럽’인 한국신문협회는 장난치지 말고 해산하라”는 제목의 성명에서 “헌법재판소가 신문협회와 거대신문의 농간에 놀아나지 않으리라 믿는다”고 밝혔다.

언론노조는 성명에서 신문협회가 의견서를 작성하는 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언론노조는 “신문협회는 6월 19일 이사회를 열어 헌재에 의견서를 내기로 결정했고 21일 오전에 각 회원사에 22일 낮 12시까지 수정 보완 사항을 전달해 달라고 했다고 한다”면서 “불과 하루 만에 검토하라고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더욱 가관인 것은 회원사들의 의견이 엇갈리는 사안에 대해 ‘한국신문협회’라는 이름으로 의견서를 제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이의제기가 묵살됐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언론노조는 “오는 6월 29일 헌법재판소는 신문법과 언론피해구제법의 위헌 여부에 대해 최종 결론을 내리게 된다”면서 “‘선출되지 않은 최고 권력’인 헌재가 거대신문들의 농간에 놀아나지 않고 민주적 책임성에 충실할 것이라 우리는 기대한다”고 밝혔다.

경향신문 노조도 23일 성명에서 “경향신문은 결코 신문협회의 신문법 위헌 의견에 동의하지 않았다”면서 “의견서 제출사실을 다른 회원사에는 제대로 알리지도 않은 상황에서 신문법의 위헌을 주장하는 일부 언론사에만 내용이 보도된 것은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해보라”고 비판했다.

한겨레 노조도 “하루만에 전국 48개 회원사의 뜻을 모았다? 너무 속보이는 짓”이라며 “한겨레신문사는 6월 21일 신문협회에 이미 신문들이 지면을 통해 관련법에 대한 의견을 밝혔고 신문사마다 의견이 다른데 신문협회가 일방적 의견서를 헌재에 내는 게 적절한가 (중략) 신문협회의 의견서가 회원사의 총의를 반영하고 있는가 라는 근본적 이의 제기를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부산일보와 대구매일 노조도 같은 날 성명을 냈다. 특히 부산 노조는 자사 사장에 대해서도 비판하며 “본사는 신문협회 이사인 사장이 회의에 참석했으며 의견서 초안에 대해 아무 이견이 없다고 회신했다”면서 “공공성을 무기로 새로운 지역신문 조직을 만들어보자는 모임에 와서는 찬물을 끼얹고, 정작 목소리를 내야 할 때는 침묵하는 사장은 도대체 어느 신문 사장인가”라고 주장했다.

다음은 언론노조가 발표한 성명서 전문이다.

‘언론사주 사교클럽’인 한국신문협회는 장난치지 말고 해산하라!
- 헌법재판소가 신문협회와 거대신문의 농간에 놀아나지 않으리라 믿는다 -


한국신문협회(회장 장대환)가 지난 6월22일 헌법재판소에 ‘신문법 및 언론피해구제법 위헌성 검토 의견서’를 전달했다. 의견서에는 ‘신문법’이 신문 제작 및 경영에 대한 정부의 지나친 규제와 간섭을 일상화해 헌법정신 및 언론자유를 크게 훼손했다는 억지 주장이 담겨 있다.

이를테면 △시장지배적 사업자 규정의 강화는 헌법상 평등 원칙에 위반했고 △편집권은 개인소유의 경우 사주에게, 법인의 경우 이사회에 귀속되며 △신문사의 경영, 영업 비밀까지 신고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부당하며 △유통 시장을 국가가 개입해 독자의 신문선택 또는 신문접근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의견서는 신문협회가 언론사 소유주들의 ‘사교클럽’임을 거듭 확인해 주고 있다. 언론의 다양성은커녕 일부 거대신문들의 독과점 지위와 권력을 지키는 데만 골몰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검토서를 6월23일치 A4면에 대문짝만하게 실은 <동아일보>의 보도행태만 봐도 이를 알 수 있다. 신문법 위헌 소송 당사자이기도 한 이 신문은 ‘신문협회 48개 회원사, 헌재에 의견서’라는 기사에서 신문법에 찬성하는 의견을 갖고 있는 <한겨레>와 <경향신문>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고, 전체 회원사가 초안을 회람을 했고 이의제기가 없었다고 썼다.

급하긴 급했던 모양이다. 신문협회와 동아일보는 ‘졸속’이라는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신문협회는 의견서를 빨리 제출하고 싶었고 답변이 오지 않은 것을 무조건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것으로 처리했다고 한다. 신문협회는 6월19일 이사회를 열어 헌재에 의견서를 내기로 결정했고, 21일 오전에 각 회원사에 22일 낮 12시까지 수정 보완 사항을 전달해 달라고 했다고 한다. 불과 하루 만에 검토하라는 한 것이다.

검토 중이라고 답변한 신문사까지 이의제기가 없는 것으로 처리해 버렸다. 더욱 가관인 것은, 회원사들의 의견이 엇갈리는 사안에 대해 ‘한국신문협회’라는 이름으로 의견서를 제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이의제기가 묵살됐다는 점이다. 그렇게 졸속으로 의견서가 만들어졌고, 동아일보는 신문협회 관계자를 인용해 뻔뻔하게 ‘신문협회 48개 회원사가 이의 제기 없었다’고 보도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신학림)은 한국신문협회의 해체와 함께 대부분의 신문들이 일부 거대 족벌신문들의 들러리 노릇을 하지 말 것을 줄기차게 요구해 왔다. 이번 신문협회의 졸속 의견서 해프닝은 우리의 이런 주장의 정당성을 거듭 확인해 준다.

신문법과 언론피해구제법은 신문이 언론으로서의 제 기능을 충실히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려는 시민사회단체와 언론노동자들의 요구에 따라 여야 합의로 국회에서 통과한 법이다. 거대 신문들은 자신의 기득권이 침해될 것을 우려해 위헌소송을 제기하고 이 법들을 말살시키려 하고 있다.

신문협회와 거대 족벌신문들은 시장지배적 사업자 규정의 강화가 헌법상 평등 원칙에 위반했다고 주장한다. 상위 3사의 독과점 점유율을 60%로 한 것은 공정거래법(일반 상품 75%)에 맞지 않는 차별규제라는 것이다. 신문이 여론상품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해 점유율 상한선을 강화한 것이고, 이는 입법권자의 재량에 해당한다.

편집권이 개인소유의 경우 사주에게, 법인의 경우 이사회에 귀속된다며 ‘사주의 신문’을 주장하는 대목은 신문협회가 왜 ‘사주 사교클럽’일 수밖에 없는지를 상징한다. 우리는 거듭 강조한다. 신문사가 순수한 사기업이라고 주장하고 싶으면 그동안 받아온 각종 사회적 혜택과 지원(판매부문 부과세 면세, 취재비 면세, 우편물 감세)부터 반납해야 한다. 그러면 믿어줄 수 있다.

귓구멍에 막혔는지 신문협회는 여전히 날조를 일삼고 있다. 신문법에서 편집의 자율성은 개별 신문사의 조건에 맞추도록 돼 있을 뿐이다. 편집위원회 설치는 강제사항이 아니고 편집규약에 담길 내용 역시 자율에 맡겨져 있다.

신문협회는 신문사의 경영, 영업 비밀까지 신고하도록 요구하고 있다고 강변한다. 과연 그런가. 공정거래법상 일반 상품의 독과점 규정인 상위 3사 75%에 해당하는지를 알기 위해서도 전체 발행부수, 유가 판매부수, 구독수입, 광고 수입 등을 알아야 한다. 신문을 쥐락펴락 할 수 있는 주체가 소유주라면, 독자들은 그런 소유주가 누구인지 알아야 한다. 신문법에 담신 1% 이상 보유한 주주나 사원을 보고하도록 한 내용은, 신문협회의 논리에 비춰볼 때도 타당하다는 얘기다.

유통 시장을 국가가 개입해 독자의 신문선택 또는 신문접근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면서 신문유통원의 민간 주도를 주장하는 대목에선 실소를 금할 수 없다. 신문유통망 구축은 난시청 해소와 같이 공익적 사업의 성격을 띠고 있는 것이며, 신문선택과 신문접근을 방해하는 것이 아니다. 신문협회의 주장은 거대신문들이 배달망까지 완벽하게 장악하게 하자는 얘기나 마찬가지다.

여론의 다양성 확보와 언론시장의 투명화, 신문의 공적 기능을 회복하려는 법안을 위헌이라고 몰아세우는 것을 신문협회를 보면, 거대신문들을 위해서라면 ‘하루에 밥을 네 번 먹으면 관습헌법 위반’이라고 말할 수 있는 단체라는 생각마저 든다.

오는 6월29일 헌법재판소는 신문법과 언론피해구제법의 위헌 여부에 대해 최종 결론을 내리게 된다. 헌재는 신문이 과연 신문 사주들을 위한 것인지 국민을 위한 것인지 판단하게 될 것이다. ‘선출되지 않은 최고권력’인 헌재가 거대신문들의 농간에 놀아나지 않고 민주적 책임성에 충실할 것이라 우리는 기대한다.


2006년 6월 23일
전국언론노동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