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권태선 편집국장이 15일 보직사퇴서를 낸 사실을 밝히고, 정태기 사장이 오귀환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을 제출하면서 그 속사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태기 사장은 16일 편집국에 오귀환 후보자의 임명동의를 요청하면서 “권 국장이 최근 사의를 밝혔다. 한겨레가 또 한 번의 도약을 이루기 위해서는 지금 이 시점에서 새롭고 강력한 추진력이 절실하다는 것이 그 분의 판단이었다”고 교체 이유를 설명했다.
애초 중간평가 때까지를 임기로 생각했다는 권태선 국장은 15일 편집국 기자들에게 보낸 메일에서 “비판을 위한 비판, 근거없는 억측의 유포, 그로 인한 구성원간의 불신 증폭 등으로 조직의 건강성이 훼손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며 “제 퇴임시기를 앞당기는 편이 한겨레에 더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편집국장 교체는 정태기 사장의 의중이 관철된 결과라는 사내의 분석도 적지않다. 권태선 국장이 경영진의 바람대로 편집국을 운영해나가지 못하면서 지면 및 회사 혁신에 속도가 붙지 않고 있다고 보고, 직접 교체를 주도했다는 주장이다.
정태기 사장은 지면 혁신을 통한 고급지를 지향했다. 영국의 ‘가디언’지가 모델이었다. 이는 ‘제2창간 선언’이라는 다짐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권 국장의 편집국 장악력은 경영진의 기대에 못 미쳤던 것으로 보인다. 취임 1년이 지난 즈음부터 중도사퇴 설이 편집국 내에 돌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9월로 예정된 편집국장 중간평가 통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전망도 나왔다.
정 사장은 이에 따라 최소한 한 달 이전부터 국장 교체를 물밑에서 추진한 것으로 보인다. 오귀환 신임 편집국장 후보자는 정태기 사장과 같은 조선일보 출신이자 한겨레 창간 멤버로 신뢰가 두터운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 후보자에 대해서는 다양한 평가가 나오고 있다. 특유의 추진력 때문에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뚜렷이 갈린다는 의견도 있다. 한편 “지금 한겨레에는 오귀환 같은 사람이 필요하다”는 소리도 들린다. 하지만 대체로 “능력이 있다”는 것에서는 일치한다. 한겨레21 창간을 주도해 편집장 시절 전성기를 이뤄냈다. 편집국 내에서도 민권사회, 정치부장 등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인터넷한겨레 대표이사를 마지막으로 한겨레를 떠난 뒤 최근에는 미디어컨설팅 일을 해왔다.
오귀환 후보자는 19일 월례회의 겸 경영설명회에 참석해 편집국장 후보로서 첫 공개 석상에 나서 간단한 소회를 밝혔다. 편집국의 한 중견 기자는 “임명동의안 통과는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오귀환 후보의 임명동의안 투표는 노동조합과 투표관리위원회 주최의 토론회를 한 차례씩 거친 뒤 23일에 열린다.